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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새 북극항로 16일 단축한 8일만에 개척…대한해협과 가까워 한국에도 희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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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새 북극항로 16일 단축한 8일만에 개척…대한해협과 가까워 한국에도 희소식

쉐룽호, 8일만에 4247㎞의 여정으로 새로운 북서항로 개척에 성공

불과 8일 만에 4247㎞의 여정으로 새로운 북서항로 개척에 성공한 '쉐룽호'. 자료=시나닷컴이미지 확대보기
불과 8일 만에 4247㎞의 여정으로 새로운 북서항로 개척에 성공한 '쉐룽호'. 자료=시나닷컴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이 북극의 북서항로를 따라 빙하를 가로질러 북아메리카와 동북아시아 사이의 새로운 통로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서항로를 내수라고 주장해왔던 캐나다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탐사선이 지난주 그린란드해를 알래스카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북극 북서항로를 따라 성공적으로 교역로를 시험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북미와 동북아 사이의 '새로운 채널'이 열린 데 대해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중국 탐사선 '쉐룽호(雪龙号)'에 칭찬으로 일관했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현재 항로보다 거리가 짧아 항해 일수와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 선박으로는 극지의 추위와 두꺼운 빙하를 뚫고 항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북극 북서항로를 횡단한 최고 기록은 핀란드 쇄빙선 MSV 노르디카가 올해 7월 5일 캐나다 밴쿠버를 출발해 29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도착한 24일간의 여정이 북서항로를 통과한 최단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의 탐사선은 이를 3분의 1로 단축시키는 쾌거를 거둬 캐나다에 큰 혼란을 안겨 주었다. 캐나다로서는 자칫 북극 북서항로를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월 30일 데이비스 해협 근처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에서 출발한 중국의 유명한 탐사선 쉐룽호는 베핀만을 거쳐 다양한 빙하지역을 뚫고 북서항로를 통과해 9월 6일 알래스카와 북부 캐나다 사이의 보퍼트(Beaufort)에 도착했다.

쉐룽호는 불과 8일 만에 2293해리(4247㎞)의 여정으로 새로운 북서항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북극 북서항로는 캐나다 북극군도 사이에 형성된 다양한 해로의 집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두꺼운 빙하로 형성되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으나,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서항로의 빙하가 얇고 넓게 변형되면서 북서항로를 통한 국제 상업용 항행이 곧 가능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에 관한 캐나다의 입장은 동 항로상의 해역이 역사적 권원을 이유로 내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곧 북서항로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과 항공기에 대하여 캐나다가 통제권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캐나다의 주장이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번에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 중국 또한 캐나다의 주장에 전혀 수긍하지 않는 눈치다.

게다가 중국은 이번에 전 세계를 놀라게 할 8일이라는 신기록으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북극 북서항로에 대한 주도권을 중국이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쉐룽호는 7월 20일 중국 제8차 북극 과학탐사대 대원 96명이 탑승한 가운데 북극 과학탐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하이 중국극지고찰국내기지부두에서 출항했다. 탐사대는 베링해, 추크치해, 북극 북서항로와 고위도 해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쉐룽호의 북극 북서항로 개척 소식은 캐나다를 무척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심지어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 (Globe and Mail)은 중국의 축하 소식을 접한 후 "캐나다 정부가 쉐룽호를 과학적 연구 탐사로 여기고 캐나다 과학자들도 탑승하고 있었다"고 보도함으로써 신기록에 캐나다의 이름을 넣으려고까지 시도했다.

그리고 캐나다 정부는 이번 탐사가 과학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다른 방식으로 풀이했다. "대량의 운송량 증가를 예상한 중국이 서양 해운회사에서는 볼 수 없는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 명백하다"며 북극 전문가 롭 허버트(Rob Huebert) 교수는 글로브 앤 메일에 말했다.

상당한 환경 문제와 지역의 영토 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극 노선을 통해 대규모 선적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는 당연한 결과다. 점점 더 많은 얼음이 녹고 있는 북서항로는 새로운 세계 무역 기반 시설을 창출하기 위한 ‘일대일로’ 전략에 매우 특별한 항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한 기존 경로에서 상하이에서 뉴욕까지의 여행은 약 1만500해리(약 2만7780㎞)에 이른다. 그러나 북극 북서항로를 통과하는 경로는 약 8600해리(약 1만5927㎞)로 단축시킬 수 있어 여정을 7일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무역로의 매력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4월 중국 해사보안청(Maritime Safety Administration)은 북극권 해상 경로의 미래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려우펑페이(劉鵬飛) 교통부 대변인은 국영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선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면 국제 해상 운송로가 변경되고, 국제 무역, 세계 경제, 자본 흐름 및 자원 개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중국이 북극권에 대한 영토 주장을 하지는 않지만 중국은 2013년부터 북극위원회의 옵저버가 되었으며, 지난 몇 년 동안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작은 아이슬란드와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했다. 흥미롭게도 최초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승인한 것은 바로 캐나다 정부였다는 사실이다.

최초 캐나다 정부는 중국의 입국을 허가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논박한 캐나다의 주권 주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결국 중국이 새로운 북서항로를 개척하면서 사태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글로브 앤 메일은 "이는 곧 오타와가 중국에 대해 이 지역에 입국할 수 있는 허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로운 북극항로 개척 소식은 우리나라에게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는 희소식이다. 근대 선진 열강의 모태가 된 향신료 루트는 상업혁명 시대를 열었고, 대서양 항로는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었다. 당시 두 항로 모두 한반도와는 동떨어져 있었지만 이번에 개척된 새로운 북극 항로는 대한해협과 매우 가깝다.

특히 부산항과 속초항에서 북유럽까지의 물류운항시간을 최대 절반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북서항로의 잠재적 이용국으로서 법적 지위에 관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북서항로에 대한 우리나라의 항행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악화된 중국과의 감정도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