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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이성적 설명보다 감성적 설득으로 신뢰구축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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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이성적 설명보다 감성적 설득으로 신뢰구축 해야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정부가 물가지수를 공표할 때마다 주부들이 느끼는 물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물가지수 계산 항목에 포함되지 못하고 물가에 큰 변화가 없는 항목들이 포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살충제 달걀 사고가 일어났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국민은 명확히 모르고 있다. 이번에 달걀 파동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실망한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농림축산식품부나 어느 부서의 발표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식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식품공전의 분석방법과 농산물 혹은 축산물을 다룰 때 활용되는 분석 방법에 차이가 있다. 정부 부처는 이 같은 특성에 따라 국민에게 발표하기 전 사전에 이견을 확인하고 조정 작업을 거쳐 발표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밟지 않아 발표를 번복함으로써 신뢰를 상실했다. 차후라도 무슨 이유가 있어서 부처 간에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국민에게 좀 더 친절하게 알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석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며 분석시료를 구성하는 물질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분석기기를 구입한 시점이 달라 기기마다 성능차가 있어 정밀도가 높은 기기를 사용한 탓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아울러 이런 잘못이 발생한 것은 정부 내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우리 정부를 믿고 신뢰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하는 방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바람에 사태를 더 키운 것 같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밝혀내어 사과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런 일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면 많은 부분에 대하여 신뢰의 박수를 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살충제 오염이 된 닭이 낳은 달걀 중 가장 많이 오염된 것을 하루에 2개 반 정도씩 매일 먹어도 안전하다는 발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폐기 처분해버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하고 멀쩡한 생산물을 폐기 처분해 버린다면 양계업자는 물론 국가도 결국 손해를 보는 일이다. 국가공무원은 국민에게 이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 국가공무원들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러 상황에 대한 설명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발표는 하였지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하여국민이 감성적으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 이것은 국민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일이라고 본다.

업무 자체가 여러 부처에 나누어져 있어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된 일이라고 외치지만 그런 문제도 일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처 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소통의 밑바탕인 설명과 설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부처 간의 협조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설명을 제대로 하려 하지 않는다면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위치에 있든 간에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하여 최선의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기가 맡은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에서 잘못한 것들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앞서 실수를 한 그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먼저 앞장서서 잘못된 점을 사과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여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타당하고 합리적인 대책이 수립될 수 있고 실수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