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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App)팔이’에 ‘서명할당’까지…피곤한 뱅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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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App)팔이’에 ‘서명할당’까지…피곤한 뱅커들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지난해 은행권 내 과당경쟁으로 금융감독원의 경고까지 부른 '앱팔이'(고객들에게 은행 앱을 깔아달라고 부탁하는 영업 행위)에 이어 이번에는 한 금융지주사가 자발적 참여가 생명인 서명운동에도 할당량을 지정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달 초부터 '농업가치 헌법반영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농협의 전 계열사 직원에게 1인당 '서명 할당량'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농협 계열사 직원 A씨에 따르면 정규직 뿐 아니라 계약직에게도 1인당 100명 정도 서명을 받아올 것을 사실상 강권했다.

A씨는 "100명의 서명을 다 받기엔 무리가 있어 자체적으로 서명을 '만들어' 제출해야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일할 것도 많은데 업무와는 별 상관이 없는 서명을 받아오라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협지주 관계자는 "사측이 할당량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농협 가치를 헌법에 반영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해 완전히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명팔이에 이어 시중은행의 앱팔이 행태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최근까지 명동거리나 을지로 등으로 나와 점심시간 식당 앞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에게 '앱팔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을 설치하면 고객이 줄 서 있는 해당 식당의 2000원 상당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러한 영업 행태는 지난 2015년 하나금융지주가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번졌다. 치열한 고객 유치 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멤버스'를 출시한 후 직원들에게 앱 설치 할당량을 부여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은행 직원들에게는 1인당 500명, 은행 외 계열사 직원은 1인당 200명의 할당량이 제시됐다.

시중은행 지점 한 직원은 "고객에게 앱을 설치해 달라고 하는 건 일정 부분 은행 직원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과도한 할당량으로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측이 직원들을 과하게 동원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