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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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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⑰공자 - 회사후소(繪事後素)의 가르침

강정민(변호사·소설가)
강정민(변호사·소설가)
인류의 스승들은 이구동성으로 땅의 지혜를 버리고 하늘의 지혜로 빚어져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어떤 가르침을 폈을까요?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세우고(志學), 50세에 천명을 구득(求得)하였습니다(知天命). 천명이 바로 하늘의 지혜이므로 공자는 기본적으로 하늘의 가르침을 추구한 것입니다. 공자는 요(堯), 순(舜) 임금과 주나라 문왕(文王), 무왕(武王)의 시대에 구현되던 천명이 실종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시대상황을 보고 천명을 다시 밝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자의 소명은 천명을 다시 찾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자는 사람을 소인(小人)과 군자(君子)로 구분합니다. 소인은 땅의 지혜를 추구하며 땅의 지혜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군자는 하늘의 지혜를 추구하며 하늘의 지혜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공자는 소인의 도(小人之道)와 군자의 도(君子之道)를 구별하고, 논어 이인(里仁)편에서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군자유어의 소인유어이)’고 선언합니다.

중용 7장에서는 소인들의 지혜에 대하여 ‘사람들은 다 자기가 지혜롭다고 말하지만 몰아서 그물이나 덫이나 함정에 넣어도 피할 줄을 모르며 중용을 택하여 채 한 달도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중용(中庸)은 하늘의 지혜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군자의 도리를 말합니다. 땅의 지혜를 추구하는 소인은 하늘의 지혜인 중용을 채 한 달도 지켜 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인이 군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땅의 지혜를 모두 버리고 오직 하늘의 지혜로만 빚어져야 합니다. 논어 팔일(八佾)편의 회사후소(繪事後素)의 가르침이 바로 그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 한 편을 들어 묻습니다. ‘교묘한 웃음에 보조개여 아름다운 눈매에 또렷한 눈동자여 깨끗한 마음으로 화려한 무늬를 만들었구나’ 라는 시의 참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공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뒤에 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여인이 화장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하듯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땅의 지혜를 모두 내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가르침입니다.

땅의 지혜와 하늘의 지혜는 그 속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땅의 지혜를 완전히 비워내지 않으면 하늘의 지혜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논어 공야장(公冶長)편에서 자공(子貢)이 ‘선생님의 교양이나 예절은 이해할 수 있으나 성(性)과 천도(天道)를 말씀하시는 것은 알아들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땅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자공으로서는 하늘의 가르침인 성과 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논어 헌문(憲問)편에서 공자는 ‘君子上達 小人下達(군자상달 소인하달)’이라고 설파합니다. 군자는 위로 통하고 소인은 아래로 통한다는 말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군자는 하늘의 지혜를, 소인은 땅의 지혜를 추구하여 결국 소인은 땅의 지혜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군자는 하늘의 지혜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下學而上達(하학이상달)’이라는 가르침도 나옵니다. 아래에서 배워 위로 통한다, 즉 땅에서 배워 하늘의 지혜에 도달한다는 말입니다.

공자는 ‘知我者 其天乎(지아자 기천호)’라고 말합니다. 나를 알아주는 자는 오직 하늘뿐이라는 말입니다. 땅의 지혜를 추구하는 소인들은 공자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논어 첫머리 학이편 1장에서 공자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니 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라고 자조합니다.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땅의 사람들을 한탄하는 말입니다. 논어 곳곳에 이러한 공자의 자조가 드러납니다.
천명을 구득한 공자의 고민은 하늘의 가르침을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초세간(超世間) 철학의 주제입니다. 여러분, 하늘의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강정민(변호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