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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 재건축 단지의 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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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 재건축 단지의 관상

백승재 건설부동산부 기자
백승재 건설부동산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에게 묻는다. 내경은 수양대군을 ‘역적’이라 말한다. 그러나 수양대군은 역모를 통해 결국 왕이 되고 내경은 아들을 잃고 섬에 칩거하게 된다.
정부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부동산 시장을 흩뜨리는 ‘역적’으로 보는 모양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 부과하는 초과이익환수금이 최대 8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재건축 기준 강화를 검토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등을 통해 대출을 규제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설립 인가 후 재건축 단지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등 재건축 단지의 과열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의 노력은 무색했다. 지난 2016년 10월 3.3㎡당 4000만원을 넘었던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작년 12월 5000만원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강남때리기'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리한 강남 재건축 단지 압박이 오히려 강남 집값 상승을 가속화했다고 말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투자 기대심리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맨해튼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시장 스스로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이런 자정작용을 해칠 우려가 있다.

영화 ‘관상’ 말미에 내경은 “파도를 볼 뿐 파도를 만드는 바람은 보지 못했다”며 자신이 큰 그림은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높게 오른 파도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낮게 쓸린다. 강남 집값 안정은 시간에 맡기고 전체 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신혼부부도 집을 못 사는 세상이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