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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6) 남부시장 현대옥] 시원한 국물 맛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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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6) 남부시장 현대옥] 시원한 국물 맛에 반하다

사랑도 변한다. 음식이야 오죽할까. 수많은 음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대에 살고 있는 지금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새로운 음식을 갈구하고 찾는다. 그러다보니 홍수처럼 매일 매일 수많은 음식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오랜시간 변함없이 처음 그대로의 방식대로 운영되어 오고 있는 오래된 노포 식당을 가끔 보게 된다. 노포 식당에서의 식사는 항상 맛의 향수에 빠지게 한다. 어릴때 맛 봤던 그 시절 그때로 잠깐이나마 돌아가 추억을 돌이켜보게 된다.
당시에는 모든 게 부족했지만 각박하지 않고 정(情)이 있었다. 겨울에 찬바람은 두꺼운 옷 속을 헤집어 들어오는 것 같다. 어김없이 뜨끈한 국물 한그릇 생각이 난다.

특히 뚝배기에 콩나물과 갖은 양념이 푸짐하게 들어간 콩나물국밥은 속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지금은 일상속에 쉽게 맛볼 수 있는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전국 곳곳에 다양한 콩나물국밥 전문점을 볼 수 있지만 맛의 명성 만큼은 단연 전주 콩나물국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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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단연 전주비빔밥을 꼽지만 전주비빔밥 만큼 유명한 게 바로 콩나물국밥이다.

전주 곳곳에는 소문난 콩나물국밥 전문점들이 있다. 전주콩나물국밥은 만드는 방법과 먹는 방법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진다. 뚝배기에 밥, 콩나물,양념, 육수를 넣고 펄펄 끓이다가 계란을 넣는 탕(湯) 방식인 삼백집 스타일과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 잘게 썰인 김치를 넣은 뒤 뜨거운 육수를 부어서 말아내는 토렴식 국밥 형태를 가진 남부시장식이 있다.

만들어 내어 놓는 방식이 다른 만큼 맛의 차이도 있다. 삼백집 스타일의 국밥은 처음에는 뜨거워 먹기 불편하지만 천천히 식어면서 구수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반면 남부시장식은 뜨겁지 않아서 먹기 좋을 뿐더러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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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현대옥의 콩나물국밥이미지 확대보기
남부지방 현대옥의 콩나물국밥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대표적인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웽이집과 현대옥이다. 그중에서도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원조로 알려진 현대옥은 창업주 양옥련 여사가 1979년 술 좋아하는 남편의 술국을 만들었던 계기로 40여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현대옥은 체인화가 되어 많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남부시장안에 있는 원조 만큼의 맛과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바로 정서적 감성이 아닐까 싶다. 찾아가기 쉽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없지만 이곳에서만 느껴보는 맛의 감성은 특별한 것 같다.

비좁은 가게 안 테이블은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이 필수다. 모르는 이들과 양옆에 끼여 먹는 식사가 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안에는 정겨움이 있다. 콩나물국밥에 수란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시원한 국물을 수란에 넣어 먹으니 그 맛의 풍미가 제대로 느껴진다. 고소하면서 진한 맛이 입안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것 같다.

뜨끈한 콩나물국밥은 입안으로 넣기에 딱 맞는 온도였다. 시원하면서 얼큰함이 느껴지는 국물은 목젓을 타고 내려가면서 속을 확 풀어주는 듯했다. 먹을수록 개운한 맛이 입안을 사로잡는다. 아삭하게 씹히는 콩나물과 육수에 베인 밥알 또한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듯 밸런스가 좋았다. 특별해 보일 것 없는 뚝배기 안 콩나물국밥의 맛은 단순하지 않았다. 시원한 맛의 끝을 보는 듯했다. 특히 술 한잔 하고 난 뒤 해장하면서 그 맛을 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당들의 속을 달래주기에 이곳 만한 신세계가 있을까 싶다. 뚝배기 안에 담긴 콩나물국밥 한그릇에 진심이 담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