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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문화 도서관이 세워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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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문화 도서관이 세워져야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한국 정부가 한 때 한식세계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떡볶이를 다양하게 하여 소개하기도 하고 한식당을 세계 유명도시에 개관하여 한국 음식을 맛보게 유도하는 정책도 시도하여 보았으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말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그런 정책이나 시도가 단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의 조그만 마을에 식당을 개설하고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유명도시도 아니고 조그만 마을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였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 문화 속에 들어가 호기심을 유도하면서 그들의 음식이나 문화와 융합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음식은 단순히 맛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 그들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
한식세계화는 너무 빠른 결과를 기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이나 식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주변에 이런 다양한 한국 음식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싶다. 서울에도 여러 곳에 도서관이 있지만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소규모 공간이 한두 곳 있을까 한다. 한식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연구나 기록은 남아 있을는지 모르나 왜 우리가 그러한 문화를 유지해 왔는가에 대한 기록이나 발표연구회가 거의 없다. 자연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관한 것들을 배우고 싶어도 이에 관련된 정보를 찾을 곳도 별로 없고 이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적다는 것이다.

음식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면 어떤 변화과정이 일어나는지 등에 관한 자연과학적인 연구들은 많이 있지만 인문사회학적인 자료나 연구는 매우 미흡한 형편이다. 일본 사람들은 최초에 일본 섬에서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아왔을까 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발표하면서 오늘날 일본인들은 어떤 자세로 일본의 음식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등을 연구하고 발표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일본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역사를 모르고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음식에 대하여 논할 자격이 없다.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그 나라의 음식을 전 세계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 한식의 문화와 역사를 논하는 장이 많이 열리고 이러한 주제를 배우고 익히고 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 외국에 식당을 차리고 한국 음식을 맛보게 하는 것 못지않게 그러한 음식이 어떤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왔고 그 속에 우리 문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문화에 대한 투자가 더욱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를 복원하는 데에도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들이 그만큼 문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한국 음식 문화를 아끼고 살펴볼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음식에 관련된 도서관이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자연과학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적인 측면의 자료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살리나스라는 작은 마을에는 자동차에 관한 최고의 도서관이 있다. 자동차딜러들이 이 도시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의 일부를 도서관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에 환원하는 모범을 보여 주고 있으며 여러 민족이 함께 있는 이곳 주민의 특성에 맞게 다문화 언어 프로그램과 관련된 도서들이 주민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곳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IT와 컴퓨터 분야의 최신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 줄 수 있는 멋진 곳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형태의 도서관이 우리나라에도 생길 때가 되었는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 기업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여러 기업들이 공동으로 함께 참여하며 우리의 음식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 후세들에게 귀한 문화유산을 남기게 되고 우리 한식 세계화는 더욱 빠르게 도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