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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다가올 정의선 부회장의 ‘플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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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다가올 정의선 부회장의 ‘플랜B’

윤정남 산업부장
윤정남 산업부장
현대차그룹에 엘리엇은 버거웠다. 알려진 것처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일단 무산됐다. 엘리엇은 ‘주주이익’을 앞세운 1%대 지분으로 현대모비스 주주를 한데 묶어냈다. 그리고 계열사 지분 등 30%의 우호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의 분할·합병 계획을 비교적 쉽게 무너트렸다. 현대차그룹의 백년대계가 1.6% 지분의 엘리엇에 흔들린 순간이다.

현대차그룹이 한 발 물러선 궁금증을 풀어 줄 힌트가 요 며칠 흘러나온다. 엘리엇은 지난 24일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테나헬스 경영진에게 “주주들이 우리의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며 경영권 매각을 촉구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초 이 회사 지분 9.2%를 확보한 뒤 “회사 실적이 7년 동안 정체됐거나 나빠졌다”며 “회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등 경영 을쇄신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들어선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비슷한 예(例)가 많은데 지난 4일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인 텔레콤이탈리아(TIM) 주총에도 그랬다. 심지어 엘리엇은 TIM의 이사회 장악에 성공했다. TIM 주총에서 엘리엇은 표 대결을 거쳐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10석을 확보했다. TIM 지분이 8.8%에 불과한 엘리엇이 지분 24.9%를 보유한 대주주인 프랑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비방디를 제압하고 경영권을 쥔 셈이다.

가정해 보자. 29일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됐다면? 표 대결에서 엘리엇은 과반을 확보,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이 무산됐을 것이다.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분석은 없다.
현대차엔 최악의 판이다. 판을 뒤집을 그나마 시도해 볼 만한 ‘패’라야 하나뿐이다.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주주이익을 확대하는 동시에 우호지분을 왕창 끌어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대한 새로운 주총을 개최하는 것이다. 팍팍 바뀌는 엘리엇의 몸값은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플랜B 중심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주 친화적인 방안을 더 찾아보겠다”며 한 발 물러서며 플랜B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전했다. 정 부회장은 내다본 듯하다. 그래서 온갖 비난을 듣는 와중에 역으로 새로운 도전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정 부회장의 플랜B를 모두가 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새로운 판짜기는 이번에는 성공하는 것인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 예측이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써대는 게 언론이다. 그래서 그렇게 부질없는 예측을 써 보면 이렇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기존안대로 추진하되 정 부회장 측 손해를 감수하고 분할 현대모비스 가치를 높여 합병비율을 조정할 것이다. 혹은 현대모비스를 먼저 분할해 존속회사와 분할회사를 동시에 상장시키는 식으로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게 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이런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대통합의 중심에 서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엘리엇은 플랜B에 대해 또 다시 중심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런 주주 환원 가능성을 보여주며 몸값을 올릴 것이다. 그쯤 되면 이익도 계산할 것이다. 이길 것이라고 보이면 끝까지 갈 것이고, 질 것이라고 보이면 타협할 것이다. 엘리엇의 그동안 보인 행보를 놓고 한 예측이다.

이쯤되면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엘리엇 등 해외자본이 주주권익 보호라는 가면을 쓰고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데 대한 것이다. 예컨대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Poison Pill)이다. 또한 기관투자가가 기업을 집사처럼 돌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한 방법이다.


윤정남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