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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동산 대출규제 피하는 ‘가족전세대출 투자’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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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동산 대출규제 피하는 ‘가족전세대출 투자’ 아시나요?

‘똘똘한 한 채’ 쏠림현상, ‘가족동업형 투자’ 편법으로 이어져
주담보 대출 주춤한 반면 전세대출 확대…가계부채 증가세

[글로벌이코노믹 김혜림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 일대 공인 중개업소들은 무더운 날씨로 외부는 한산했지만,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로 가게 안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진=김혜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 일대 공인 중개업소들은 무더운 날씨로 외부는 한산했지만,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로 가게 안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진=김혜림 기자


종부세 때문에 걱정했는데 여긴(서초) 아직 크게 달라진게 없어요. 오히려 매물이 없다보니까 (매물이)나오면 금방 나가요”(서울 서초 A 공인중개사)

신혼부부가 부모의 전세대출을 통해 주택구입 자금의 부족한 금액을 메우기도 한다”(서울 잠실 B 공인중개사)

부동산 규제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현상이 ‘가족전세대출 투자’라는 새로운 부동산 투자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전세대출 투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의 전세대출까지 받아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족이 가세한 ‘가족동업형 부동산 투자’인 셈이다.

이는 대출 규제를 놓고 정부 당국와 부동산 투자자간 치열한 수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 부동산중개소에서는 전세 대출 은행을 알선하는 등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기자가 찾은 강남권에 있는 부동산은 밀려드는 전화로 상담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정도였다. 대부분 호가와 매물을 확인하는 전화였다.

“전세살이에 지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하는데 대출 규제로 부족한 자금에 대해 어찌할지 모르겠다. 뾰족한 방법이 없냐”고 묻자 공인중개사들은 “방법이 이 있으니 걱정마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 A부동산중개사는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종부세 때문에 걱정했는데 여긴(서초) 아직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오히려 매물이 없다보니까 (매물이)나오면 금방 나간다”며 “지금 자금이 부족하면 가족이 전세대출을 받아 부족한 금액을 채워라”며 가족전세대출을 권했다.

앞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축소해 서울 전역과천·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의 LTV·DTI 한도는 40%로 낮아졌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1건이라도 이미 보유한 세대는 LTV, DTI를 더 낮춰 30%를 적용한다.

예컨데 10억원 짜리 아파트의 구입할 경우 해당 주택을 담보한 대출 가능한 금액은 4억원으로 나머지 6억원의 경우 자기자본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하다. 자기자본이 부족할 경우 결국 또 다른 형태로 돈을 빌려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등장한 것이 가족명의 전세대출이다.

가족전세대출을 통한 아파트 구입한 사례는 서울 송파지역 부동산중개소에도 쉽게 확인됐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살 때 돈이 부족해 종종 제2금융권 대출까지 고민하는 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며 “얼마전 까지 전세를 낀 갭투자가 일반적였으나, 지금은 부모 등 가족에게 전세를 놓고 임대차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투자자는 주택담보대출에다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부담이 가중되지만 강남권 아파트 오름세를 비교하면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고 하지만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받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신혼부부의 경우 부모 이름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한편 그 집에서 살아 주거까지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대출규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방침에도 헛점이 생겼다.

대출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은 주춤했으나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 32225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415590억원, 512869억원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55조437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349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신용대출 총액도 지난 4월 99조7214억원에 이어 5월 100조8204억원, 6월 101조3991억원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담대가 안되면 결국 신용대출이나 고금리로 매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러나 전세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전세대출을 통한 주택자금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대출규제가 정부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여신의 공정성이나 상환가능한 선에서 대출하게 만들어서 금리인상기에 대비한다는 등의 정책적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풍선효과 또는 오히려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고금리에 내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센터팀장은 “인기지역인 수요가 많은 지역들은 그만큼 매수가 뒷받침 되고 있다”며 “선호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에 양극화가 더 두드러지면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계속 구매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이후 매물들에 대해서는 최근에 저가매수들이 생기면서 다시 회복되고 있다” 며 “특히 강남권 타깃으로 규제가 나오고 있지만 매물이 귀해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는 크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으며,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서울 이외 지역의 경우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