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마천루=아쉬운 롯데

공유
3

'베트남 마천루=아쉬운 롯데

유력 후보 롯데, '자신만만'해하다가 '약체' 코테콘에 한방 먹어

새로운 마천루 '랜드마크81'은 베트남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새로운 마천루 '랜드마크81'은 베트남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며칠 전 베트남에 새 마천루가 공식 오픈했다. 호찌민시에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빈컴센터 랜드마크 81'(Vincom Center Landmark)이 개장했다.

세계 최고 마천루 중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이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숍이 줄줄이 들어서고, 동남아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이스링크장도 갖췄다. 또 최첨단 아이맥스 영화관은 물론 세계 각국의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도 연일 화젯거리다.
랜드마크81의 개장을 모두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한 기업만 유독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사가들 사이에는 '롯데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원래 빈컴센터는 베트남 최대 그룹인 빈그룹(Vingroup)이 투자하고, 시공사로 가장 유력한 회사는 지금의 건물을 완성한 코테콘(Cotteccons)이 아니라 한국의 '롯데'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빈그룹은 랜드마크81을 공개입찰했다. 수많은 시공사들이 참가했고 한국기업인 롯데와 쌍용, 그리고 그동안 빈그룹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여럿 시공했던 코테콘도 끼어 있었다.

하지만 누가봐도 대형 고층 건물을 지어본 경험이 많고 자금력이 탄탄한 롯데가 가장 유력했다. 당시 코테콘은 입찰에는 참여했지만 높은 가격과 60층 이상 건물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사실상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명품샵, 아이스링크, 수영장,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을 갖춘 랜드마크 81은 공식 오픈하자 마자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적인 명품샵, 아이스링크, 수영장,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을 갖춘 랜드마크 81은 공식 오픈하자 마자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응웬 바 즈엉 코테콘 회장도 "입찰했지만 빈그룹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당시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우리는 사실상 포기했다. 워낙 상징적인 건물이다 보니 그들(빈그룹)은 코테콘이 아닌 국제 시공사의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한통의 전화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바로 빈그룹 팜 나얏트 브홍 회장의 전화였다. 빈그룹 회장의 전화를 받자 마자 그날 밤 코테콘의 모든 임원들이 하노이로 달려갔다.

이 자리에서 브홍 회장은 "흑자냐 적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 전 민족의 얼굴이 될 건물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기의 건물이며 민족의 자존심이다. 베트남 사람의 손으로 건설하는 게 맞지 않으냐"는 한마디에 모든 것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최종 입찰에는 베트남의 코테콘과 한국의 롯데건설, 쌍용건설 등 3개 회사가 남았다. 결국 빈그룹 회장의 전화 한 통화에 모든 조건을 새롭게 입찰한 코테콘이 랜드마크81 사업을 낙찰 받았다.

자신만만했던 롯데가 한방 먹은 셈이다. 롯데는 유일한 경쟁자로 같은 한국기업인 쌍용을 견제했을 뿐 사실상 코테콘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 코테콘이 60층 이상의 고층빌딩을 지어본 경험조차 없고 자금력에서도 경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당연하다는 생각이 거꾸로 수많은 정보를 통해 최종입찰을 결정짓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들을 놓치게 만들었다.

즈엉 코데콘 회장은 베트남 최고의 빌딩, 거대한 기술력과 인력에 대한 요구, 특히 베트남 사람이 꼭 해야 한다는 브홍 빈그룹 회장의 믿음 앞에서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코테콘은 흑자와 적자를 떠나 모든 역사를 새롭게 써 간다는 생각에 세계 각국의 글로벌 건설사들에 협력을 요청하고 필요한 모든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입찰과 시공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현재 롯데는 중국에서 사업을 접고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호찌민시에서도 20억달러 규모의 투티엠 신도시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또 롯데 자회사들은 호찌민시 도시철도 사업 입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황각규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을 두고 '두 번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 롯데가 사업협력의 굳건함을 확인했다는 것이 현지 시각이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