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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한국, 탈위험사회로 가는 돌파구는?…연대·공존 등 21세기 보편적 가치 회복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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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한국, 탈위험사회로 가는 돌파구는?…연대·공존 등 21세기 보편적 가치 회복 절실

김영란 교수의 '위험사회학'(나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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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한국은 지금 '위험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실업 위기, 이혼 급증, 인구절벽, 이상기온, 북핵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질병 실업 산업재해 빈곤 등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었다.

사회학자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는 "후기산업사회의 새로운 위험 부상으로 인해 순차적 위험을 보인 서구와는 달리 한국은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위험형태를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험 심화와 확대로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의 근원, 위험에 대한 인식 그리고 지식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미흡한 한국 사회에서 김영란 교수는 저서 '위험사회학'(나녹)을 통해 한국사회의 위험근원과 성격에 대해 밝히고 탈 위험사회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위험(risks)'은 현대사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재난 위험뿐 아니라 신종질병, 사이버범죄,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위험,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금융위기, 빈곤 같은 새롭거나 새롭게 강화되는 사회적 위험과 만들어진 위험을 모두 포함한다.

'위험사회'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1986년 울리히 벡(Ulrich Beck)이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풍요를 안겨준 근대산업사회는 엄청난 위험도 함께 가져왔다. 근대화 초기에는 풍요의 확보가 중요했지만 후기로 갈수록 위험요소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예외적인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들은 불확실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현재 증가하고 있는 각종 보험가입 등의 행위도 결국 불확실성의 불안을 극복하는 방안인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국가정책의 최우선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기 산업사회의 위험관리체계는 표준적인 전일제 남성산업노동자,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던 안정적인 가족, 남성=생계유지자, 여성=가정에서 보살핌담당 이라는 성별분업 등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불확실성은 기존의 위험을 관리하던 복지국가가 새로운 위험을 관리할 수 없는 위험관리의 위기로 나타났다. 핵무기의 통제 불가능한 확산, 개발도상국의 구조적 빈곤, 선진국에서의 실업과 증가하는 사회불평등, 재앙을 불러올 것처럼 작동하는 거대기술공학은 객관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위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1997년 IMF 이후다. 그 동안은 대부분 개인, 가족의 책임아래 위험관리가 이루어져 왔다. 한국은 서구에 비해 위험관리가 늦은 데다가 위험양상도 신구위험이 복합적, 중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기상이변, 황우병, 구제역 등으로 인해 위험이 현실적으로 부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불안과 불확실성, 통제불능 가능성 등 위험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아직 위험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낮다. 4년 전 세월호 사건을 겪고도 위험불감증에 걸려 있다. 최근 발생한 각종 화재나 붕괴 직전의 상도동 유치원을 보면 위험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김 교수는 "앞으로 위험은 그 깊이와 넓이가 심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보이며 위험대응에 대한 양극화와 사회갈등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위험의 글로벌화는 새로운 각성과 세계시민 사회를 필요로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개인의 삶을 초월하는 신에 대한 신앙이 인류를 하나로 결집시켰다면 현대사회는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글로벌화된 위험에 대해 세계 시민이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존하려면 위험을 인식해야 하며 개별국가를 넘어서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위험에 대한 인식과 지식 그리고 세계적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역설한다.

일상화된 위험사회, 우리는 각종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연대, 공존 등 21세기의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 절실하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