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루이비통·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주가 급락'

공유
1

루이비통·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주가 급락'

중국 당국, 명품구매 여행자 감시 강화 탓?

LVMH와 버버리를 비롯한 유럽 명품 브랜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자료=SCMP이미지 확대보기
LVMH와 버버리를 비롯한 유럽 명품 브랜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자료=SCMP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루이비통((LVMH) 구찌 버버리 등 유럽 명품 브랜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 관세 당국이 "해외 명품을 구입하고 귀국한 여행자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온 이후,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 부족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높은 가격을 유지해 왔다. 특히 지역별 가격 차등 전략을 통해 세계 명품시장의 최우량 고객인 중국인들의 폭매를 부추겨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중국대륙의 명품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게 책정된 탓으로, 중국인 여행객은 해외 어느 지역에서 쇼핑을 해도 국내에서의 쇼핑보다 유익한 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가격은 여행자에게 적용되는 세금 환급을 받은 후에도 영국보다 중국 쪽이 60% 가량 비싸다. JP모건의 추산에 따르면, 명품의 영국 판매 가격은 중국보다 평균 30% 저렴하며, 홍콩은 중국 본토보다 18%나 싸다. 이러한 가격 차이 때문에 중국인 쇼핑객이 대거 해외로 몰려가는 것이다.

버버리의 관광객 매출은 지난해 12%나 증가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핸드백이나 의류, 보석 등 여행자가 본국으로 들여오는 명품에 대해 이따금 면세 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대응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그리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배경으로 럭셔리 브랜드 부문은 주식 시장에서 비교적 고가로 책정된 감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불안정한 주가 거품은 약간의 역풍 조짐에도 취약한 특징을 가지게 됐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루이비통과 버버리의 올해 예상 이익에 근거한 주가 수익률(PER)은 2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금융전문사이트인 브레이킹뷰스(Breakingviews)가 집계한 유럽 최고 명품 브랜드 10개사의 5년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 정부의 이번 명품 소비 감시 강화는 지역별 가격 불균형을 초래해 자국민의 소매 욕구를 자극하는 명품 브랜드의 폭리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과거에도 중국의 동요로 주가가 떨어진 바 있다. 지난 2015년 8월 위안화 평가 절하의 영향으로 관광객 소비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명품 브랜드의 시가 총액은 20% 가까이 축소됐다.

한편, 유럽 럭셔리 브랜드 부문의 성장률은 이미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베렌버그은행(Berenberg Bank)의 분석에 따르면, 버버리의 매출은 지난해 11% 늘어났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루이비통의 매출 증가율 또한 내년에 6%로 둔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수출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버버리의 경우 손실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국산품의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 세율을 인하하면서 장차 중국인들이 국산품 구매를 대폭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폭리가 축소되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썰물 징후를 겪는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시련이 예고되는 이유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