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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온다. 경기 침체+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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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온다. 경기 침체+물가 폭등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온다.  김대호 칼럼  경기침체+물가폭등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온다. 김대호 칼럼 경기침체+물가폭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 속에 물가마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원(KDI)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 성장률을 2.7%, 내년도 성장률을 2.6%로 하향조정했다. 당초의 3%대 성장전망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성장률 2.6%는 잠재성장률에 미달하는 것으로 고용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무디스는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2.3%로 낮춰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은 9월중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2%는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억제목표로 설정한 마지노선이다. 여기서 더 오르면 인플레 대란이 올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더 오를 것이라면서 한국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 코스닥이 흔들리고 원달러환율도 불안한 상태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와 물가폭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불안해지고 또 물가가 안정되면 경기가 위축되는 등 경기와 물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나빠지면 물가지표는 호전되고 물가가 나빠지면 경기는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칙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는 이러한 경기와 물가의 역함수 관계를 실제의 경제 통계를 토대로 계량적으로 입증해 내기도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필립스 곡선이론으로 부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최악의 경우에도 둘 중 하나는 살아남는다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고 둘 다 한꺼번에 망하는 것이다. 경기와 물가가 한꺼번에 무너지면 다시 살려낼 묘책이 묘연해진다. 오늘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거시경제정책은 물가가 경기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필립스 이론에 그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경기가 하락하면 금리를 내리고 반대로 물가폭등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리는 것이 바로 필립스곡선의 가르침이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기와 물가가 동시에 흔들리면 거시경제정책만으로는 사실상 대책이 없어진다. 거시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 중 둘 중 하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유용한 수단이다. 성장과 물가지표가 동시에 무너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정부로서도 마땅한 수단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인플레나 디플레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가 위축되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 상황에서는 통화를 풀거나 금리를 내리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또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과열로 달아오르는 인플레상황에서는 금리인상과 통화긴축으로 풀어갈 수 있다. 여기에 반해 물가가 치솟으면서 경기도 식어가는 스태그플레이션상황에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꺼지고 그렇다고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폭등한다.

최근 들어 한국은행이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꺼져가는 경기만 놓고 본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물가 폭등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 조짐이 있는 현 단계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물가 폭등의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와 국내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엇갈린 신호 앞에서 정책방향을 정하지 못해 번민을 해왔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전개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대호 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