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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휴전했지만 …양국 원하던 것만 발표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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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휴전했지만 …양국 원하던 것만 발표 험로 예고

자국에 유리한 것만 우선 순위 매겨 반영 …휴전 효과 기대 못해

12월 1일 미중 정상 회담 결과에 대한 판단은 잘못됐다. 양국의 명확한 입장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서로가 보고 싶은 부분만으로 섣부르게 회담을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12월 1일 미중 정상 회담 결과에 대한 판단은 잘못됐다. 양국의 명확한 입장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서로가 보고 싶은 부분만으로 섣부르게 회담을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12월 1일 미중 정상 회담에서 양국은 무역 전쟁을 '일시 휴전'하는 데 합의했다. 그로 인해 무연전쟁 세기의 담판이 성사됐다며 전 세계 경제 증시는 축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화웨이 CFO 체포 악재가 시장을 흔들면서 분위기는 다시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예견돼 있었으며, 사실 미중 회담에서 세계 경제가 당분간 안정될 것이라는 호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미중 양국의 명확한 입장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서로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섣부르게 회담을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회담을 둘러싼 명확한 양측의 발신 내용을 살펴보면, '생각'과 '발상', 향후 '미래의 구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합의에 대한 다른 시각적 해석과 함께 자국에 유리한 것만을 우선으로 순위를 매겨 반영하고 있는 것도 두드러졌다. 이것만으로도 휴전의 효과를 그리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상대측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국이 원하던 것만 발표


회담 직후 백악관은 중국 측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고 지적재산권(IP) 보호의 강화 및 기술의 강제 이전을 줄이기 위한 구조 개혁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 또한, 미국이 중국인 유학생을 환영하고 쌍방이 시장 접근을 강화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시장 접근을 높이는 데 동의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규제 강화에 대해서만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어 트럼프는 지난 3일 중국 측이 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감축하고 철폐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트윗했지만, 미중 정상 만찬에 대한 양자의 발표에서는 이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상대측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국이 원하던 것만 발표했던 것이다.

중국은 올해 초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일단 2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이후 미국이 중국 차에 대한 관세를 27.5%로 끌어 올렸던 조치에 맞서 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나 추가해 40%로 인상시켰다. 그리고 회담 후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중국 정부는 "관세를 인하 25%로 인하할 것인가", 아니면 "15%로 할 것인가", 또는 "제로로 할 것인가", 심지어 이러한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조차 코멘트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백악관은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에 의한 네덜란드 동업계 'NXP 반도체(NXP Semiconductors NV)' 인수가 중국의 최종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된 데 대해 중국 측이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퀄컴은 지난 3일 이 인수 계획 자체가 이미 종료되었기 때문에 재검토는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기술이나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등 모호한 대응을 취하고 있다. 만찬의 식탁이 정리되자마자 양측은 서로 다른 해석으로 회담을 단정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의 정황만 보더라도, 향후 진행되는 통상 교섭은 진전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만 깊어지며, 그 결과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 대중(對中) 초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지난 3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 프로그램에서 "말뿐이라면 돈은 들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중국의 '구조 변혁'으로 검증 가능한 것 이외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 쉽게 풀이하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환영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리고 시 주석은 중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에 대한 물음에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입장만 고집한 채 오직 90일 휴전만을 공표한 셈이다.
미중 고위관리들이 회담을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90일간 휴전을 발표했지만 미중 무역갈등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고위관리들이 회담을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90일간 휴전을 발표했지만 미중 무역갈등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대중국 교섭 재료 만든 것만이 결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결실을 굳이 찾자면, 지금까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손에 쥘 수 없었던 대중국 교섭 재료를 만들어 냈다는 점 한 가지를 들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의 절반에 관세를 부과한 끝에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20개국(G20) 정상 회의에 맞춰 열린 미중 정상 만찬에서 "치열한 무역 전쟁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오피오이드(Opioid)계 의료용 진통제 '펜타닐'의 관리 강화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에 의한 네덜란드 동업계 NXP 반도체 인수에 대한 중국의 승인 문제를 별도로 하면, 이번 미중 합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중국이 더 많은 미국 제품을 사는 것", 그리고 "외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 등 보다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출발점에서 이미 엇갈린 양자의 '희망사항'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만찬의 여운이 끝나기 전에 이전 시점으로 간단히 되돌아갈지도 모를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트러프 대통령에게 교섭 재료를 만든 것 외에 결실은 없다는 결론이다.

시 주석 '시간 벌기 외교'만 성공적 찬사 이어져


반면, 이번 협상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시간 벌기'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며 찬사를 받았다. 사실상 이번 미중 무역 전쟁에서 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당초 알려진 무역전쟁 단계에서 바로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구조 변혁'이라는 난해한 대응책이었는데, 90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생긴 것으로 시 주석은 향후 몇 주 사이에 더 많은 협상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간은 워싱턴의 대중국 강경파를 연화시키기 위해 최소한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중 무역전쟁을 살펴보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눈길을 끈 트럼프에 비해 시 주석은 비교적 경미한 제안만을 고수해 왔으며 차분하게 대처했다. 이번 만찬 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90일 협상 기간만을 제시했고, 별다른 내용이 없었던 탓으로 트럼프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런데 시 주석은 시간을 벌었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반면, 트럼프는 90일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림만 챙긴 셈이 됐다.

시간을 번 것으로 시 주석은, 향후 어느 정도의 대응을 취할 의사가 있는지를 자국민과 정치 세력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더 생겼다. 우선 이달 18일 예정되어있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이 중요한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이어 2019년 우선 정책 계획을 수립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經濟工作會議)'가 있는 것 외에,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四中全会)'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에게는 어느 것이 되든 그 모든 결정을 구체화하는 시간이 충분하며, 그 결과 미국의 교섭 담당자에게 제시되어야 할 대담한 비전을 내세울 좋은 기회를 동시에 잡게 된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의 손아귀에는 여러 장의 카드가 있다. 이번 무역전쟁이 명시적으로 '지적재산권 절도'에 대한 대항 조치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첫 번째 카드를 펼칠 수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최근 피할 수 없는 문제인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기 시작했다. 다만 반대 세력도 존재해 아직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이번에 시 주석이 90일을 챙김으로써 완벽한 정치 세력을 조성할 기회가 생겼다. 안정적인 '구조 변혁'을 이룰 기회가 저절로 생긴 셈이다.

또 한 장의 카드는, 중국 정부 당국자가 '구조 변혁'에 대한 진심을 나타내기 위해 특히 자국의 금융과 자동차 부문에 대한 접근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 할 기회를 얻은 데 있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하 폐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트윗했지만, 중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구조 변혁의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만찬에서 중국이 우회적으로 구조 개혁을 시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을 포함해, 미중 정상 회담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다만 결국 미국 정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혹은 최소한 측근에서 강경파를 밀어내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서, 아니면 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 외에 중국이 최소한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묻는 중국 국민들의 물음에는 명확한 답이 됐다. 시 주석의 셈법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일단 시 주석은 시간 벌기에 성공했다. 머지않아 거래를 쟁취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모든 구도는 앞서 전했던 중국의 세 가지 정치 행사가 끝나는 시점인 2주 이내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