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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유로존 위기 다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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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유로존 위기 다시 확산되나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진정되는 듯하던 유로존의 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가운데 키프로스가 스페인에 이어 5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게다가 유로존 경제규모 3위국인 이탈리아도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유로존 국가들이 늘게 되면 해당 국가에 대한 지원금을 다른 회원국들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유로존의 위기 전염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키프로스, 유로존 구제금융 5번째국 우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키프로스도 조만간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인 키프로스는 이달 들어 정부 부대변인과 재무장관 등을 통해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구제금융이 시급하다고 밝혀왔다.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이 필요한 이유는 그리스 국채 투자에 대한 손실로 은행의 자본 확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유로존 국가 가운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5번째 나라가 된다.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신청은 은행 산업의 안정에만 구제금융을 사용하는 대신에 경제 개혁 등의 추가적인 조치는 받지 않는 스페인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프로스의 경제 규모는 스페인의 60분의 1 정도에 불과해 구제금융 규모도 30억∼40억 유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유로존에 주는 재정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신청은 유로존 위기가 전염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오는 17일 그리스의 재총선 결과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결정 이후 안도감을 보이던 금융시장도 키프로스발 악재가 불거지면 또 다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키프로스 은행들의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도 국제금융 대열 합류 논란

다음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유럽 국가는 이탈리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이 스페인이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여타 유로존 국가에 비해 양호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에 이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이탈리아도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유럽 내 3위 경제규모인 이탈리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점에서도 위기감을 읽을 수 있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이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웠다.

이탈리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금 가운데 상당부분을 떠안아야 하는 점도 이탈리아에는 부담이다.

지금처럼 낮은 경제 성장으로는 이 자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와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를 더 늘리는 요인이 된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결정한 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치솟고 증시가 급락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6.301%로 급등했다. 14일 국채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금리 수준이 계속되면 이탈리아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이탈리아는 경제사정이 스페인보다 낫기 때문에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위기설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탈리아의 재정부채 규모가 작고 경상수지 적자도 스페인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어서 은행부문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유로존 국가들이 서로 얽혀 있는 구조에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확산될 경우 이탈리아도 빠르게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스페인 국채금리 사상최고치 급등

스페인 은행들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8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스페인의 상황이 지난주보다 더 악화돼 1,000억 유로 규모의 지원금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12일(현지시간)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가장 높은 6.834%까지 올랐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독일 국채 10년 물과 스페인 국채 간 수익률 차인 스프레드는 542베이시스 포인트로 확대됐다.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이날 스페인 은행 18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유럽정부의 통제능력 부족을 지적한 것이 국채금리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피치가 11일 스페인 최대은행인 방코 산탄데르와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 '로 두 단계 내린지 하룻만이다.

스페인 경제가 내년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경기침체가 내년까지도 계속될 전망인데다 은행 대출의 부실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등급 강등 이유다.

앞서 피치는 지난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 하향조정했다.


◇유로존 위기 확산 우려 증폭

유로화와 유로존을 구할 시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와 함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유로화를 구할 추가 대책들을 향후 3개월이 넘기 전에 내놓아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EU의 논의 구조상 해결책 마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 일리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유로존 국가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노력과 대응책 마련에 너무 늦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AAA' 등급의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유럽 위기의 확산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로존에서 `AAA'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는 독일과 룩셈부르크, 핀란드, 네덜란드 등 4개국에 불과하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따른 가장 큰 우려는 위험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의 무질서한 이탈은 유로지역의 'AAA' 등급 국가들의 신용도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