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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한숨'...운명의 일주일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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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한숨'...운명의 일주일 '고비'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유로존의 존폐가 걸리며 세계 금융시장을 초긴장 상태로 만들었던 그리스의 2차 총선의 결과는 한마디로 '안도'였다.

긴축재정과 유로존 탈퇴를 반대하던 신민당과 사회당이 승리를 거둬 가장 큰 불확실성을 잠재웠다. 그리스 내무부는 17일 밤 9시 현재(현지시간) 2차 총선 중간개표 결과 신민당이 총 29.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그 뒤를 시리자가 27.1%, 사회당 12.3%를 차지했다. 그리스 독립당은 7.6%, 황금새벽당 7% 등이 뒤를 이었다.
지지율과 제1당에게 돌아가는 비례대표 50석을 모두 합일 경우 신민당이 12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시리자가 72석, 사회당 33석 등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신민당과 사회당의 의석을 합치면 총 161석을 차지해 의회 전체 300석 가운데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유로존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고비는 일단락됐다. 신민당의 승리로 기존 그리스가 국제사회와 맺었던 합의는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안도랠리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이르다. 뼈를 깍는 그리스의 긴축재정이 기다리고 있으며 비록 패배했지만 시리자의 저력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또한 당장 구제금융 신청한 스페인과 차기 구제금융 유력 후보인 이탈리아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리스 총선 이후 이번주가 '후폭풍'의 절정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그리스 총선 후를 주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독일과 프랑스가 신속히 움직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6일 그리스 총선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급 전화 통화를 가져 유럽 재정위기 해소 방안의 긴밀한 논의를 가졌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필요시 공조시스템으로 유동성 투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8~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으에서 그리스를 둘러싼 유로존 문제가 핫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여 금융시장의 여파의 후속작업을 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그리스 총선의 결과로 국내금융시장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유럽계 등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잠시나마 걱정을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4월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외국인들의 자금동향을 지켜봐왔다. 5월 들어서는 유럽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유럽 관련 자금들이 본격적인 부채 청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월 들어 한국을 떠난 외국인 자금 가운데 70% 이상이 유럽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5월 1일부터 20일간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3조29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중 유럽계 자금이 2조384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전체의 72.4%를 차지했다. 조4046억원이 빠져나간 영국계 자금의 규모가 가장 컸고, 룩셈부르크(4437억원), 프랑스(323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럽계 자금이 이탈했던 주요 요인을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위기감과 이에 따른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비해 유럽의 금융자본들이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신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특히 유럽은행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고 있다. 지난해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유럽은행들에 핵심자기자본비율(CT1)을 9% 이상으로 맞추라고 요구한 시한이 6월말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유럽은행들은 EBA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여서 여전히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그리스 총선 결과가 이들의 자금회수를 늦출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위는 국내외 정보망을 총동원해 유럽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총선 이후 그리스가 국제 사회에 약속한 재정개혁을 이행할지 여부를 예측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신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새 내각이 긴축과 재정 개혁과 관련한 일정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는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리스 총선을 계기로 유럽계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일단 고비를 넘길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리스의 긴축과 유로존 잔류가 유럽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악재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28일 열리는 유럽 정상회담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