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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재정통합, 주권, 그리고 민주주의-김미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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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재정통합, 주권, 그리고 민주주의-김미경 교수


▲ 김미경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유럽의 경제통합이 통화통합의 단계를 넘어 재정통합의 단계로까지 심화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주권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정치적 문제가 논쟁의 전면에 부각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석탄과 철강생산에 관한 개별국가 통제를 초국적 권위에 이전하는 것으로 통합을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경제통합은 단일시장형성을 위해 경제거래에 관한 모든 국경통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또 규제정책의 조화를 경제통합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고 규제의 표준화 과정은 필연적으로 규제정책에 관한 개별국가의 주권손실이라는 정치적 비용을 낳는데 이 같은 주권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규제정책 조화가 유럽이사회 정책결정과정에서 만장일치에 의해 결정되도록 로마조약에 명시했다.

그러나 만장일치는 규제정책의 조화를 정부간 정치협상의 대상이 되게 했고 국가들은 거부권 행사를 자국의 규제정책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결국, 누구의 규제정책이 유럽의 표준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국가들의 갈등과 규제정책조화에 대한 저항을 초래하게 됐다.

선택적 조화를 통합 경제통합을 유럽경제통합의 특징이라고 본다면 경제통합의 경로와 방식의 문제점은 황금수복(golden strait)의 경로방식이다.

데니 로드릭(Rodrik 2000)은 이 같은 경제통합방식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바로 대중정치의 쇠퇴, 즉 민주주의의 쇠퇴라고 봤다.

로드릭의 모델(황금수복)을 적용해봤을 때 유럽국가들은 선택적 조화라는 통합방식을 추구함으로써 개별국가 주권의 최소화하였지만, 그 정치적 비용으로 대중정치의 쇠퇴, 즉 민주주의의 쇠퇴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경제통합의 심화 속에서 여전히 개별국가 수준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사회복지정책과 조세재정정책을 예시하고 있다.

사회복지정책이 시장 수정적 정책임은 분명하지만 조세재정정책은 그 정책의 특성을 시장 수정적 혹은 시장 형성적 정책으로 구분하기 힘든 거시경제정책의 기본정책이다. 이것은 금융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시장 수정적, 혹은 시장형성적 정책 모두의 실질적인 수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세재정과 금융통화정책은 필수적이다.

현재 유럽경제통합의 상태는 사회복지정책과 조세재정정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한 정책에 대한 결정권과 역량이 초국가적 수준에 집중되어 있다고 묘사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 사이에 정치경제적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다양성은 단순히 경제발전과 경제력의 수준에서의 양적 다양성이 아닌 시장과 국가의 관계, 자본과 노동,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연대성 관계에 관한 다양성이다.

로드릭이 현재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재정통합을 통해 해결해야함을 주장하는 이유는 유럽경제통합에 내재된 시장 형성적 정책적 편향을 수정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바로 초국적 수준에서 시장 수정적 정책을 통해 두 정책편향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는 그리스와 같은 위기국가들이 시장 형성적 정책과 시장 수정적 정책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자율성을 박탈했다. 단지, 프랑스와 독일 같은 강대국만이 그들의 경제정책에서의 고유한 균형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럽통합이 낳은 두 가지 정치적 균열에서 수평축은 국가 수준에서 민주적 정치경쟁과 변화의 원천이 된다. 프랑스의 대선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만약, 그 정치적 균열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구조적으로 억제되고 그들 국가에서는 단지 단 하나의 정책적 지향만이 허용된다는 것을 상상해보라, 현재의 재정위기와 신재정 조약 비준을 앞둔 유럽연합의 민주적 결핍의 문제에 대한 우리의 성찰은 바로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