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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메르켈 총리, 물에빠진 아이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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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메르켈 총리, 물에빠진 아이구하기



▲ 증권경제부 김승섭기자[글로벌이코노믹=김승섭기자]폭풍우 속에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를 보고도 손을 내밀다 자신도 빠질까 두려워 지나친다면?
금융위기에 봉착한 그리스와 스페인 등이 SOS를 보내며 몸부림치고 있는 이때에 딱 그 옆에 서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던져진 화두다.

현재 독일 국민들은 자국재정으로 금융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돕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내년 하반기 독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당 수장인 메르켈 총리가 민심에 반한 행보를 하기에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이웃국가의 위기상황을 손 놓고 볼 수만도 없는 상황. 순망치한(唇亡齒寒)이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유로존에 묶여있는 독일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구조신호에 답해야한다.

독일 중앙은행인 Bundesbank는 유로존 국가들간 재정통합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금융통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여기 더해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통합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재정통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제조건을 풀어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앞으로 유럽정상회담(오는 28~29일)이 있기까지는 일주일 남짓.
메르켈 총리가 압박을 받고 있는 이유다.

다행인점은 19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막을 내린 G20정상회의에서 현재의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 금융재원을 4650억 달러 늘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비록 유로존 국가들이 자구노력을 하라는데 합의에 무게가 실렸지만 그리스의 연립정부 구성과 함께 소방수(水) 줄기가 각 방향에서 뿌려지는 형국이다.

메르켈 총리의 입장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G20정상회의 직후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논의되는 은행동맹(Banking Union)에 대해 종전과는 달리 “성장협약과 은행동맹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G20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독일의 태도가 종전과 확실히 달라졌다고 바라봤다.

은행동맹은 유럽중앙은행(ECB)를 통한 통합된 은행 감독과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을 통한 은행권 직접 구제금융, 은행예금 공동보증 등을 골자로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메르켈 총리는 ESM역할 확대나 은행예금 공동보증에 대해 반대의견을 명확히 해왔다.

이와 관련 은행동맹에 대한 추진일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은 “EU정상회의에서 기본안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가을쯤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내 반대여론으로 인해 메르켈 총리가 물에 빠진 아이에게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독일 의회는 7월 출범하는 ESM에 대한 비준 투표를 오는 29일 실시하는데 의회 투표전날인 28일 메르켈 총리가 의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통큰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