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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운선생 주역강의(16)]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신통력 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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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운선생 주역강의(16)]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신통력 겨루기




[글로벌이코노믹=초운 김승호 주역연구가]사명대사가 서산대사에게 도전했습니다. 미래를 누가 더 잘 아는가에 대해서입니다. 사명대사는 묘향산을 올랐습니다. 서산대사는 산의 정상에 살고 있었는데, 사명대사는 뗏목을 타고 개울물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신통력을 뽐내면서 말입니다.

서산대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급습하려 심야를 선택했습니다. 산은 고요했고, 달빛은 한적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사명대사는 물길을 막는 바위가 나타나면 아예 뗏목을 공중에 부양시키며, 계속 산 위로 떠서 날아갔습니다.



어느덧 뗏목에서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냥 날아 갈수도 있었지만 물길도 없는데 뗏목을 타고 가면 너무 멋을 부리는 것 같아서 뗏목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스님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명대사가 아니시온지요?”


“아,네. 그렇소만...댁은 뉘시오?”



스님은 낭아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서산대사를 모시고 있는 시봉입니다. 서산대사께서 이곳에 오면 사명대사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명대사는 기가 막혔습니다. 서산대사는 자기가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서산대사는 뗏목에서 내리려고 결심한 그 시각까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명대사는 속으로 신음을 했지만 이 정도로 기가 죽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준비한 승부수가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명대사는 시봉스님의 안내로 서산대사가 기거하는 암자에 도달했습니다. 서산대사는 막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사명대사가 외쳤습니다.



“서산대사! 대사님의 신통력에 감복했습니다. 대사님께서는 미래를 잘 안다고 소문이 나 있던데 맞습니까?”



서산대사는 인자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공연한 헛소문일 것입니다. 하긴 미래를 조금 알기는 합니다.”



“허, 그러세요.”



사명대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느닷없이 다음 질문을 쏟아내었습니다.



“대사! 지금 제 손에는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이 새가 죽겠습니까? 살겠습니까?”



사명대사의 의도는 뻔했습니다. 만일 서산대사가 새는 살 것이라고 하면 새를 죽일 것이고, 새가 죽을 것이라고 하면 날려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서산대사도 물었습니다.



“사명대사! 나는 지금 한 발을 마루에 내딛었습니다. 내가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다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까?”



서산대사의 의도도 뻔했습니다. 사명대사는 일이 잘 풀려간다고 생각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재차 반문하였습니다.



“대사! 질문은 제가 먼저 하였습니다. 먼저 대답을 해 주시지요!”



이에 서산대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사명대사! 당신은 스님입니다. 한낱 미래 맞추기 시합을 위해서 살생을 하겠습니까? 스님은 그럴 분이 아닙니다. 새는 살아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사명대사는 또 한 방 맞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새를 날려 보냈습니다. 서산대사가 질문했습니다.



“대사께서도 제 질문에 대답하시지요. 내가 나오겠습니까? 들어가겠습니까?”



이에 사명대사는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리면서 대답했습니다.



“대사께서는 밖으로 나오실 것입니다. 손님이 와 있지 않습니까.”



“허허 대사는 세상의 이치에 밝군요. 마침 달빛이 좋으니 마루에 앉읍시다.”



서산대사는 사명대사를 기꺼이 맞이했고, 그 신승들은 맘이 새도록 담론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만,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 신승의 대화에는 심오한 이치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시간과 우주의 모습입니다. 그것을 잠시 이야기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