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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운, '해운업계의 구글'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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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운, '해운업계의 구글'된 사연

#1. 부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최명식 차장(45·가명). 아침 8시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 뒤에야 회사에 출근한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0시. 아이들과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출근지옥은 피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2. 직장생활 3년차 미혼 여성인 서이수(28·가명)씨. 서씨는 오전 8시면 회사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한다. 퇴근 후에는 요가 학원을 다닌다. 학원비는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남들은 직장생활 3년차면 마음속으로 사표를 몇 번이고 낸다는데, 서씨는 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이들은 최고의 직장이라는 '구글' 직원이 아니다. 평범한 대기업 계열의 해운회사 직원이다. 회사는 업계에서 약간은 해괴망측한 별명도 얻었다. '해구'다. '해운업계의 구글'이란 뜻이다. SK해운의 이야기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SK해운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조직문화를 혁신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CI(기업 이미지 통합)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다. 최근 30주년을 맞아 설정한 2020년까지 최고의 선사를 넘어서겠다는 '2020 Beyond Great Shipping Company' 비전 달성을 위해 진행하는 가치 혁신의 일환이다.

말만 앞세운 혁신이 아니다. 실제로 SK해운은 지난해부터 오전 8~10시 자율출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퇴근 역시 출근시간에 따라 자율이다. 상사 눈치 볼 필요는 없다.

직원 복지도 향상됐다. 회사는 직원들의 모든 자기개발 활동비용을 지원한다. 외국어 공부든 운동이든 몸과 마음을 단련시킬 수 있는 활동이라면 종목은 상관없다.

▲ 황규호 SK해운 사장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과 남산에서 산책하는 모습. (사진=SK해운 제공)

복장도 자유다. 요즘에는 금요일에 자율 복장을 실시하는 회사도 있지만 SK해운에서는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의 캐주얼 차림이 일상적이다. 다른 업체에서 SK해운 조직문화를 벤치마킹 하려고 왔다가 "우리 회사는 이 정도까지 용납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혀를 내두르고 가기도 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황규호 사장이 있다. 황 사장은 SK해운의 기업문화를 'One & Freedom' 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하고(Freedom) 이런 서로 다른 색상의 빛이 한 방향(One)으로 모아질 때 강철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황 사장은 10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하며 "기성 조직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은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생소할 수 있지만 신입사원 때부터 이런 문화에 길들여진 직원들이 나중에 팀장이 되고 사장이 되면 기업문화의 세대교체가 완전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해운은 지난 1982년 6월29일 첫 선박인 'Yukong Leader'호를 두바이에서 인수해 국가정책물자인 원유수송을 시작으로 철광석, 석탄,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로 자원수송 영역을 확대해왔다. 현재 오더북(인도 예정인 선박)을 포함해 자사 선대 1000만 DWT, 70척 규모의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SK해운은 급격하게 커진 시황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사업구조 혁신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흑자전환(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