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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기업문화(3)]21세기 글로벌 시대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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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기업문화(3)]21세기 글로벌 시대 어디로 가야 하나?




SK위험의 시작은 취약한 사업구조

최태원 회장의 혁신열정이 조직에 반영돼야

경제위기 때도 내수위주의 안정적 기반 자랑

주력사는 이익률 낮아도 위험도도 낮아

계열사는 위험에 노출된 취약한 사업구조

영업이익율 평균 5~7%수준…중소기업보다 높고 제조 대기업보다 낮아


SK의 Performance: Profit & Risk


SK의 성과(performance)는 내부혁신에 의해서기보다는 외부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사업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인프라와 연관성이 높아 이익률은 낮지만 위험도 낮은 특징을 가졌다. 수출을 하는 삼성, LG, 대우 등이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내수 위주의 안정적인 기반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력사업만 인프라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주력 이외의 계열사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취약한 사업구조를 가졌다. SK의 성과를 주요 계열사의 이익(profit)과 위험(risk)관점에서 어떤 이슈가 있는지 분석해 보자.


전반적인 이익률은 낮지만 나쁘게만은 볼 수 없다



SK의 매출액은 2009년 77조, 2010년 90조, 2011년 110조원 규모로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3.6조, 5.6조, 8.3조 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SK의 영업이익율은 평균 5~7%수준으로 중소기업보다는 높으나 삼성전자와 같은 지배적 제조 대기업보다는 낮은 편이다. SK의 경우 외형성장에 비해 영업이익이 늘어나지 않았다. 시장경쟁의 심화, 인프라사업의 속성상 물가상승율을 고민하는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가격인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낮은 이익율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위 말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시장자본주의에서는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기업의 지상과제였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매 분기 마다 사상 최고의 실적과 이익을 갱신하면서 주가가 높은 삼성전자가 근로자 백혈병논란, 협력업체의 특허권 침해와 불공정 거래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최근 SK가 발행하는 문서들을 보면 막연한 ‘이윤극대화’라는 용어보다는 기업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는 표현이 늘어나고 있다. 가격을 올려 매출을 늘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적절하게 통제하겠다는 것도 기업의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도 구성원에게 강조한다. 소비자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출만 독려하고, 무조건 가격만 올리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행태와는 분명 비교된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와 공생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폭리의혹 받는 에너지와 이동통신 요금체계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가격은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그러나 공급이 독과점되면 이 원칙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내 대기업은 자동차, 가전, 에너지, 통신, 제과, 음료, 산업부품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독과점을 구조를 악용해 가격담합을 한다. SK가 시장지배력을 가진 에너지와 통신도 대표적인 영역이다. 정부나 업체가 이들 요금이 OECD국가평균보다 낮다거나, 세금 때문에 비싸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국민소득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먼저 휘발유, 석유, LPG 등 에너지 가격 중 대표적인 휘발유만 보도록 하자. 휘발유가격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시세에 정제비용, 일정 수준의 기업 마진을 합산해 정한다. 기업이 유전을 직접 개발할 수도 있고, 10년, 20년 장기계약을 통해 오일을 수입할 수 있는데, 왜 현물시장 가격이 기준이 돼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도시가스용 LNG가격이 이를 독점수입하고 있는 가스공사의 무능에 의해 높아졌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012년 1분기 가스공사는 ㎥당 평균 783원에 구입한 반면 SK E&S는 259원에 구입했다. 또한 가스공사는 작년보다 올해 구입단가가 상승한 반면 SK E&S는 오히려 떨어졌다. 국제 가스가격은 현재 떨어지고 있는데, 도입단가가 오르기 때문에 국내 판매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SK E&S는 장기도입계약을 했고, 자신들은 많은 물량을 도입하므로 가격이 비싸도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논리를 내 세우고 있다. 국내 수요도 예측이 가능하고 대규모로 계약하면 낮은 가격에 계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말 모를까? 국내 휘발유가격을 두바이 현물시장가격에 연동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SK에너지는 해외에서 유전을 개발하고, 생산을 직접 하고 있다. 한국이 중동산 원유를 주로 도입하기는 하지만 두바이유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업이 도입하는 원가와 비용을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을 정해야 한다. 기업이 혁신적 도전과 고위험을 감수한 대가를 보상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지나친 폭리는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이 오를 때는 다음날 바로 전부 반영하고, 내릴 때는 굼벵이처럼 더딜 뿐만 아니라 찔끔 인하한다는 비난도 받는다.

다음으로 통신요금도 시설투자, 서비스개발, 기술개발비 등의 요인이 있다고 주장하나 비싼 편이다.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식료품구입비, 즉 엥겔계수보다 높은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는 곳이 한국이다. 기지국이 깔리지 않은 산골에서 농사짓는 할머니들조차 비싼 초고속 인터넷이 되는 4G LTE서비스를 가입시키는 나라, 1,000만이 넘는 2G사용자가 있는데 돈이 되지 않는다고 단말기를 출시하지 않고 비싼 3G 요금제로 바꾸라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나라, 요금지불과 판단능력이 되지도 않는 학생들에게 비싼 인터넷을 사용하게 하고 요금폭탄을 안기는 나라 등의 현상은 이동통신사업의 슬픈 자화상이다.

SK텔레콤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이익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인프라투자마저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면서 연간 수 조원의 이익을 남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가입자를 늘린다고 마케팅비용을 쏟아 붓고, 비우량가입자의 미납요금을 선량한 가입자에게 전가시키고, 중복‧과잉 시설투자를 요금에 포함시키는 등 기업의 잘못 결정된 정책책임을 모두 소비자에게 떠안기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동통신사의 불합리한 가격, 요금체계에 대해서 더 언급을 자제하지만 기업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고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SK의 위험은 사업구조, 보이지 않는 리더십에서 출발



SK의 위험은 사업구조에서 나온다. SK는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이라는 대규모 M&A이후 이렇다 할 신규사업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 건설, 금융, 무역, 유통 등에도 진출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력 기업이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위험이 존재한다. 높은 통신요금과 기름가격에 대한 소비자불만이 여론에 목을 매는 정치권을 긴장시켜 정치적 압력이 수시로 들어와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정보통신과 에너지가 미래사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정치변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는가라는 유무의 위험이 있다.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한국 대기업 대부분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SK텔레콤만 하더라도 국내 브랜드에 불과하다. 에너지, 화학부문도 글로벌 기업에 비해 기술경쟁력보다는 저가 노동력과 운영혁신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국내 기업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더 많이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SK의 또 다른 위험은 리더십의 부재에서 나온다. 창업자들은 자신이 업종을 선택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2세들은 물려받은 기업을 어떻게 정돈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끼게 된다. 기업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사업의 방향(direction)을 정하고, 비전(vision)을 제시해 구성원들로부터 합의(consensus)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도 SK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문화나 조직의 역량과 전혀 관계없는 하이닉스를 억지로 떠맡은 것이 반증한다.

리더가 권위적으로 군림하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압이나 자신의 권한에 연관된 권력을 행사하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가 많은데 최태원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직원으로부터 업무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갖춰야 하고, 인간적인 존중을 얻기 위해서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최태원 회장은 이 두 가지 권력의 원천은 가지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오너가 큰소리를 치면서 적당히 폼만 잡으면 회사가 자동적으로 굴러 가던 시대는 끝났다. 최태원 회장도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SK가 어디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방향을 정하고 모든 구성원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 일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최태원 회장의 혁신열정이 조직에 반영되어 SK가 글로벌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지 객원기자](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