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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물 1호는 틈틈이 기록한 레시피·조리법 10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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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물 1호는 틈틈이 기록한 레시피·조리법 1000가지

전통 한식을 바탕으로 외국인 좋아하는 모던 한식 개발


“한식조리인 후배 양성에 한알의 밀알 되겠다”



▲ 사진=홍정수 기자■ 인터뷰-(사)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강석홍 마리한정식 조리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한식의 세계화가 요즘 화두다. K-Pop으로 시작된 한류가 해외로 뻗어나가면서 한식의 산업화와 세계화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강석홍 (사)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강 대표 자신이 한류가 불기 전 1988년부터 1991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국관’에서 조리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강 대표는 그에 앞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해물로 하는 한식, 육류로 하는 한식, 야채로 하는 한식 등 다양한 한식의 레시피와 조리법을 연구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까지 연구‧개발해온 한식 레시피와 조리법은 무려 1000가지에 이른다. 물론 강 대표가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보물이기도 하다. 한식조리인 후배 양성을 위해 자신의 보물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강석홍 대표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마리한정식(02-393-3377)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마리한정식은 어떤 곳입니까?


“1984년 민관식 전 국회부의장이 창업한 마리한정식은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가장 한국적인 맛의 구현을 위해 국내산 제철 천연 식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2011년에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으로 선정된데 이어 인공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한 건강 식단 제공으로 서대문구청에서 ‘건강음식점’으로 지정되었지요. 특히 한식의 세계화에 걸맞게 최근 실내를 리모델링해 한국 전통의 문살 문양과 한지로 인테리어를 함으로써 한식의 격조를 살렸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인 1988년부터 1991년까지 독일에서 한식을 선보이셨는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3305.8㎡(1000평) 규모의 ‘한국관’에서 만 3년간 근무하면서 한식의 세계화를 체험했지요. 유명호텔 조리장 7~8명과 함께 새우튀김, 갈비찜, 비빔밥 등 3가지 주제로 치열한 요리경합이 펼쳐졌는데, 제가 선발됐어요. 기름 온도 170도에서 튀긴 새우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선발된 것으로 기억납니다. 당시 한국관에는 하루 500~600명의 손님이 몰려왔어요.”



-한국관에는 한국인과 외국인 가운데 누가 더 많이 찾아오던가요?


“당연히 외국인이 많았지요. 거의 매일 한국인 100여명이 고국의 맛을 잊지 못해 온다면, 외국인 400~500여명은 불고기, 갈비찜, 비빔밥 등을 좋아해서 한국관을 찾았어요. 서양요리에 나오는 육류는 대부분 덜 익힌 것이 나오는데 비해 한식의 육류는 완전히 익혀서 나오는 것에 신기해 했어요. 특히 불고기와 갈비찜의 경우 약간 달짝지근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외국인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


“한식의 우수성이 하나둘씩 밝혀지고는 있지만, 젊은 조리인은 한식을 외면하고 있어요. 그동안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한식조리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한식조리인의 계보를 발굴하고 후배 양성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생각입니다. 흔히 외식업에서 프랜차이즈가 70%를 차지하면 조리인이 없어지게 된다는 통계가 있어요. 선배 조리인이 연구한 레시피와 조리법을 후배들에게 물려줌으로써 일본처럼 대를 이어 조리를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지요. 한식조리인의 하부구조가 무너진 이유는 젊은 조리인 대부분이 한식보다는 양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호텔 이외에는 한식을 하는 곳이 없는데다가 양식보다는 한식조리가 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사)한국음식조리인연합에서 하고 있는 일이 있으시다면….


“‘음식이 전 세계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어요. 한식을 세계화 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한식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연합회 차원에서 10월 10일을 ‘한식의 날’로 제정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어요. ‘한식의 날’ 제정을 위해 국민 100만명 서명 작업에 돌입했는데, 한식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이 동참하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지요.”

-한식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있다면?


“한식은 손맛이라고 합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뒤집어보면 한식이 표준화‧계량화 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이라는 말이지요. 게다가 양식은 국제어인 영어로 설명이 잘 되어 있는데 반해 한식은 영어로 표기가 되어 있지 않고 한식조리인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설명을 하지도 못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한식조리인이 되도록 교육하고 노력할 작정입니다.”

-마리한정식에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까?


“외국인이 많이 왕래하는 신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마리한정식에서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한지 실험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개성만두국을 비롯해 신선로, 갈비찜, 닭 겨자무침, 단호박 훈제오리찜 등 외국인이 좋아할만한 모던 한식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어요. 한정식 코스요리도 중요하지만, 전통 한식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맛을 가미해가는 모던 한식이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요? 특히 한식은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나기 때문에 무엇보다 후배 조리인에게 이 점을 강조합니다.”

-어떻게 한식과 인연을 맺었는지요?


“1970년 요리세계에 입문해 1975년 인천 올림포스 호텔을 거쳐 고급 술집 요정인 오지남과 명월관에서 한식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지요. 당시 피카디리 극장과 단성사 뒤편에 동남시장이 있었는데, 기생 10여명과 조리사가 한 팀이 되어 전국으로 3개월 단위로 팔려나갔어요. 강원 탄광지대를 비롯해 전남 여수, 강원 속초와 강릉, 양평의 군부대, 평택 미군부대 등을 돌아다녔어요. 평택은 미군부대를 드나드는 문관이 단골이었고, 양평은 군장교들이 단골이었고, 탄광지대에서는 ‘오늘은 살고 내일은 죽는다’는 광부들이 몰려들었어요. 손님들이 술을 먹으니 당연히 그 지역에서 나오는 제철 재료로 한식을 만들어 서비스했는데, 한정식은 수원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기억됩니다.”

강 대표는 건강식이기도 한 한정식을 ‘예절음식’이라고 표현했다. 먼저 죽이 나오고 입가심을 위해 야채가 나온 뒤 고기류가 들어가고 후식으로 한과, 다과, 차가 나오기 때문이란다.



-42년 요리인생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처음 요리를 연구하면서 보기 좋은 계란요리를 계발하기 위해 맥주컵에 계란을 넣은 다음 찜통에 넣고 쪘어요. 어머니께서 밥을 할 때 냄비에 계란을 풀어 찜을 하던 생각만 하고 계란이 든 맥주컵을 넣었는데, 갑자기 ‘다, 다, 다’하며 컵이 폭발하는 거예요. 머리가 쭈볏쭈볏할 정도로 혼이 났어요. 그때부터는 새로운 요리를 연구할 때 신중하게 준비하고 실험을 해요. 새로 만든 요리가 맛이 나면 그 다음에는 모양내기에 몰입을 하고, 거기까지 성공하면 레시피를 만들어 기록해둡니다.”

■ 집에서 따라해 보는 강석홍 조리장의 비법 2題


■ 신선로(1by1) 레시피

두부 20g, 너비아니 10g, 무 10g, 죽순 5g, 표고버섯 10g, 깐호두 3g, 밤 10g, 미나리 50g, 계란1EA, 은행 20g, 당면 10g, 양파 15g, 새우 2마리, 동태 20g, 곤약 5g, 잣 2g, 대추 3g, 홍고추 10g, 신선로 육수 1인분, 파‧양파‧무‧건고추‧배추 약간씩, 국물용 쇠고기 파지 약간





■ 신선로 조리법


신선로의 맛은 육수가 좌우한다. 먼저 국물용 쇠고기(양지와 잡뼈)를 물에 넣어 푹 삶아 건져 낸 고깃물에 건고추, 무, 양파, 파 순서로 투입하여 육수를 내고 파란 배추 잎사귀를 넣은 뒤에 천일렴 소금과 국간장으로 삼삼하게 간을 한다.


① 육수 국물을 끓이는 동안 두부는 작은 크기로 잘라 전분을 묻혀 튀겨서 준비한다.

② 너비아니 쇠고기는 얇게 저며 신선로 육수에 물엿을 약간 넣은 양념을 넣어 볶아서 준비한다.

③ 무는 작은 크기로 잘라 데쳐서 준비한다.

④ 죽순도 무와 같은 크기로 잘라 데쳐둔다.

⑤ 표고버섯은 1/4 등분하여 준비한다.

⑥ 미나리, 새우, 동태는 계란 흰자와 밀가루로 전을 부쳐 준비한다.

⑦ 당면은 불려두고 노란색 지단을 부쳐둔다.

⑧ 양파, 곤약은 작은 크기로 잘라 데쳐둔다.

⑨ 홍고추, 미나리전, 황지단, 은행을 제외한 재료를 모두 꼭꼭 눌러 담아놓고 윗부분에 미나리전, 지단, 홍고추 순서로 예쁘게 장식한 뒤 은행을 둘러 장식한다.

⑩ 만들어둔 신선로에 신선로 육수를 넣어 끓여낸다.



■ 단호박 훈제오리찜(1by1) 레시피


단호박 1개, 훈제오리가슴살 100g, 찹쌀 15g, 흑미 5g, 녹두 10g, 현미 15g, 대추 2개, 잣 10알, 깐 은행 5알, 머스타드소스



■ 단호박 훈제오리찜 조리법

① 먼저 찹쌀, 흑미, 녹두, 현미를 모두 씻어서 5분간 불린 뒤 압력솥에 넣고 20분간 찐다.

② 밥을 찌는 동안 단호박을 재단하여 찜기에 5~10분간 찐다.

③ 대추는 씨를 빼고 말아서 송송 썰어둔다.

④ 훈제오리 가슴살은 5㎜ 두께로 슬라이스 해둔다.

⑤ 단호박을 꺼내어 식힌 뒤 다된 잡곡박을 올리고 그 위에 훈제오리가슴살을 예쁘게 쌓아준다.

⑥ 세팅 된 단호박 훈제오리찜을 렌지에 5분간 데우고 대추, 잣, 은행으로 장식하고 머스타드 소스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