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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반값에 짓는다"명지대 개량한옥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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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반값에 짓는다"명지대 개량한옥 첫선




최근 한옥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건축비가 많이 소요되는 한옥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명지대 교수팀이 개량 한옥 건축법을 개발, 반값으로 한옥을 지을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옥대중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 김왕직 교수팀이 최근 선보인 개량 한옥은 건강함을 추구한 전통 한옥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한옥의 불편함을 개선하여 편리함과 안락함을 더한게 특징이다.

김왕직 교수는 “현장 공정을 대폭 줄이고 다양한 공법을 개발해 일반 건축업자라도 한옥을 지을 수 있게 함으로써 3.3㎡(1평)당 1200만원 하던 한옥을 반값으로 지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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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옥은 편리함과 안락함보다 건강함 추구

왕모래 이용한 반사광으로 높은 천장 밝게




▲ 명지대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은 “한옥은 공부하면 할수록 조상의 지혜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면서 “한옥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의미와 철학인 건강함을 신(新)한옥에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사진=홍정수 기자■ 인터뷰-김왕직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

한옥의 처마와 용마루가 주는 곡선의 아름다움에 취한 사람들이라면 한옥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한옥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림의 떡’이다. 최고급 아파트보다도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주택 성능은 아파트 수준으로 하면서도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명지대 김왕직 교수(51)가 이끄는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은 ‘반값 한옥’이 정답이라고 한다.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韓) 브랜드’를 세계화 시키기 위해 한식, 한글, 한복과 함께 시작한 한옥 대중화 프로젝트의 핵심도 바로 반값 한옥에 있다. 김 단장은 명지대 용인캠퍼스에 반값 한옥을 구현하기 위한 건축기술 검증용 ‘실험 한옥’을 짓고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 기숙사동 입구 부지에 △시공·성능 테스트동(연면적 126.72㎡) △전통한옥 성능 테스트동(69.12㎡) △부위별 성능 테스트동(34.56㎡) △유닛모델동(35.91㎡) 등 모두 4개동의 실험 한옥을 건축,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한옥과 신(新)한옥의 장점들을 비교하며 반값 한옥 실현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을 만났다. <

편집자 주




-먼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난 2009년 12월에 발족해 3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고, 이달부터는 4년차 연구에 들어갑니다. 2007년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韓)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옥을 대중화하고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개발을 통한 가격인하에 있다고 판단했지요. 전통 한옥을 분석하면 목공사가 40%, 기와공사가 20%, 창호공사가 25%를 차지하는 등 이 세 공정이 전체의 85%를 점유합니다. 이 세 공정에서 비용을 절감하지 않는 한 반값 한옥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저희 연구단은 다양한 시공법 개발을 통해 건축 공기(工期)를 절반으로 줄이고, 한옥전문가인 도편수가 아닌 일반 건축가라도 한옥을 지을 수 있도록 간소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한옥과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건축 재료와 건축 형태도 중요하지만 집을 구성하는 공간이나 건축을 만드는 철학이 더 중요합니다. 서양은 벽을 기준으로 해서 내외(內外) 공간 구분이 명료한 반면에, 툇마루가 있는 한옥은 열린 공간을 지향하지요. 건축학적으로 보면 분명히 외벽인데 내벽처럼 트여 있는, 내부공간도 외부공간도 아닌 완충공간이 한옥의 특징입니다. 특히 완충공간은 버려진 공간 같지만 앞에 위치한 자연이 집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자연과 사회가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단독주택은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중요한데, 아파트 구조로는 소통하기 힘든 반면에, 한옥은 소통이 가능하지요. 신(新)한옥으로 가더라도 이 같은 한옥의 공간적 해석을 살려나갈 생각입니다.”

-한옥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서양 건축이 안락함과 편안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면, 한옥은 건축의 목표를 건강함에 두었어요. 이렇게 목표가 다르니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예를 들어 서양건축을 대표하는 아파트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외공간이 구분되며 동선이 짧아 편리합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실내와 실외 공기가 40도의 차이가 나는데, 사람이 갑자기 찬바람을 쐬면 몸에 해롭게 되지요. 반면에 한옥은 마당에서 댓돌을 통해 툇마루로 올라가야 하고, 툇마루에서 다시 대청마루를 거쳐 방으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동선이 길어져 아파트에 비해 불편하긴 해도 한겨울 40도의 온도 차이를 긴 동선으로 완화시키는 건강함을 선사하지요. 저도 처음엔 우리 선조들이 건축을 안 배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건강함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편안함과 안락함을 그 다음으로 고려한 조상의 지혜였지요.”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한옥의 장점은 건강함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옥은 자연환경을 잘 이용함으로써 고기압과 저기압의 대류현상을 통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드는가 하면, 마당에 잔디 대신에 석비레(화강석이 풍화되면서 생긴 왕모래)를 깔아 햇빛이 반사되는 간접광으로 높은 한옥의 천장을 밝게 만들었다. 만일 직사광선을 들어오게 했다면 한옥의 천장은 어두웠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면 한옥의 단점은 없습니까?


“한옥의 단점이라기보다는 과거에 건축소재가 지금에 비해 풍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조선시대는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천연재료를 화학적‧물리적 가공 없이 사용했어요. 벽에는 흙에다 짚을 섞어 발랐는데, 갈라지거나 쓸리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었지요. 게다가 흙과 나무가 만나는 곳에는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원래 한옥이 그런 게 아니고 재료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구중궁궐의 경우 일반 한옥과 마찬가지로 흙벽을 쳤지만, 외벽에서는 목재로 망을 짜고 공기층이 떠 있게 해 단열층을 형성했어요. 그래서 신(新)한옥에서는 보수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겨울에 추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적인 건축재료로 시공하되, 한옥이 가지고 있는 건강성을 고려해 우리 몸에 닿는 벽 마감재를 황토 등의 친환경 소재로 하려고 합니다.”

-한옥은 육송(陸松)으로 지어야 근사하다고들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옛날에 육송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한 것일 뿐, 건축학적으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예전에는 한옥을 짓기 1~2년 전에 나무를 사두어 천천히 건조시킨 다음에 지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제재소로부터 바로 사서 하니까 덜 건조된 나무를 사용하게 되어, 비틀리고 수축되는 문제가 있어요. 원래 나무는 추분이 지난 다음부터 이듬해 2월 안에 베야 하는데, 요즘에는 1년 내내 베다보니 훨씬 목재에 변형이 많이 일어나지요. 신(新)한옥에서는 꼭 육송을 고집하지 않고 대체재로 느티나무, 낙엽송, 전나무 등을 사용하거나 단면(斷面)이 좁은 나뭇조각을 굵게 접착시켜 가열하여 압축한 집성목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육송으로는 한 해에 30평 기준으로 5000채의 한옥 밖에 지을 수 없다고 한다. 한옥이 대중화되면 육송은 모자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게 되고, 문화재 복원에도 모자라는 사태를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단은 내구성이 좋은 느티나무나 집성목으로 신(新)한옥의 기둥을 세우는 실험을 해왔다. 실제로 과거에도 사찰의 누각 아랫부분은 비바람이 많이 몰아치기 때문에 느티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값 한옥이 가능한지요?


“연구단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가격을 낮추는데도 무턱대고 낮출 수는 없어요. 한옥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아파트처럼 편리함을 동시에 선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격의 임계점이 있는데, 전통 한옥이 평당 1200만원이 소요된다면, 신(新)한옥의 경우 단독 한옥이면 700만원, 대단위 한옥이면 6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

-서양식 아파트는 고층화가 가능합니다. 한옥은 대부분 단층인데, 도시에서 적합할까요?


“한옥은 아파트처럼 무한정 높게 할 수는 없어요. 목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의 강도와 변형을 고려하면 최대 4~5층까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철물구조를 사용하지 않는 한 고층화는 불가능하고, 그래서 대도시보다는 도시 주변이나 시골에 대단위 한옥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통 한옥과 신(新)한옥을 비교하면 공기(工期)는 얼마나 단축되나요?



“전통한옥은 30평 기준으로 6개월이 걸리고, 신(新)한옥은 현장공정을 대폭 줄인 덕분에 3개월이면 끝납니다. 전통한옥은 원재료를 현장에 들여와 시작하지만, 신(新)한옥은 공장에서 목재를 주문하고 생산하여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지요. 목골조를 만드는데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고 내부 인테리어를 포함해도 길어야 3개월 정도 걸립니다. 시공도 한옥 전문가가 아닌 일반 현대건축업자가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지요.”


-한옥을 우리 문화로 받아들이고 살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한옥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해요. 한옥이 불편하고 춥다는 인식은 최근에 생긴 것이지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주택난이 심각했고, 그때 북촌한옥이 생겨났어요. 요즘 사람들은 북촌한옥을 한옥의 정형(定型)으로 알고 있지만, 북촌한옥은 사실 문도 홑겹인데다가 처마도 짧고, 화장실도 불편하는 등 전통한옥과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한옥의 원형대로 지은 한옥의 경우에는 그런 불평이나 불만이 나오지 않거든요. 한옥도 따뜻할 수 있고, 현대식 싱크대와 화장실 설비를 다 해놓아 불편함이 없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어요. 일반인들이 한옥을 답사할 때 문화재만 찾아다니는 것도 이런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한옥을 사랑한다면 한옥이 가진 공간구성이나 철학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전국에 산재한 한옥을 보시면서 가장 잘 지어진 한옥을 소개해주신다면?



“전통 한옥 가운데 충남 논산에 있는 윤증선생고택(尹拯先生故宅)과 경복궁 안에 복원한 건청궁을 추천하고 싶어요. 윤증선생고택은 공간계획이 뛰어나고 건청궁은 벽채와 천장이 이중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구조이지요.”


-한옥 대중화 프로젝트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내년에 은평구에 신(新)한옥으로 한 동 정도를 선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신(新)한옥에 대한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대단위 단지로 지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주 영어마을의 게스트 하우스 100채 가운데 1차로 30채를 한옥으로 짓기로 약속했지요. 3만6363㎡(1만1000평)에 100채의 한옥이 들어서면 아름답기도 하고, 많은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대중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종시나 동탄에 한옥마을을 본격적으로 짓고 싶습니다.”


김왕직 교수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한옥을 연구하고 지을 수 있는 인력을 키우고 실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한옥진흥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옥의 품질을 관리해주는 한옥인증센터와 한옥전문재료유통센터를 만들어야 하고, 대학의 건축학과에서도 서양 건축 중심의 교육에서 한국 건축 중심의 교육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