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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고공행진...엔화대출 기업 큰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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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고공행진...엔화대출 기업 큰 시름

3일 현재 환율 1454.56 기록
대출자들, 상환자금 부담 2배로 늘어 막막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최근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으로 대출을 갚을 길이 막막해졌다. 엔화대출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상환자금 부담이 두 배 이상 넘는 실정이다.

은행들도 엔화대출이 자칫 부실로 이어질까 노심초사여서 기업들에게 대출 문조차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3일 현재 100엔당 원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원99전 오른 1454.5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26일 1566원13전으로 전고점을 찍었던 원·엔환율은 올 들어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3월에 바닥을 치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6월1일에는 1509원59전을 기록 처음으로 100엔당 1500원을 돌파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엔高 현상은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유로존의 금융완화 정책기조 강화 전망 등으로 엔화의 선호도가 더욱 증대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되는 등 현재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엔고현상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우리, 하나, 외환, 국민, 신한 등 5개 시중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5535억 엔에 달한다.

엔高에 현상에 따라 원리금을 엔화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엔화 대출자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엔화대출은 리보(Libor)금리에서 외환채권 가산금리와 신용등급에 따른 개별 가산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엔화대출은 엔화 값 급등으로 대출 원금이 급증하면 대출자의 신용등급마저 떨어져 개별 가산금리마저 상승해 연 2.6%에 엔화대출을 받았다가 대출금리가 10% 가까이 오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자금줄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들에겐 엔화대출마저 단비가 될 수 있지만 은행들의 엔화대출 소홀에 볼멘소리만 나올 뿐이다.

지난 6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반월공단 중소기업대표자와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표자와 주요 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경영 현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한 중기 대표는 "지금이야 말로 금융권에서 엔화대출을 해줄때다"라며 "1000원할 때는 엔화대출을 해주고 1500원 일때는 대출이 안되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대출을 해주면 상당한 위기를 떠안을 수 있지만 환율이 안정될 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권 원장은 "엔화대출은 환율때문에 갚아야 하는 부분이 커진 것으로 본다"며 "갚아야 할 금액이 커졌으니 만기연장해서 분할 상환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외화대출은 환율 변동 때문에 리스크 부분에 대해선 연장을 통해 조금씩 나눠서 길게 갚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은행들은 엔화대출 시 환율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부담과 한국은행의 외화대출 규정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엔고현상으로 갚아야 할 금액이 커졌으니 만기연장해서 분할 상환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외화대출은 환율 변동 때문에 리스크 부분이 큰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엔대출 때에도 당시 환율이 높은 줄 알고 대출했는데 손해났던 것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