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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닮은 한식이 문득 나에게 말을 걸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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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닮은 한식이 문득 나에게 말을 걸어오다

외국인에게 “한식 드실 때 놋수저 사용해보실래요?” 권유



양식하다가 전통 한식으로, 이젠 한식에서 양식‧중식으로


음식 통해 건강 챙기도록 ‘실버푸드’에 큰 관심




▲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위치한 한식당 마루 서동환 조리장./사진=홍정수 기자
■ 한화호텔&리조트 FC부문 서동환 한식당 마루 조리장



-한식당 마루는 어떤 곳입니까?


“‘마루’는 ‘하늘이나 높은 곳’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최고, 꼭대기, 정상을 의미하지요. 박물관 안뜰의 아름다운 자연과 거울못에 비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고품격 한식당이 마루입니다.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있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양식당에서 한식당으로 바꾸었습니다. 주로 한정식 코스와 반상 개념의 음식이 나오는데,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과 어르신을 감안해 전통 한식과 한식의 특성을 살리되 현대 식문화를 가미한 요리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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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있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은데….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의 특성상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한식 세계화의 전초기지라고 생각하고 한식의 고유한 맛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의 식자재를 가지고 전통 방식대로 요리를 해 외국인에게 주면 외국인들은 약간 거부감을 가지더라구요. 그래서 한식이라는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약간 변형을 가합니다. 따라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국 전통을 고수하되, 일부 소스를 포함한 식자재의 현지화가 필수이지요. 한식 조리사가 해외에 많이 진출해 현지에서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한식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식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서동환 조리장이 한식을 완전히 버리고 현지화 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각 나라의 재료로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계발할 때 한국적인 모습을 담아내면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적인 모습이란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장(醬)문화를 말합니다. 외국의 어떤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한국 전통의 장문화를 가미하면 한식이 될 수밖에 없어요. 외국인들은 한식 가운데 잡채와 불고기를 선호하는데, 주재료인 당면을 우리 것으로 쓰되,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전략이지요. 베트남 정부에서 세계화를 위해 대단히 노력을 기울인 쌀국수보다 잡채가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의상디자인과 회화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 어떻게 요리를 하게 됐나요?


“고등학교 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겉멋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의상은 아버님이 하셔서 관심을 가졌고, 재미있는 그림을 보여주면 여학생이 졸졸 따라다녔지요. 그런데 홍대 미대에 시험을 쳤으나 보기좋게 떨어졌어요. 그러나 회화, 의상디자인, 그리고 음악 등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청소년 시절의 감성이 요리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후배 조리사에게 요리를 잘하고 싶다면 요리에만 파묻혀 살지 말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라고 권유합니다.”

한국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여백의 미(美)다. 서 조리장은 이 같은 한국화의 특징인 여백의 미를 요리의 세계에 도입해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한식의 여백의 미는 요리를 다 한 다음에 접시에 장식할 때 구현합니다. 옛날에는 음식을 소박하면서도 푸짐하게 담았다면, 저는 여백의 미를 살려 한 접시에 몇 가지 포인트만 놓고 그대로 둡니다. 말하자면 메인 요리를 적당한 위치에 놓은 다음, 소스와 메인 요리에 걸맞은 야채로 장식하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기는 것이지요. 그때 요리를 담아내는 접시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 한식당 마루 조리사들과 함께 한 서동환 조리장.-1996년 레스토랑 오페라에서 양식을 만들다 한식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처음엔 양식에 매력을 느껴 양식으로 요리세계에 입문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요리를 하다보니까 양식을 너무 빨리 습득해서 1년 만에 주방장이 되었어요. 잘난척하는 것 같지만, 양식에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우리 생활의 바탕이 되는 한식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전통 요리를 배운 뒤 일식‧양식‧중식을 해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한식도 양식처럼 손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는데, 막상 요리를 해보니 한식은 끝이 없어요. 재료가 너무 다양한데다가 재료의 특성에 따라 음식이 바뀌고 간장‧된장‧고추장에 의해 맛이 180도 바뀌는 거예요. 잠시 한식에서 발을 뺀 적이 있는데, 양식과 중식과 일식은 금방 싫증이 나 다시 한식으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양식과 한식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지요?


“양식이 레시피와 조리법에 의해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음식이라면, 한식은 꼭 재즈음악처럼 즉흥성이 가미된 정형화하거나 규정화할 수 없는 음식이에요. 그것이 한식의 매력입니다. 소스를 약간만 바꾸어도 맛이 확 달라지고,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는 야채나 풀도 무궁무진해요. 제가 고민하는 건 어떤 재료든 간에 상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음식의 궁합이지요. 예를 들어 맥적구이는 돼지 목살을 된장소스로 양념하고 그릴로 구워내는데, 가지와 호박을 함께 구워서 내게 되면 야채가 고기의 기름을 흡수하게 됩니다. 이런 것이 음식의 궁합이지요.”

서 조리장은 한식을 ‘신이 내린 음식’이라고 강조한다. 우주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한식도 일정하지 않고 약간씩 변화를 주면서 우리 몸에 맞도록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2002년부터 10년 간 보현재에서 조리실장으로 근무하셨는데….


“보현재에서 근무하는 10년 동안 외국인이 많이 찾아와 나름대로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항상 음식의 포인트를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려고 했지요. 일본인에게는 약간 단 음식을, 중동처럼 더운 지방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짠 요리를 접대하곤 했어요. 한식이라는 큰 테두리에서는 벗어나지 않지만, 외국인이 사는 나라의 기후와 특성을 고려해 조각 형태로 음식을 내지요. 조금씩 변형시킨 요리법만 500가지가 넘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조리법은 비슷하나 한국소스와 서양소스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둘을 합쳐서 사용하지요. 지금까지 제가 만들고 사용하는 소스만 30여종이 넘어요.”

서 조리장은 ‘음식은 답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다양하게 개발한 500가지의 음식에 대한 레시피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중요한 건 기본기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음식이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후배들에게 늘 기본기를 가지라고 이야기 합니다. 기본기가 있어야 여러 가지 음식을 파생시킬 수 있으니까요. 요리에서 기본기는 식재료의 맛에 충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소스는 하나의 포인트에 불과하고 식재료 그 자체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요리에서의 기본기이지요. 한국 나물은 독특한 향이 나는 것이 많은데, 소스를 너무 강하게 하면 그 맛을 잃게 됩니다. 모든 일에서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처럼 요리에서도 식재료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지요.”



-최근 발족된 국립중앙박물관 식음매장 서포터즈는 어떤 일을 하나요?


“원래 국립중앙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양식당이 들어섰어요. 김영나 신임 국립박물관장이 부임하시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양식보다는 한식이 어울린다며 양식당을 한식당으로 바꾸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손님들이 마루가 양식당인줄 알고 오고 있어, 한식당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포터즈를 만들게 되었어요.”


-서 조리장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저의 보물은 가족입니다. 가정이 편안해야 즐겁게 요리를 하고, 신나게 손님을 접대할 수 있으니까요. 일터에 별을 보며 와서 달을 보며 들어가는데, 가족이 이해를 해주지 못하면 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이 인터뷰가 있기 전에는 내 가족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네요.(웃음) 약간 살이 찐 집사람에게는 한천과 곤약을 재료로 한 다이어트 요리를 해주고 아이들에게는 성장에 필요한 음식을 해주고 싶어요.”




-‘음식은 예술이다’고 합니다.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거창한 말보다는 음식 만드는 것 자체가 예술 아닌가요? 음식에 대해 잘 알면 그게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음식에는 혼이 담겨 있어야 하고요. 특별히 예술적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요리를 하는 과정에 혼을 불어넣고 요리를 하는 과정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면 음식이 곧 예술이 된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따라해 보는 서동환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맥적구이



■ 서동환 조리장의 맥적구이 레시피



돼지목살 100g, 재래된장 15스푼, 양파 1/2, 가지 1EA, 애호박 1EA, 참나물 약간, 영양부추 약간(이상 주재료), 간마늘 3스푼, 생강즙 약간, 통깨 약간, 후추 약간, 올리고당 15스푼, 요리술 15스푼, 참기름 2스푼(이상 부재료)



■ 맥적구이 조리법



① 돼지 목살에 칼집을 낸다.

② 된장에 간마늘, 생강즙, 통깨, 후추, 올리고당, 요리술, 참기름 등의 부재료를 혼합하여 된장소스를 만든다.

③ 칼집을 낸 돼지 목살에 위에서 만든 된장소스를 바른다.

④ 그릴이나 팬에 된장소스로 양념한 돼지 목살을 굽는다.

⑤ 가지, 애호박, 양파를 그릴 또는 팬에 구워 준비한다.

⑥ 그릴에 구운 돼지 목살과 함께 가지, 애호박, 양파를 접시에 담은 후 참나물과 영양부추로 마무리한다.



■ 맥적구이 포인트와 조리시간



맥적구이의 포인트는 직화와 된장소스에 있으며, 조리시간은 약 20분간이다.




♠ 버섯과 소면(가을향기)



■ 서동환 조리장의 버섯과 소면 레시피



송이버섯 2EA, 느타리버섯 6~8EA, 표고버섯 1EA, 능이버섯 2~4EA, 소면 10g(이상 주재료), 양파 10g, 청량고추 1~2EA, 참기름 2스푼, 올리브유 2스푼, 후추 약간, 물 500㎖, 로즈마리 1EA(이상 부재료)



■ 버섯과 소면 조리법


①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능이버섯을 손질한다.

② 소면을 삶아 얼음물로 빨리 씻는다.

③ 각종 버섯을 올리브유 향신장 후추를 넣고 팬에서 볶는다. 마지막 마무리로 참기름을 첨가한다.

④ 다시육수에 양파, 청량고추와 같이 끊인다.

⑤ 소면을 제일 밑바닥에 깔고 그 위에 버섯을 올려놓은 다음, 다시육수를 부어 세팅한 후 꽈리고추와 로즈마리로 아름답게 장식하면 완성된다.



■ 버섯과 소면 포인트와 조리시간

버섯과 소면의 포인트는 가을향기를 느끼게 하는 버섯향을 살려내는 데 있으며, 향신장과 다시육수가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