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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紙로 음식 포장해 내면 외국인들이 오래도록 기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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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紙로 음식 포장해 내면 외국인들이 오래도록 기억하죠"

2~3년 내에 토속음식 다음 전문점 시대 올 것


"한국대표하는 요리사 되려면 장(醬)은 담글줄 알아야 "

▲ 요리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기획과 마케팅에 남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상상마술 김창덕 조리장. 그는 “보기 좋은 음식을 넘어 ‘이게 무슨 요리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보고 나서는 놀라게 하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상상마술 김창덕 황토궁 조리장 인터뷰

-삼성동 한정식 황토궁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글 한옥 한지 한식 등 네 가지가 우리 문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한식은 전통 한옥에 잘 어울립니다. 서울의 중심지인 삼성동에 한옥으로 지은 황토궁은 밑반찬으로 주던 전통 음식을 현대적인 코스 요리로 만들고 여기에 안성 한우를 주 메뉴로 내놓고 있어요. 일반 패밀리레스토랑에서는 메인 메뉴 하나와 반찬이라고도 할 수 없는 피클, 단무지 등을 먹고 와도 ‘아! 잘먹었다’고 하지만, 한정식집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먹고도 잘먹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메뉴에다 특별히 포인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인데, 황토궁에서는 이것을 감안해 안성한우의 맛있는 부위 100g을 요리해 손님들에게 내놓습니다. 문을 연 지 1년 밖에 안 되었지만 많은 외국인이 찾아와 한식의 우수성에 매료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황토궁은 제대로 된 코스 요리 이외에도 특별하게 5000원짜리 안성국밥이 있는데….


“안성국밥의 기원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황토궁이 고객들에게 안성한우를 제공하고 있기에 요리사로서 저는 안성국밥을 현대에 되살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수차례 안성시장을 돌며 안성국밥의 맛을 체크하고, 현대인에게 어떤 맛으로 다가가게 할까를 고민했어요. 안성국밥이 60년에 가까운 전통이 있음에도, 계속 음식문화로 이어져 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진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해서는 안 되기에, 2012년에 맞는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샐러리맨에게 주머니 걱정 없이 점심 한끼를 해결할 수 있게 해서 기분이 좋고, 전통음식을 오늘에 맞게 되살렸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어요.”



-전통 한식이라기보다 퓨전 한식이 아닌가요?


“외국인에게 격조 있게 한식을 보여주자는 게 황토궁 식구들의 목표입니다. 전통 한식을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고객의 입맛에 맞추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양식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전통 한식 재료를 사용하고, 한식문화의 핵심인 직접 담근 장(醬)을 사용하고 있어요. 장은 엄선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에서 콩을 직접 재배해 발효시켜 사용할 작정입니다.”

-김 조리장 앞에는 ‘상상마술’이라는 닉네임이 따라 다닙니다.


“25년간 요리를 해온 내가 나한테 한번 물어봤어요. ‘내가 요리사로서 어느 위치에 서 있나?’ 하고요. 제 자신을 검증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한식업계의 대표 열두 분이 저에게 강의를 요청해왔어요. 그래서 ‘상상마술 쿠킹 클래스’를 열었지요. 제가 찾아간 게 아니라 제가 만든 음식을 보고 찾아와서 너무 좋았어요. 한 달에 두 번 2년간 강의를 했는데, 반응이 좋아 대학에서도 서너 번 강의를 했습니다. 그때 붙여진 이름이 ‘상상마술’입니다.”

김 조리장은 옛것을 지키되 현대적인 맛, 스타일, 꾸밈새 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한식의 깊은 맛에 도달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100만원이 넘는 외국의 요리책을 보면서 상상하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음식회사에서 메뉴개발팀장으로 있으면서 한 달에 15~20개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음식에도 유행이 있는데, 지금은 어떤 음식이 유행인가요?


“10여 년 전에는 퓨전음식 바람이 불었고, 그 다음에 토속음식이 바통터치를 했어요. 현재는 산들에, 이천 쌀밥집, 토속촌, 엄마가 만든 돌솥밥 등 토속음식점들이 번성하고 있지요. 요리를 담는 그릇도 퓨전음식이 유행할 때는 도자기 작가들이 예쁘게 만든 도자기가 나왔고, 지금은 예쁜 도자기 대신에 옹기나 투박한 도자기가 나오고 있어요. 토속음식을 예쁜 도자기에 담으면 안 어울리기 때문이지요.”

김 조리장에 따르면 토속음식에는 단점이 있다. 시쳇말로 ‘한 상’을 주는 토속음식은 많이 팔아야만 겨우 유지되기 때문에 인건비와 식자재 비용을 맞추기 힘들어 2~3년 내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전통 토속음식점을 가면 요리만 28가지가 나오는데, 이렇게 해서는 반찬이 거의 나오지 않는 패밀리레스토랑과 경쟁을 하여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2~3년 내 토속음식점이 문을 닫고 나면 다시 전문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스 요리로 나오는 한정식이 아니라 단품으로 나오는 한식이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패밀리레스토랑의 마케팅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외국에서 유학한 요리사들이 한식의 기본인 김치나 장(醬)을 담글 줄도 모르면서 국적 없는 퓨전한식을 내놓는데, 그건 아니다, 싶어요. 퓨전한식을 하든, 전통한식을 하든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사가 되려면 최소한 장(醬)이나 김치는 담글 줄 알아야 하지요.”



-25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이자 푸드매니저 강사로 활동하셨는데….


“지금은 강의를 하지 않아요. 처음 강의한 목적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그리고 제 노하우를 쓸 수 있을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강의를 했을 뿐이죠. 지금도 강의 대신에 사장이 필요한 음식에 대해 무료로 조언을 해줍니다. 돈을 받지 않고 해주지요. 돈을 받고 하면 투기가 되고, 순수하게 조언을 해주면 투자가 되지요. 진짜로 뭘 배우고 싶어하면 레시피를 다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레시피보다는 그 요리를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음식에 생명을 불어넣고 김 조리장만의 창조적인 스타일과 혼을 담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는데요.


“직급이 올라가면 책임이 따르고, 그에 따라 음식을 막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갖고 요리를 한다는 의미이지요. 음식에 혼을 불어넣는다는 건 조리사의 마음의 자세이지, 요리를 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 음식을 고객이 맛있게 드시도록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한식의 기본인 손맛에 재미와 상상,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있다면….


“한지로 음식을 포장하여 외국인이 놀라게 하죠. 외국인이 이 한지 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상상하다가 풀어보고는 크게 놀랍니다. 한지로 갈비를 비롯해 생선이나 스테이크를 쌉니다. 물론 소스가 묻지 않도록 감안해서 포장을 하고, 드실 때는 먹기좋게 종업원이 풀어줍니다. 한식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지를 사용하고, 한옥으로 된 황토궁에 까지 오게 됐으니…. 이게 운명인가 봅니다.”

-요리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습니까?


“일단 내가 무엇을 할까, 하고 먼저 설정을 해요. 요리보다는 설정을 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려요. 그 다음에는 요리메뉴를 많이 개발해 봤기 때문에 살을 갖다 붙이고, 요리를 하면 새로운 요리가 탄생합니다. 늘 보다 싼 식자재,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고민합니다.”



-컴퓨터로 표준원가 레시피를 만들어 김 조리장만의 책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보편화 되어 새로울 게 없지만 10년 전만 해도 컴퓨터로 레시피를 정리하는 건 생소했지요. 제가 노트북을 들고 다닌 지 15년이 됐고, 파워포인트로 계획서를 세우거나 엑셀로 원가관리 프로그램과 손익계산서를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대부분 요리사들은 공책이나 휴대폰에 레시피나 아이디어를 적어놓을 뿐 노트북에 정리를 잘 하지 않아요. 저는 원가관리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직접 만들었으니 한편으론 대견하고, 한편으론 괜한 고생을 한 것 같아 웃음이 나왔어요.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노트북도 두 대나 망가뜨렸지요.”

-한정식집을 두루 거친 후 ㈜Kood본사 메뉴개발팀장을 지내셨는데, 어떤 메뉴를 개발하셨는지요?


“한 달에 20가지 메뉴를 개발했어요. 컴퓨터 안에 당시 했던 것들이 모두 일목요연하게 저장돼 있어요.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장식했는지, 그리고 접시에 어떻게 담았는지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놓았지요. 계절별로, 유행별로 찬 음식과 더운 음식, 전채와 애피타이저 등과 함께 한지 또는 산에서 나오는 싸리 등을 활용해 어떻게 포장할지도 다 고민했어요. 한식세계화 바람이 불 때 미국으로 진출하려고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실행으로까지는 옮기지 못했어요.”

/글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



※집에서 따라해 보는 김창덕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날치알 대하


■ 김창덕 조리장의 날치알 대하 레시피



대하 4마리(4인분), 날치알 100g, 홍고추 20g, 대파 30g, 전분 10g(이상 날치알 양념), 간장 65㏄, 물 100㏄, 설탕 85㏄, 고추장 100㏄, 레몬식초 1T, 레몬쥬스 1T, 참기름 1T, 마요네즈 200㏄, 고추기름 100㏄(이상 대하소스)


■ 날치알 대하 조리법


① 대하는 배를 갈라 등을 펴서 소금과 후추를 뿌려 밑간을 하여 둔다.

② 손질한 대하에 양념을 한 후 프라이팬에 익혀서 먹기 편하게 껍질을 작업한다.

③ 대하 위에 올릴 날치알 양념과 대하소스를 만들어 준비한다.



■ 대하소스 만드는 법


간장, 물, 설탕, 고추장, 마요네즈, 고추기름 등의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레몬식초, 레몬쥬스, 참기름을 넣어 완성한다.



■ 날치알 양념 만드는 법


대하 위에 올리는 날치알 양념은 날치알 100g 기준으로 홍고추와 대하를 곱게 다진 뒤 프라이팬에 볶다가 날치알을 넣어 볶아서 전분으로 농도를 맞추어 식혀서 냉장보관하여 사용한다.



♠ 떡 구절판



■ 김창덕 조리장의 떡 구절판


찹쌀가루 65㏄, 멥쌀가루 35㏄, 설탕 10㏄, 소금 1㏄, 단호박가루 10㏄, 흑임자가루 10㏄, 참기름, 당근 50g, 오이 50g, 홍게살 50g, 새우 50g, 마른표고버섯 50g, 홍두께 50g, 우엉 50g, 지단 50g(이상 원재료), 망고캔 200g, 솔표겨자 100g, 설탕 200g, 소금 20g, 식초 50㏄, 레몬즙 10㏄(이상 망고겨자소스 재료)


■ 떡 구절판 조리법


① 찹쌀가루, 멥쌀가루, 설탕, 소금 순서대로 모두 혼합한 다음 믹싱볼 2군데로 나누어 흑임자가루, 단호박가루를 각각 믹싱볼에 나누어 혼합한 다음 물을 넣어 거칠게 반죽한다.

② 찜 속에 면포를 깔고 혼합한 가루 2종류를 넣어 12분간 중간세기의 불에 찜한다.

③ 찜 속에서 쪄낸 떡반죽은 얇게 밀대로 밀어 참기름을 바른 다음, 틀을 이용하여 모양을 만든다.


■ 망고겨자소스 만들기와 겨자 발효시키기


망고캔은 믹서기에 곱게 갈아 발효시킨 겨자, 설탕, 소금, 식초를 넣어 완성한다. 또 봉지 겨자는 뜨거운 물과 혼합하여 뒤적뒤적한 다음 밀봉하여 4~5시간 후 사용한다.


■ 구절판 야채 준비하기


① 오이와 당근은 가늘게 채를 썰어 식용유를 두르고 소금간을 하여 식힌다.

② 마른 표고버섯과 우엉은 물에 불린 다음 가늘게 포를 떠서 참기름, 간장, 설탕을 넣어 볶아 식힌다.

③ 홍게살은 찢은 다음 가늘게 다듬어 사용한다.

④ 계란은 노란색만 부쳐서 사용한다.

⑤ 새우는 살짝 데쳐서 얇게 저며서 사용한다.

⑥ 홍두께는 가늘게 채를 썰어 간장, 된장, 설탕, 마늘에 볶아 식혀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