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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음식, IT보다 더 큰 고부가가치 낳을 황금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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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음식, IT보다 더 큰 고부가가치 낳을 황금거위”

"山野草木은 약으로 쓰면 보약이 되고, 식재료로 쓰면 약밥상이 됩니다"




"음양오행으로 고객의 몸에 맞는 약밥상 제공할 터"




▲ 사진=홍정수 기자■ 파주 프리스틴밸리 오복만 골프장 조리장 인터뷰


-일반 식당과 골프장 식당은 좀 다를 것 같은데….


“일반 식당과는 달리 골프장 내에 있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려고 노력하지요. 봄에는 파릇파릇하게 올라오는 나물로 상차림을 하고, 무더운 여름에는 면과 덮밥으로 시원하게 먹을 수 있게 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전어, 대하구이, 송이버섯 등을 상에 올리고, 겨울에는 굴밥, 꼬막 무침 등 해산물 요리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일도 계절에 맞게 계속 교체를 해주는 등 골프장에서 계절마다 나오는 제철 식재료로 고객에게 접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라 특별히 신경을 써는 부분이 있다면?


“파주 프리스틴밸리는 18홀의 대중골프장입니다. 하루에 적게는 250명부터 많게는 350명씩 찾아옵니다. 대중골프장이어서 회원제 골프장과는 다르게 상류층에서부터 중류층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다양해 신경이 많이 쓰이지요. 대중골프장은 좀 있는 사람과 보통사람을 모두 고려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가 납니다. 늘 이 부분이 조심스럽습니다.”

-유망 유도 선수에서 요리사로 변신했는데 어떻습니까?


“런던올림픽 때 유도 선수가 경기를 하는 걸 보면서 특별히 부러운 건 없었지만 오심이 나올 땐 정말 속상했어요. 젊은 시절 유도하던 열정을 지금은 요리에 쏟아붓고 있고, 요리를 하는 게 더 좋아요. 소설을 읽어도 머리에 안 들어오는데, 요리책을 보면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걸 보면 요리가 천직인 셈이지요.”

오 조리장은 중학교 시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한 번 그림을 그리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림그리기에 몰입했고, 운동이 좋아 유도를 선택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한 나머지 인생의 목표를 나쁜 사람을 잡는 형사로 잡았지만, 용인대 유도학과에 다니던 중 가정형편 탓에 군대에 갔다가 온 후 진로를 바꾸었다. 바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군 제대를 한 스무세 살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집에서 빈둥빈둥 하니까 어머니께서 사촌형과 매형이 호텔요리사로 있으니 요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지요. 포천 일동에서 동마장터미널을 거쳐 어렵사리 수원에 도착해 막일을 하며 경기요리학원을 다녔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격증을 따자는 생각에 온양그랜드파크호텔에 취직했어요. 다른 요리사에 비해 늦은 나이에 요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3년 동안은 새벽 5시에 나와 새벽 2시까지 쉬지 않고 요리를 배웠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다른 요리사들이 7년간 노력해야 오를 수 있는 수준에 3년 만에 도달했고, 1990년에는 한식요리사 자격증을 땄어요. 요즘에는 다양한 식재료를 업체로부터 공급받지만 그 당시에는 소시지부터 훈제 오리에 이르기까지 직접 다 만들었어요. 심지어 요즘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아시나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기도 했지만, 그때는 안목이 없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요.”



-양식 조리사에서 한식 조리사로 어떻게 방향을 바꾸셨습니까?


“여주한일CC(현 솔모로CC)에서 대한항공 회장 등 VIP를 전담하게 되면서 한식조리를 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조리사 대부분의 꿈이 훗날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는 것인데, 양식당을 차리려면 엄청난 종자돈이 필요하고 한식당은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방향전환에 영향을 미쳤지요.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한식 요리 자체의 매력에 푹 빠져 정말 한식요리사가 된 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을 하면서 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식 요리사와 더불어 한식을 더욱 발전시켜 세계에 알리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오 조리장의 평탄한 요리인생은 자신의 꿈이었던 한정식집을 하면서 커다란 평지풍파를 만났다. 1억7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빚지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몇 번이나 했다. 목욕탕에서 생활하며 맑은 날에는 밖으로 나가 막일을 하고, 비오는 날이면 며칠씩 목욕탕에 웅크리고 앉아 물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고 한다.

“용기를 내어 낮에는 한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티코 한 대를 사서 전병을 싣고 팔러 다녔어요. 그런데 자존심 때문에 처음에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며칠이 지난 뒤에는 차에서는 나왔지만 용기가 없어 영업집에는 못 들어갔어요. 그 다음에는 오기가 생겨 영업집에 들어가 손님에게 전병을 시식해보라고 권하며 반 강제적으로 팔았어요. 6년 동안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에 겨우 빚을 다 청산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하루 3시간도 못 자고 고생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세계사이버대에서 약용건강식품을 전공했는데….


“앞으로 평범한 요리로는 생존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남과 무엇인가 다른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방 약용을 선택해 공부했지요. 좀더 공부를 진척시키기 위해 경희대나 원광대에서 공부를 더해볼 생각입니다. 음양오행이나 음식과의 상관관계를 배우고 나면 제가 모시는 고객에게 더 큰 건강을 선물로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몸이 아파서 먹는 산야초목(山野草木)을 음식으로 만든다면 그 요리는 바로 약과 다름없지요. 특히 지구온난화, 스트레스 등 현대 문명이 낳은 각종 질병도 음식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용식재를 접목한 음식이 미래 음식산업의 핵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식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요. 한식은 우리 산과 들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풀을 다 요리로 해서 먹을 수 있는데다가, 거기에 사람의 체질과 음양오행을 접붙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약밥상을 만들 수 있지요. 그것이 한식의 매력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건강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고 있어 앞으로 약용음식이나 건강식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따라서 약용음식은 IT경제보다 더 큰 고부가가치를 낳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요리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습니까?


“자연이 요리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소나무 한 그루를 보면 문득 요리와 관련된 영감이 떠올라요. 그때 바로 메모를 해두고, 음식과 소나무를 연결시켜 보지요. 한국음식은 탕 종류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의 눈에 보기에는 장식성이 부족할 수도 있어서 자연에서 피어나는 꽃과 열매를 보면서 보기에 좋은 장식을 늘 생각합니다. 또 음식이 맛있다는 식당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가 먹어본 후 좋은 부분은 취하고 나쁜 부분은 버리지요. 제 관심이 약용음식에 있기 때문에 산과 들에서 나는 풀을 뜯어다가 설탕이나 식초에 담가보기도 합니다.”

-특별히 개발해 놓은 약용음식이 있다면….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내놓을 수준은 안 되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청심국제병원에 근무하면서 암과 아토피를 예방하는 식단을 짜보기도 했어요. 예컨대 어떤 아토피 환자는 생과일을 먹으면 바로 반응을 하기도 해요. 그런 환자에게는 과일을 냉동으로 얼려놓았다가 아이스로 제공하고, 기름에 민감한 환자에게는 기름 대신 물로 볶음으로 해서 주거나 약채소를 갈아서 환부에 바르기도 합니다.”



-간단히 체질에 맞는 음식을 이야기해주세요.


“마는 위에 수분을 공급해주기에 좋고, 단호박은 부종을 없애는데 좋고, 더덕은 양기가 넘치는 사람의 흥분을 가라앉혀 줍니다. 또 신장이 나쁜 사람은 검은콩과 흑임자를 갈아서 먹으면 좋습니다.”

-오 조리장에게 가장 인상 깊은 요리가 있다면?


“지난해 중국 심양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어요. 중국은 해산물을 활용해 약용식품을 많이 선보였는데, 저희보다 약용음식에 대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한국의 돼지삼겹살을 대추, 구기자, 된장 등을 활용해 약용식품으로 만들어, 운이 좋게도 세계레스토랑협회 회장상인 특금장 상을 받았어요.”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십니까?



“예전에 운동을 좋아했고, 현재 골프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골프를 하지 않나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골프나 운동보다는 요리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요리책을 보거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요리를 보며 연구합니다.”


오복만 조리장은 이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날 부친상을 당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그이지만, 인터뷰를 위해 병원에서 프리스틴골프장으로 달려오는 프로정신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인터뷰와 독자들에게 선보일 요리 두 가지를 하는 동안 슬픔을 가슴에 새겼던 그는 평소 부친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시원한 단호박 비빔냉면 한 그릇을 만들어 영전에 받치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



※집에서 따라해 보는 오복만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단호박 비빔냉면




■ 오복만 조리장의 단호박 비빔냉면 레시피


단호박 1/2개, 무 30g, 청오이 30g, 치자단무지 20g, 감자 100g, 배 30g, 삶은 계란 30g, 고은고추가루 5g, 설탕 10g, 식초 5g, 간장 10g, 간마늘 10g, 우유 20g, 버터 5g, 소금 10g, 참기름 5g, 사과 15g


■ 단호박 비빔냉면 조리법


① 감자칼로 단호박의 껍질을 벗기어 반으로 자른 다음에 씨를 발라내고 칼로 테두리에 칼집을 낸다. 그후 소금과 황설탕을 뿌리고 예열된 오븐기의 스팀온도 100도에 15분간 조리하여 냉장고에 차게 식혀 준비한다.

② 청오이와 무는 얇게 썰어 설탕과 소금으로 절여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며 치자단무지도 길게 채썰어 준비한다.

③ 감자는 껍질을 까서 삶아 우유와 소금, 설탕, 버터를 믹서기에 넣어 믹스하여 감자퓨레를 준비하고 배도 껍질을 까서 얇게 썰어 준비한다. 계란은 15분간 삶아 준비한다.

④ 비빔냉면 양념은 고은고추가루, 설탕, 식초, 간장, 간마늘을 분량대로 희석하여 준비한다.

⑤ 일부 단호박을 삶아 꿀과 간장, 소금양념을 하여 냉동고에 얼려 단호박 샤벳을 준비한다.

⑥ 오목한 요리접시에 감자퓨레를 깔고 그 위에 차게 식혀놓은 단호박을 얹는다. 그리고 삶은 냉면을 얼음물에 깨끗이 씻어 비빔냉면의 양념에 버무리고 단호박에 담은 다음에 청오이, 무, 치자단무지의 재료를 보기좋게 세팅하고 배와 치자단무지, 그리고 삶은 계란을 그 위에 얹는다.




■ 단호박 비빔냉면 포인트


단호박 비빔냉면은 감자퓨레와 삶은 단호박을 양념하여 얼린 후 샤벳을 만드는 게 포인트다. 냉면을 먹고나서 단호박과 남은 매콤한 냉면양념과 감자퓨레를 곁들여 먹으면 좋다.



♠ 두부 산약볶음과 돈삼겹수육




■ 오복만 조리장의 두부 산약볶음과 돈삼겹수육


두부 200g, 마 160g, 돈육삼겹살 600g, 된장 60g, 마늘 30g, 생강 20g, 월개수잎 5장, 영양부추 60g, 양파 600g, 적채 40g, 깻잎 8g, 당귀잎 8g, 된장 40g, 설탕 20g, 블루베리홍초 30g(된장, 설탕, 블루베리홍초는 된장 소스용), 참기름 10g, 잣 20g, 블루베리홍초 50g, 감자전분 20g, 꿀소스 20g


■ 두부 산약볶음과 돈삼겹수육 조리법


① 두부는 모양대로 두께 1.5㎝로 썰고 산약(마) 껍질을 벗기고 1.5㎝ 크기의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끓는 물에 삶는다.

② 돈육삼겹은 5㎝ 넓이로 길게 잘라 된장, 마늘, 생강, 월개수잎으로 8시간 동안 재워놓는다.

③ 압력솥에 양파를 얇게 썰어 깔고 된장에 재워놓은 돈육삼겹을 올려놓고 20분간 조리한다.

④ 영양부추는 깨끗이 씻어 4㎝ 길이로 썰고 양파와 적채는 얇게 슬라이스 하고 깻잎과 당귀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⑤ 된장, 설탕, 블루베리홍토를 섞어 된장 소스를 준비하고 잣도 다져놓는다.

⑥ 압력솥에 조리하고 남은 육수에 굴소스를 첨가하여 약간의 전분으로 소스를 만들어 준비하고 조리된 수육을 준비된 소스에 한번 더 조리한다.

⑦ 두부는 전분 가루를 묻혀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지져 1.5㎝로 썰고 마는 달구워진 기름에 튀겨낸다.

⑧ 식용유를 달궈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튀긴 두부와 마를 넣어 볶고 ⑥의 소스를 넣어 볶은 다음, 참기름을 첨가한 후 요리접시 가운데 보기좋게 담고 베이비 채소를 얹는다.

⑨ 블루베리 홍초를 약한 불에 끓여 전분처리하여 소스를 준비한다.

⑩ 조리된 삼겹살을 1㎝ 두께로 썰어 요리접시에 세워 담고 영양부추, 양파, 적채, 당귀 등의 야채를 된장 소스에 버무려 삼겹살 수육 옆에 가지런히 담고 블루베리 홍초 소스를 뿌리고 잣 가루를 뿌려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