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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구구데이는 있는데 왜 한식의 날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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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구구데이는 있는데 왜 한식의 날은 없나요?"

“우리 음식의 재발견 후 한식 세계화로 나가야”




전채-본요리-후식이라는 공식으로 한식 표준화 시급

다양한 한식 소스 개발해 샐러드와 요리에 드레싱 유행시켜




▲ 바달비 한정식의 손승달 대표/사진=홍정수 기자평범한 요리사에서 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바달비 손승달 대표(48)의 감각은 남다르다. 일식 샤브샤브에 한식요리를 접목시켰는가 하면, 한정식 코스요리의 공급가격을 서민의 눈높이로 낮춰 접대나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부담없이 바달비를 찾게 만들었다.

특히 한정식 바달비에 온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난 후 한결같이 하는 말이 ‘우리 음식의 재발견’이다. 손 대표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를 공략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재발견함으로써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고, 그 다음에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신념이 식당 경영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10월 10일을 한식의 날로 제정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한 바달비 손승달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 요리사에서 CEO가 된 손승달 바달비 대표



-한식의 날을 제정하자고 제안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한식을 오래하다 보니까 우리 것을 재발견해서 국민들과 한식에 대해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빼빼로데이, 구구데이 등은 있는데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한식의 날은 왜 없는가, 라는 의문을 갖고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한식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한식을 먹자는 생각에서 제안하게 되었지요. 한식의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전에 내부적으로 한식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한식을 사랑하면 할수록 한식은 빠르게 세계화 될 테니까요."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스포츠, 휴대폰, K-Pop 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어요. 그런데 한식은 우리 스스로는 최고라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크게 뒤져 있는 게 현실이지요. 선진국 스포츠로 불렸던 피겨, 수영, 펜싱 등이 세계 최강 수준으로 가고 있듯이 걸음마 단계도 못 벗어난 한식이 세계화 되려면 멀리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산과 들, 강과 바다 등에서 나오는 식재료만 본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식재료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포장하는 기술, 이를테면 전채요리와 후식을 서양처럼 다양하게 개발해 본요리와 내놓는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손 대표는 우리나라는 독성을 지닌 풀을 제외하고 먹지 못하는 풀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 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비빔밥을 세계화 하려면 지금까지처럼 밑반찬과 비빔밥을 내놓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외국과 같이 비빔밥에 어울리는 전채요리와 함께 본요리인 비빔밥, 그리고 입가심을 할 수 있는 후식의 틀을 갖추어 하나의 음식 문화가 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바달비 한정식 내부 인테리어-요리사에게 요리는 무엇입니까?


“요리는 정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요리를 보면 그 요리사가 살아온 길을 알 수 있지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요리사가 정직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내놓은 음식이 바로 요리이니까요.”

-2002년 ‘바달비’ 한정식을 오픈한데 이어 2005년 ‘아라차이’ 중식당, 2008년 ‘미가할매’를 잇따라 오픈했는데….


“1997년 할매점 개점 당시 조리실장으로 입사해 잇따라 세 개의 각기 다른 식당을 오픈했어요. ‘넓은 들’이라는 의미의 한정식 바달비는 ‘한식은 왜 대중화가 힘들까’하는 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한정식은 일반 서민이 들어가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음식이 대체로 무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격을 낮추고 무거운 음식을 빼는 대신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스요리를 개발한 것이지요. 3년 후 개업한 중식당 ‘아라차이’도 마찬가지에요. 중식당의 경우에도 자장면이나 짬뽕을 제외하고 요리가 너무 비싸요. 서민이 다가갈 수준으로 1만5000원에서 3만원대의 가격으로 대폭 낮추고 승부수를 띄웠는데, 예상한 대로 6개월이 지나자 대박이 났어요. 2008년에 오픈한 ‘미가할매’는 지천에 널려 있는 고기집의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생각에서 열었어요. 사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음식점이 고기집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보여줄 게 없어요. 고기집도 코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전채요리로 속을 달래 놓고, 본요리로 맛있게 먹게 하고, 후식으로 입가심을 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고기집과 차별화 되면서 서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조리이사로 주방 총괄을 거쳐 대표에 오르셨습니다. 성공비결이 무엇인지요?


“성공했다기보다는 이제 요리인생을 시작했다는 느낌입니다. 아직도 배가 고프고 할 일이 많아요. 그동안 나름대로 보여준 색깔과 더불어 맛있고 확실한 포장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싶어요. 후배 조리사에게는 ‘연구하는 조리사, 실력을 쌓은 조리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제 자신도 늘 공부를 하는데, 공부해야 트렌드를 알고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조리사 스스로 역량을 높이고 최고가 되겠다는 장인정신으로 무장해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어요. 이것이 성공비결이라면 성공비결입니다.”



-손 대표는 어떤 요리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까?


“스포츠에 아마추어와 프로가 있듯이 요리세계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프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프로는 남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합니다. 내공을 쌓아 제 스타일을 만들게 되면 연봉도 그에 걸맞게 오르게 되지요. 제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요리사로서 근무하면서 한 번도 제가 먼저 월급을 올려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프로 요리사가 되고 나서 그 다음에는 세 번째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한식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한식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요. 한식은 도대체 몇 가지가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한식의 매력 아닐까요? 가지 수가 너무 많아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조금씩 빠져드는 게 한식입니다. 양식은 굽는 차이와 소스 맛의 차이인데, 한식은 기본 맛에 손맛이 올라가야 하지요. 특히 한식은 맵다, 짜다에 그쳐서는 안 되고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해야 합니다.”

손 대표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신선로와 구절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이 두 음식을 꾸준히 홍보해온 덕분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신선로와 구절판을 맛보기 위해서는 일반 한정식집에 들러서는 안 되고, 몇몇 전문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해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한식을 홍보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한식을 재발견하지 않으면 외국인이 한식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한식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다양해지고 있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해요. 예컨대 파프리카, 양상추 등은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식재료이지만 요즘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한식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군 제대 후 요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저희 시대는 못 먹고 살 정도는 아니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살 수 있는 시대에요. 제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꿈이 있고 비전이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지금은 요리학원이나 대학 내 요리학과가 많은데, 당시에는 수도요리학원 등 3군데 밖에 없었어요. 공부시간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있었고 수강생도 20~30명에 불과했어요. 요리학원에 들어서면 대부분 여유 있는 집안의 여성이고 제가 청일점이었어요.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겁날 정도였어요. 그래도 꿈이 있었으니까 저녁 10시부터 아침까지 기사식당에서 일을 하고, 학원 다니며 1년 만에 요리사 자격증을 땄어요. 하루에 3~4시간만 자고 요리를 공부했으니,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이지요.”


-1997년 할매점 개점 당시 일식의 샤브샤브를 한식 메뉴에 접목시켜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들었습니다.



“샤브샤브는 진짜 좋은 요리에요. 야채도 많이 들어가고, 고기도 살짝 데쳐먹으니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잖아요. 그런데 관악구에서 샤브샤브와 한식을 결합한 할매점을 오픈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요리가 아니야!’라며 외면했어요. 음식점에 왔다가도 먹지도 않고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제 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해서 먹는다는 건강요리를 표방하다 보니까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어요.”


-바달비에서 선보이는 손 대표의 특선 요리는?



“그때그때의 계절에 따라 나오는 식재료를 활용해 ‘시절음식’을 선보이려고 노력해요. 여기에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소스를 개발해 음식에 드레싱을 올려줍니다. 우리나라 음식에 소스와 드레싱을 유행시킨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옛날 한식은 굽고, 찌고, 뎁히는 것 밖에 없었어요. 요즘에는 한정식집에 가서 샐러드가 안 나오면 따지기도 하잖아요. 무더운 여름을 맞아 매운 소스를 곁들인 장어구이와 된장 소스를 곁들인 메로구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음식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전문점 다음에 나올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요즘 외식업계를 돌아보면 별의별 전문점이 다 생겼어요. 고객들은 전문점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토탈점이 나오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예컨대 고기집에서도 한정식이 나와야 하고, 한정식에서도 단품요리가 나오는 식이지요. 배가 고파서 음식점을 찾는 시대가 아니라 맛있는 요리를 찾아 식당을 찾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우리의 젓가락 문화 특성상 한 접시에 몇 사람분의 음식이 담겨 나오는 것도 바뀔 것으로 봅니다. 양식에서 한 사람당 한 접시에 자기 만의 요리가 나오는 것처럼 바뀌겠지요. 그래서 코스요리의 경우 가지 수를 줄이고 개개인에게 한 피스 요리로 공급해서 손님을 만족시킬 작정입니다.”




▲ 바다비 한정식 내부 인테리어-이른바 맛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대전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요리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비교할 때 우리 음식은 소스와 드레싱이 많이 떨어져요. 유럽은 소스와 드레싱으로 맛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소스가 계발되어 있어요. 물론 우리 음식에 대한 평가도 바뀌어야 하고요. 예컨대 인도 카레를 대할 때 카레를 소스로 보지 않고 음식 그 자체로 대하는 것처럼 우리의 독특한 문화도 인정해줘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한 것을 반영해 간장도 짠 간장에서부터 싱거운 간장까지 다양하게 나와야 해요. 외국의 소스를 보면 성분을 퍼센티지(%)로 분석해 표기해놓았듯이 우리도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맛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글 노정용기자/noja@g-enews.com



※집에서 따라해 보는 손승달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장어구이



■ 손승달 조리장의 장어구이 레시피



장어 1마리, 진간장 30g, 백설탕 20g, 정종 20g, 고추장 50g, 물엿 10g, 미림 10g, 고운고춧가루 10g, 마늘 10g, 간생강 10g, 참기름 5g



■ 장어구이 조리법



① 장어는 머리를 자르고 깨끗이 씻어서 미리 소주와 생강물로 잘 처리해서 40분 정도 담가 놓는다.

② 물기를 깨끗이 제거해서 굽는다.

③ 구울 때 양념소스를 발라서 서서히 익힌다.

④ 세 번 정도 양념소스를 바르면서 타지 않게 구워낸다.



♠ 메로구이





■ 손승달 조리장의 메로구이 레시피



메로 200g, 미림 20g, 미소된장 30g, 백설탕 10g, 정종 10g, 간마늘 5g, 가쓰오부시 5g, 양파 1/2개, 적․노랑파프리카 1개, 참기름 5g



■ 메로구이 조리법



① 메로를 깨끗이 손질하면서 비늘을 제거한다.

② 알맞은 크기로 썰어서 소금, 후추, 미림으로 밑간을 해서 준비한다.

③ 메로를 먼저 살짝 구워주면서 소스를 발라서 3번 정도 굽는다.

④ 앞뒤로 번갈아 익히면서 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