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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피임약 논란…안전한 복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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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피임약 논란…안전한 복용법은?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최근 의약품 재분류 과정에서 불거진 피임약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당초 공개된 초안과는 달리 사전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으로, 응급피임약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현행 유지키로 결정했다. '장기간 복용으로 부작용 위험이 높다'는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1회성 복용이라 비교적 안전하다'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맞바꾸려던 당초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조기원 식약품 의약품안전국장은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는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인 여건상 피임약을 재분류하기에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고 모니터링을 거친 뒤 유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설명은 오히려 여성들의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학적·과학적 판단으로 봐도 전환하는 것이 맞지만, 여론의 반대에 결정권을 그냥 여성들에게 떠넘겨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피임약 복용율이 2% 내외에 불과해 선진국의 복용율 30~40%에 비해 극히 낮다. 하지만 현재 피임 외에도 생리주기 변경, 생리통 완화, 여드름 치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해 복용하고 있어 적지 않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물론 건강한 여성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할 경우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흡연 여성 또는 40세 이상 여성 등 일부 고위험 대상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로 일반의약품인 저용량경구피임약을 복용중인 26세 여성이 급성복통 및 혈변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허혈성대장염으로 확진된 사례가 있고, 11개월간 경구피임제를 사용한 34세 여성이 정신착란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뇌심부정맥 혈전증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1999년 1월부터 2002년 7월까지 한림대성심병원이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동맥색전증 치료를 받은 환자 113명(남자45명,여자68명)을 대상으로 위험인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환자 68명 중 경구피임약 복용과 관련된 경우가 5건, 여성호르몬치료와 관련된 경우가 2건으로 경구피임약 복용 및 여성호르몬치료가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복용하는 방법을 무엇일까.

먼저 피임약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피임약은 크게 사전피임약과 응급피임약으로 분류되는데, 사전피임약은 현재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경구피임제를 생각하면 된다. 사후피임약으로도 불리는 '응급피임약'은 무방비한 성교 또는 피임방법의 실패한 '응급상황'에 1회 복용하는 것으로,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복용할 수 있다.

특히 흡연은 사전피임제의 부작용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복용시 금연해야 한다. 또 유방암, 자궁내막암, 혈전색전증, 간염 등의 질병을 앓은 경험이 있는 여성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40세 이상 여성, 비만, 편두통, 우울증 환자도 복용전 반드시 의사,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오남용시 혈전증, 혈전색전증, 혈전성 정맥염, 심근경색, 폐색전증, 뇌졸중, 뇌출혈, 뇌혈전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응급피임제는 콘돔, 사전피임제와 같이 효과적인 피임방법을 대신 할 수 있는 피임수단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후 원하지 않는 임신 방지 목적으로만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또 많은 양을 먹는다고 해서 임신 방지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성교후 72시간 이내에 정해진 복용량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안나 진정으로산부인과를걱정하는의사들모임(진오비) 대변인은 "경구피임약은 부작용 발생 위험이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간혹 호르몬제 복용에 문제가 있는 고위험 환자의 경우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복합 호르몬제"라며 "복용 전 사전 검진과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역시 "오남용의 우려가 있는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으로 유지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나 사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남은 것은 매우 아쉬운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사전피임약은 장기간 복용하는 복합 호르몬제로 혈전증 등 여러 부작용 보고가 나오고 있고 지금도 제대로 안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 예전과 같이 일반약으로 분류돼 쉽게 판매된다면 국민 건강의 안전성 측면에서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