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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몸에 맞는 음식 절도 있게 먹는다면 그게 왕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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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몸에 맞는 음식 절도 있게 먹는다면 그게 왕의 밥상”

“제철 자연식품 섭취가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에요”


상추는 국민쌈채소…비타민 풍부하고 활용법 다양


수박 속, 호박꽃 등으로 끓인 된장찌개로 장안농장 최우수상 수상



▲ 이태은 장안농장 요리전담쉐프. 사진=홍정수 기자[한국의 맛]이태은 장안농장 요리전담쉐프 인터뷰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장안농장은 인공(人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농사를 짓는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기획마인드를 갖고 포장을 디자인하고 수확물을 신선하게 가정까지 배송하며 더 나아가 바람직한 식문화까지 전파한다. 이태은 장안농장 조리장(42)은 100만평의 장안농장에서 생산하는 각종 유기농 채소를 가지고 다양한 제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상추와 오이를 활용한 간편요리로 상추냉국과 오이냉국을 조리하는 방법을 개발, 장안농장의 유기농 채소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음식점이 아닌 장안농장의 조리장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장안농장은 농사를 단순히 땅을 파고 씨를 뿌리는 것으로만 보지 않고 기획 농업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어요. 특히 건강한 밥상을 목표로 한 장안농장은 순수 우리 음식요리대회를 열었는데, 제가 된장찌개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다양한 유기농채소를 활용해 조리법을 만들고 고객에게 보급하고 있지요. 적상추, 케일, 비타민, 청오크, 쌈추, 청경채, 당귀, 청로메인, 브로컬리, 양배추, 살라노바 등은 상추의 친구들이라 할 만한데 신선한 재료로서 요리도 쉽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독학으로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요리 공부가 너무너무 재미있어 한식 자격증을 따고, 양식과 중식과 일식 자격증을 딴 것이지요. 사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접해 온 게 한식인지라 특별할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한식을 공부해보니 넓은 바다와 같이 끝이 없어요. 쉬는 날이면 궁중음식연구원을 다니면서 우리 전통음식을 배우기도 했어요.”

-궁중음식이란 무엇인가요?

“궁중음식은 최고로 정선된 재료에 뛰어난 요리기술이 보태져 먹는 사람에 대한 지극한 정성이 들어가는 한국 전통음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어요. 궁중음식은 무엇보다 자연친화적인 건강음식으로서 세계인이 공감할만한 내용이 충분히 담겨있어요. 그러나 궁중음식을 무슨 비밀스런 음식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우리 시대에 맞도록 건강음식을 찾는 게 더 중요해요. 훌륭한 왕이 음식을 절제한 것처럼 우리도 내 몸에 맞는 음식으로 골고루 절도 있게 먹는다면 그게 왕의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요.”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궁중음식 입문반, 중급반, 고급반을 거치면서 우리 전통음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쉬는 날이면 공부를 위해 어김없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직장에 다니며 1주일에 두 번씩 올라와 공부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때는 한식의 아름다움에 빠진 나머지 힘든 줄도 몰랐어요. 특히 음식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100여 명의 요리사들과 함께 며칠 동안 음식을 준비하고, 웃어른들로부터 음식 담아내기, 음식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고명을 섬세하게 얹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궁중음식연구원에서는 요리뿐만 아니라 일흔이 넘은 대선배들로부터 예의범절을 배우기도 했어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는 기술을 익히는 것 못지않게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교훈이지요.”

-그래도 궁중음식 하면 최고 권력자가 먹는 음식이라 특별했을 것 같은데요.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요리실력이 만나 내놓는 궁중음식은 특별할 수밖에 없어요. 맛이 특별한 것은 물론이고 가짓수와 상차림 규모도 서민음식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그러나 시대가 변했으니 궁중음식의 화려함과 뛰어난 맛을 잘 살린다면 외국인들에게 전채, 주요리, 후식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요.”

-한식을 자연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 들, 강, 바다 등 천혜의 자연 환경 덕분에 다양한 식재료가 풍부하게 생산됩니다. 계절에 따라 섭취하는 음식을 달리하는 제철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기도 했고요. 제철음식은 밥상위의 보약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 계절에 가장 많이 나는 제철음식은 값이 싸고 맛도 좋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훌륭한 식사법이지요. 한식을 자연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는 이처럼 한국의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먹거리를 만들기 때문이지요.”

-음식을 잘 먹으면 몸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어요. 어쩌다 한번 귀한 음식을 먹으면 몸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게 해서는 몸이 건강해지지 않아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양생의 첫 번째 원칙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제철에 나오는 자연식품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식탁의 기본이 되는 채소 이외에도 산나물과 들나물을 이용한 반찬, 그리고 야생에서 자라 생명력이 살아있는 산야초(쑥, 민들레, 질경이, 쑥부쟁이, 소루쟁이) 등을 뜯어 겉절이나 샐러드로 해먹으면 좋다고 이 조리장은 말한다. 이들 음식은 이미 발생한 암이 성장하는 것까지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 한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데….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달라져 간편한 음식을 선호하지만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한식의 가치는 더욱 빛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된장국과 함께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을 조물조물 무쳐낸 소박한 밥상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우리 음식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황사를 비롯해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광우병 등 각종 질병들이 세계를 강타하고 암, 당뇨 등 음식과 관련된 질병에 대한 공포감이 밀려오면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져 한식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지요. 한식이 비만과 생활습관성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느니 만큼 한식의 우수성이 영양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식의 기본을 지키고 서비스를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한식당에서는 양식당과 달리 ‘내가 대접을 받는구나’ 하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아요. 한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호스피텔리티의 정신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하지요. 여기에 덧붙여 한식이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음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릇에 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양식이나 중식의 아름다운 데코레이션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그러나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한식이 우리의 맛이 아닌 다른 맛으로 변하는 것은 경계를 해야 합니다.”

이태은 조리장은 해외에 나가 한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국내에 찾아온 외국인에게 우리 음식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에 한식을 알릴 한식조리사가 너무 부족해요. 한식조리사는 넘쳐 나지만 실제로 해외에 나가 외국어로 한식을 가르칠 수 있는 한식조리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따라서 먼저 한식조리사를 교육시켜야 합니다. 또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꼭 한국인 한식조리사만 고집하지 말고 한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도 전통 한식을 가르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태은 조리장에게 요리란 무엇입니까?


“요리는 제 꿈이자 살아가는 목표입니다. 저는 요리를 통해 최고의 가치를 발견했고,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있으니 행복한 사람 아닌가요? 앞으로 기능장과 함께 음식평론가가 되고 싶고, 더 나아가 제가 주인인 한옥 한정식집을 차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사회의 밑바닥에서 조리장으로 성공했듯이 동기부여가가 되어 다른 사람의 삶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끝없이 공부하며 앞을 향해 전진하는 이태은 조리장. 기능장, 음식평론가, 한정식집 주인, 동기부여가라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그는 오늘도 배움을 청하러 학교에 가고 있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이태은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해물보쌈김치




■ 이태은 조리장의 해물보쌈김치 레시피



통배추 1포기, 배추겉잎 20~25장, 물 4L, 굵은소금 400g(이상 주재료), 무 1/4개, 쪽파 30g, 배 1/2개, 생률 5개, 통대추 5개, 잣 1큰술(이상 부재료), 낙지 100g, 새우 100g, 전복 2개(이상 해물재료), 고은고춧가루 2큰술, 양배추발효효소 5큰술, 멸치액젓 1큰술, 간마늘 2큰술, 생강즙 1/2작은술, 조죽 50g(양념재료), 물 1L, 다진새우젓 1큰술




■ 해물보쌈김치 조리법



1. 큰 용기에 배추 2포기에서 떼어낸 겉잎(20~25장 정도)을 차곡차곡 담는다. 겉잎을 떼고 남은 배추를 반을 갈라 겉잎 위에 넣고 소금물을 넣어 절인 후 세 번 헹궈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2. 무는 배추 크기로 썰어서 소금 30g을 뿌려 1시간 절이고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뺀다.

3. 새우-깐새우로 준비해 씻어 편으로 2등분한다. 낙지는 2㎝크기로 썰고 전복은 새우크기로 썬다.

4. 미나리와 쪽파는 3㎝로 썬다. 배는 나박썰고, 대추는 씨를 제거한 후 채썬다. 생률은 납작 썰기를 한다.

5. 모든 양념을 잘 섞은 다음 소 재료와 해물을 넣어 버무린다.

6. 오목한 볼에 배추 줄기 부분을 십자모양으로 만든 뒤 양념된 배추소를 넣고 배추잎을 동그랗게 꼭꼭 싸서 통에 담는다.

7. 물 1L에 새우젓을 고은 체에 걸러 액은 육수에 넣고 육수간을 본 다음 보쌈김치에 십자로 칼집을 넣어 국물을 붓는다.




♠ 신선로




■ 이태은 조리장의 신선로 레시피



양지머리 300g, 무 200g, 물 6컵, 대파 1/2대, 마늘 3쪽, 집간장 소금 후추가루 약간, 닭뼈(닭발) 100g(이상 양지머리), 다진쇠고기 50g(갖은양념), 두부 20g, 밀가루, 달걀, 식용유(이상 쇠고기완자), 쇠고기 100g(갖은양념), 밀가루, 달걀, 식용유(이상 육전), 흰살생선 200g, 소금 백후추 약간(이상 생선전), 미나리 20줄기, 밀가루, 달걀, 식용유(이상 미나리초대), 석이가루 1작은술, 달걀흰자 1개, 녹말가루 1작은술(이상 석이지단), 신선초가루 1작은술, 달걀흰자 1개, 녹말가루 1작은술(이상 신선초지단), 채썬소고기 50g, 달걀지단(2개분량), 표고버섯 2개(갖은양념), 당근100g, 붉은고추 1개, 호두 10개, 은행 10알(이상 고명)




■ 신선로 조리법



1. 양지머리에 물 6컵을 붓고 도톰하게 썬 무, 파, 마늘을 넣어 삶는다. 무가 거의 익으면 건져내 골패 모양으로 썬다. 국물은 좀더 끓인 뒤 고기는 건져내고 국물은 체에 받쳐 약간의 간장의 색을 낸 뒤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국물을 준비한다. (닭뼈는 따로 삶아서 국물을 내서 섞는다)

2. 생선은 밑간해 전으로 부치고 육전은 밀가루와 달걀을 섞어 팬에 얇게 부친다.

3. 미나리는 초대로 끼워 소금으로 간한 뒤 지진다.

4. 달걀을 황백 지단으로 부치고 석이지단, 신선초가루를 섞어 각각에 지단을 부친다.

5. 표고는 물에 불려 갖은 양념한 후 프라이팬에 볶는다.

6. 다진고기는 두부와 합쳐 양념하여 1.5㎝크기의 완자를 빚어 밀가루, 달걀물을 묻혀 지진다.

7. 당근은 소금물에 데쳐 신선로 크기로 썬다. 붉은 고추도 같은 크기로 썬다.

8. 은행, 잣, 호두, 완자를 올리고 육수를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