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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6)]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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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6)]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36)

아침이슬처럼 맑고 영롱한 눈동자였다. 또 한 번 설렘이 잔잔한 파고처럼 일어난 그는 그 마음이 들킬 새라 얼른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것이 운명적이란 것일까?

한성민은 그녀로부터 어떤 필연의 느낌이 전류처럼 흘러옴을 직감하고는 속으로 강하게 도리질 쳐 자신을 단속하려했다. 하지만 여태 단단하게 둘러친 마음의 울타리를 한사코 허물고 들어오는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님 저의 사촌 누님이십니다. 누님, 인사하세요! 내가 늘 말하던 한성민 형님이 바로 이분이세요.”

잠깐이지만 그녀와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느낀 최철민이 한바탕 껄껄 웃고는 유쾌하게 말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인도에서 우리 철민이 많이 도와주셨다고요. 감사합니다. 최서영이라 해요.”

최서영이 두 손을 양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가볍게 머리를 숙여 말했다. 그리고 그를 더 그윽한 빛을 발산하는 눈동자로 이윽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고 고운 음성을 들은 그는 할 수 없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주쳐오는 그녀의 영롱한 눈빛과 하얀 얼굴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절경을 시선으로 끌어와 마음에 새기듯 그녀를 한 눈동자에 담아 말했다.
“한성민입니다.”

그러자 최철민이 또 소리 내 껄껄 웃고는 큰 소리로 좀 더 자세히 그녀를 소개했다.

“형님! 저의 큰아버지의 맏딸이지요. 오빠 언니도 없고 동생도 없으니 맏딸이자 막내지요. 그러니까 무남독녀랍니다. 우리 누님 시집을 안 가서 그런지 20대 아가씨 같지요? 아닙니다. 절대로 얼굴보고 속지 마십시오. 나이가 사십이 다 된 할머닙니다. 할머니!........!”

“얘도! 할머니라니?”

서영이 눈을 흘겼다. 그리고 상기된 미소를 잔뜩 머금어 작은 주먹을 가볍게 들어 최철민을 때리는 시늉을 하다가 내려놓았다. 최철민은 그녀의 주먹을 일부러 슬쩍 피하는 몸짓을 하고는 더 심한 장난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할머니지요! 처녀 할머니! 안 그렇습니까? 형님?”

“얘는 선생님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이제 그만 놀리고........선생님, 진지 많이 드세요. 배고프시겠어요.”

서영이 수줍어 붉힌 얼굴을 다소곳이 숙여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섰다. 최철민이 함께 식사하자며 말렸으나 다른 방에서 사범들과 함께 먹겠다며 굳이 사양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녀가 왼쪽 발을 다쳤거나 무릎이 좋지 않은지 돌아서 나가는 걸음걸이가 조금 절뚝였다. 그리 불편해보이지는 않았으나 왼쪽 발을 놓을 때마다 긴 치맛자락이 종아리를 가렸다.

“형님, 우리 누님 어떻습니까? 정말 미인이지요? 저는 아직 우리 누님만큼 참한 미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다리를 좀 저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요. 하지만 이름께나 있는 집안에서 청혼도 많이 들어왔었지요. 소위 선비 사자(士字) 붙은 최고의 직업을 가진 남자들도 꽤나 따라다녔어요!

“.............!”

“그런데도 누님은 그 좋은 혼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요. 불편한 다리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는 것 같아요. 초연하기가 마치 여승 같다고나 할까요? 하긴 한때 어느 암자에 들어가서 불경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