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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7)]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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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7)]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37)

“사실 저 정도 뛰어난 미모에 최고의 학벌과 지식, 그리고 무어랄까.......우리 큰아버지 굉장히 부자거든요. 게다가 우리 누님이라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마음 씀씀이가 요조숙녀에요. 요조숙녀! 그러니 남자들이 목을 맬 수밖에요!”
최철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가 묻지도 않은 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녀를 자랑했다. 그리고 말하는 간간히 그의 표정을 슬쩍슬쩍 살펴보는 눈치가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은근히 떠보는 속셈이 틀림이 없었다. 하긴 그의 나이가 마흔 다섯이나 된 노총각이니 그럴 만도 헸다. 그런데 그는 속과는 달리 무덤덤하게 듣기만 할뿐 표정에 어떤 기미도 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 듯 숟가락을 들어 국을 한 모금 맛보고는 시원해서 좋다며 술잔을 들었다. 최철민이 얼른 소주병을 들고 한 잔 가득히 따르자 술잔을 입술에 대는 체 하다가 한 모금에 훌쩍 마셔버리고는 마치 애주가인양 빈 잔을 내밀어 호탕하게 말했다.

“자네도 한 잔 해!”

“예, 좋습니다! 그런데 형님, 왕년에 인도에서 마시던 술 귀신이 또 찾아온 거 아닙니까?”

최철민도 그녀의 얘기를 생각에서 지워버리고는 잔을 넙죽 받아 한 모금에 들이켰다.

“.......! 그렇게 보이나? 그럼 그놈의 술 귀신이 나 대신 마시는 건가?”
한성민은 호방한 웃음을 터뜨려 말했다. 그리고 또 한 잔을 훌쩍 비웠다. 최철민은 그의 술 실력을 알고 있었다. 전혀 술을 가까이 하지 않다가도 한 번 입에 대면 말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호기를 부리지는 것 같지가 않은데 어딘지 이상했다. 낌새로 보아 분명 무언가 한 마디 할 것 같아서 좀 긴장돼서 그가 권하는 잔을 마다 않고 단숨에 비우고는 또 권하며 용기를 내 넌지시 물었다.

“형님! 여기 계시는 동안 느끼신 게 많았을 텐데 한 말씀해주시지요.”

“무엇을 말인가?”

한성민은 술은 더 마시지 않겠다며 빈 잔을 앞에다 놓고는 짐짓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최철민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었다. 한 종교의 교주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의 공경을 거만하게 받아들이는 자신의 처세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물은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렇다면 최철민은 아직 양심은 살아있어서 타락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므로 굳이 꼬집어 말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사도(邪道)의 길만 걷지 않는다면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니고, 또 나무랄 처지도 아니어서 모른 체했다.

“형님! 형님 성질에 제가 교주처럼 떠받들리는 모습을 보시고 아니꼬우시겠지요?”

최철민은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자신의 처세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내 보였다. 그리고 사실 그의 눈치를 살필 필요는 없지만 그가 가진 도력을 배우기 위해서 자존심을 무릅썼으므로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아예 다 털어놓기로 했다.

“형님은 아마 제가 사이비교주같이 보이실 겁니다. 사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수련생들이 저를 교주처럼 떠받드는 것이 문젭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왜 있지 않습니까? 별난 능력을 보이면 다짜고짜 맹종하는 사람들의 심리 말입니다. 저를 대단한 도인으로 착각하고 막무가내로 떠받드니 어쩝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그런데 솔직히 그게 점점 싫지 않아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믿음이 고마워서 저 자신도 언행을 조심하지요. 그러다 보니 형님 듣기에 민망한 말이지만 저도 모르게 정말 제가 대단한 도인처럼 착각할 때도 없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