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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9)]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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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9)]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39)

보통사람들은 하나를 얻으면 열을 얻고 싶고, 열을 얻으면 천을 얻고 싶고, 그래도 모자라서 한 나라의 재산을 다 움켜쥐어도 욕망의 허기를 채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보면, 최철민도 이미 그런 욕망이 불붙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 사람한테 바다에 얼마나 물을 부어야 넘칠까 하고 묻는 것과 같아서 굳이 대답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리 생각하고 나니 문득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휩싸고 돌았다.



“塞其兌閉其門終身不勤(새기태퍠기문종신부동)

욕망의 구멍을 닫아야 종신토록 수고롭지 않으나,

開其兌濟其事終身不求(개기태제기사종신불구)

욕망의 문을 열어놓으면 (재앙을 입어) 종신토록 구원받지 못한다.”


하고 말했던 것처럼.........!

최철민이 욕심을 줄이고 분수에 맞게 처신하지 않는데다 항상 큰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이상 나중에 큰 화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 직감했다. 그러나 최철민은 그가 우려하는 줄도 모르고 짙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형형한 눈동자에 의지의 빛을 거두지 않았다.

“저는 오늘 이후로 형님을 스승의 예로 대하겠습니다. 무예의 정점에는 결국 도의 극치에 있음을 깨달은 이상, 비록 제가 야망이 크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를 얻고 싶은 마음 역시 간절합니다. 물론 둘 다 한꺼번에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 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님이 지도만 해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그는 대답 없이 침묵하며 생각했다. 사사로운 욕망에 집착하면서 도를 얻는다? 진심으로 도를 얻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으로 세속의 이익을 지혜의 눈으로 관찰하면서 추구한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최철민은 분명 자기가 모르는 행법을 베워서 타인에게 가르칠 속셈에다가 기왕이면 스스로 도의 경지에 오르고 싶은 욕심 또한 없지 않음이 분명했다.

그리 생각하니 자신은 최철민과 같은 욕망이 과연 한 점도 없는지 눈을 감아 마음을 되돌아보았다. 세속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그 깨끗하다고 여기는 마음 그 자체가 이미 세속에 탐착하고 있는 또 다른 오염된 마음의 반영체가 상대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아닐까?

만약 속과 겉이 다 청정하다면 사사로움이 없어서 타인의 오염된 행위를 더럽다 하고 생각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오염된 마음은 이미 허상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 오염된 최철민의 마음을 경계하니 그런 것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항상 중생(衆生. 동물 벌레 나무 시궁창 강물 등등)이 사는 곳의 더러운 데 있으나, 더럽다 하지 않고 만물을 길러주고, 더러움을 씻어주니 참 도의 모습이 아니던가! 모름지기 도는 더럽고 깨끗함도 없이 오직 베풀기만 하는 것을, 똥을 맛보면서 일찍이 깨우친 그 단순한 이치를 하필 최철민을 보고 차별심을 왜 일으켰는지 자책했다.

그리고 아직도 혼백(魂魄.혼은 번뇌스러운 마음, 백은 육신의 욕망. 이 두 가지가 일체가 되어야 一心에 이르고 참 도를 깨우침)이 나뉘어져 있음을 자각하고 수행의 깊이가 얕음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