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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습니다" 장미란 눈물 속 은퇴식…IOC 선수위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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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습니다" 장미란 눈물 속 은퇴식…IOC 선수위원 '꿈'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늘 씩씩한 줄만 알았던 '로즈란' 장미란(30)이 끝내 눈물을 쏟았다.

국민들에게 숱한 감동을 안겨줬던 장미란은 "많은 분들 덕분에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다"는 말로 마지막까지 고마움을 전한 채 화려했던 현역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미란은 10일 오후 2시 고양시청 실내체육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5년간의 선수 생활에 작별을 고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최성 고양시장, 박윤희 고양시의회장 등 고양시 관계자들과 장미란의 부친인 장호철 고양시역도연맹 부회장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장미란은 등장과 동시에 눈물을 흘렸다. 장미란은 "다른 선수들이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울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앉으니 눈물이 났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소감문을 읽어 내려갔다.

장미란은 "15년간의 선수 생활은 그리울 만큼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아무 꿈도 없던 중학교 3학년 소녀가 역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됐다"면서 "함께 했던 지도자들과 선수들, 나를 응원해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동료들이 은퇴 선언 후 많은 메시지를 보내줬다. 같은 선수 입장이기에 어떤 심정인지 잘 알았을 것"이라며 "역도를 했던 것처럼 하면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해주셨는데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미란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고려한 시점은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였다.

장미란은 "올림픽을 치르고 전국체전을 마치면서 고민을 했다. 3개월 정도 고민을 했는데 결정을 내린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지, 내 몸도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을 때 자신이 없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당연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이제 장미란은 하락세'라는 주위의 시선은 오히려 더욱 오기를 갖게 만들었다.

장미란은 "올림픽 후 은퇴를 해야 하는 분위기로 가니 도리어 오기가 생겼다. 그만두고 새롭게 뭔가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운동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많고 그 안에서 나오기도 싫었던 것 같았다"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정리를 하고 나니 아무런 아쉬움 없이 결정하게 됐다.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1998년 처음 바벨을 잡은 장미란의 행보는 곧 한국 역도의 역사였다. 2002년 첫 태극마크를 단 장미란은 그해 부산아시안게임 75㎏ 이상급 은메달로 가능성을 입증한 뒤 2005년 도하세계선수권 금메달로 '장미란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장미란은 세계선수권 4연패와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한국 역도의 위상을 한층 끌어 올렸다. 장미란은 2010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과 부상으로 전성기에서 멀어졌지만 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올라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장미란은 10여 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원동력으로 절제를 꼽았다. 꽃다운 20대 초반에도, 한창 유혹이 많은 20대 중반에도 그의 우선 순위는 늘 역도였다.

"역도보다 쉬워 보여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부러워 한 적도 있었다"는 장미란은 "부러워하니 훈련이 잘 안 되었다. 내가 하기로 선택한 역도이기에 선수 생활에 방해되는 것은 절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훈련에 방해되지 않도록 지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장미란은 자신의 쌓은 업적에 만족해했다. 여자 선수 첫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은 4연패 성공, 첫 올림픽 금메달 등에 무척 애착을 드러냈다.

장미란은 "내가 남긴 것은 아무래도 기록이다. 역도는 숫자로 나타나는 종목이다. 새로운 기록을 내면서 도전했던 시간들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4연패라는 기록들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선수 생활은 끝이 났지만 장미란의 두 번째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미란은 선수 시절 소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도 더욱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장미란은 "베이징올림픽 때 문대성 위원이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을 봤다.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IOC 위원을 꿈꾸는 선수들이 많아졌다"며 "IOC 위원은 스포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재단이 추구하는 선한 사업들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많이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중학생 시절 멋모르고 시작한 역도로 세계를 호령한 장미란은 자신과 비슷한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덩치가 크고 외적으로 자신이 없는 친구들은 어디가서도 자신이 없다. 늘 위축되고 기가 죽어 있어서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 장미란은 "청소년들이나 젊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나를 위한 주변의 진지한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씩은 있다. 꿈을 버리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힘을 불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