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영화에 주력하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뮤지컬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CJ E&M 공연사업부문이 독과점하고 있다시피한 뮤지컬 시장에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롯데는 2006년 서울 잠실에 문을 연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시어터 운영권이 롯데월드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로 이관된 2011년부터 뮤지컬에 눈독을 들였다. 지난해 '닥터 지바고' '맨 오브 라만차'를 공동 투자한 데 이어 올해 5편의 뮤지컬 투자를 결정했다.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65)와 작가 팀 라이스(79)가 처음으로 공동작업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조성모(36)·송창의(34)·그룹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25)이 주연한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2~4월·라이브앤컴퍼니)로 올해 첫 단추를 꿴다.
이후 역시 웨버와 라이스의 합작품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4~6월·설앤컴퍼니)를 비롯해 '두 도시 이야기'(6~8월·BOM), '에비뉴 Q'(8~10월·설앤컴퍼니),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12월~·설앤컴퍼니) 등에 공동 투자자로 나선다. 롯데 측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기 힘들다"며 투자규모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모두 롯데가 운영하는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하는 작품들이다. 롯데가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일부 있는 이유다.
뮤지컬 업계는 그러나 "2011년 문을 연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가 '엘리자벳'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대작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샤롯데시어터가 놓친 작품들이 꽤 많았다"면서 "올해 롯데는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의 명예회복을 앞세워 뮤지컬 시장 본격 진입을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CJ E&M은 일단 환영하는 기색이다. 영화에 이어 뮤지컬에서도 경쟁하게 됐지만,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CJ E&M 김병석(55) 대표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대성공 이후 뮤지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저조했다"면서 "뮤지컬계에 몸담은 솔직한 입장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참여를 해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우리에게 자극도 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CJ E&M은 롯데가 공동 투자한 '닥터 지바고'와 '맨오브 라만차'의 주요 투자사이기도 하다.
롯데에 이어 다른 대기업들도 뮤지컬 시장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수년전부터 SK의 진입이 점쳐졌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SK는 2011년 블루스퀘어 개관작으로 뮤지컬스타 조승우(33) 박건형(36)을 앞세운 뮤지컬 '조로'를 공동제작한 행복나눔재단의 모그룹이다. 행복나눔재단은 뮤지컬배우 지망생들을 위한 'SK해피뮤지컬스쿨'을 운영 중이다.
뮤지컬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면 대기업은 자연스레 몰리게 돼있다"면서 "돈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뮤지컬을 양산한다면 탓할 이유는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