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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새로운 세계로의 흥미진진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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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새로운 세계로의 흥미진진한 모험"

[예술가와 후원자 친구들(21)]부디 텍(Budi Tek)

따뜻하고 특별한 중국계 인도네시아 부호 부디 텍


역사적으로 중요한 80‧90년대 중국회화 집중 컬렉션


대중의 미술 이해 높이기 위해 비영리 유즈 재단 설립


▲장샤오강,Bloodline-BigFamilyNo.2,1993이미지 확대보기
▲장샤오강,Bloodline-BigFamilyNo.2,1993
[글로벌이코노믹=김민희 예술기획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있는 중국 동시대 미술은 후원자들도 많다. 2012년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한 핵심적 인물들에 중국인들이 여럿 보인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2011년 파워 컬렉터, 2012년 파워 예술 후원자로 뽑힌 중국계 인도네시아 부호 부디 텍(Budi Tek, 중국명 위더야오, 이하 부디)이다. 농업과 축산업계의 거물로 많은 부를 이룬 부디는 미술계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세계적 예술 후원자 대열에서 당당히 수위로 떠올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라 몇몇 중국 부호들처럼 단순히 돈으로만 이룬 컬렉션과 후원자의 역할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세계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가 없기에 부디의 그 동안의 행적들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후원자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만 그의 예술사랑은 어딘가 따뜻하고 특별했다.

부디는 다른 동남아시아 신 부호들이 개인 초호화 요트나 제트기를 살 때 예술로 눈을 돌렸다. 그가 한 세기 동안 이룬 컬렉션에는 1000점이 넘는 동시대 미술 작품들이 있다. 컬렉션의 시작은 예술이 그를 새롭고 알려지지 않은 세계로 데려가 준다는 생각에서였다. 일종의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이었던 것이다.

▲리우웨이,금연,1998CourtesyofYuzFoundation
▲리우웨이,금연,1998CourtesyofYuzFoundation
부디의 컬렉션을 보면 중국 동시대 미술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가 컬렉팅을 시작할 때 1980년과 90년대에의 중국 미술 페인팅으로 초점을 맞췄었다. 그 시기의 작품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고 여겼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블루칩 미술가들의 작품을 살 수 있는 경제적 힘도 있었다. 2012년 4월 홍콩 크리스티 옥션에서 장 샤오강(Zhang Xiaogang)의 핏줄 시리즈 ‘Bloodline–Big Family: Big Family No.2’(1993)를 669만 달러에 구매했는데 그 외에도 장 샤오강의 1990년대 작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제는 점점 중국 동시대미술 안에서도 장르와 시기를 다양하게 넓히고 있다.

기독교인인 부디는 컬렉팅을 인내력 훈련이라고 한다. 예술적인 삶에 대한 신념이고 희망이고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취향으로 미술품을 컬렉팅하지 않는다. 성경은 그에게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삶의 길을 이끌어주고 있는데 컬렉팅에 대한 노력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컬렉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미술관을 설립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설립자는 미술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방문객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들의 마음에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삶을 최상위로 끌어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부디는 “단순히 미술품을 소지한다는 것은 흥미롭지 않아요. 그러나 미술이 지속적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지요.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은 동시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교감할 수 있어요. 이 교감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미묘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마우리치오카텔란,무제(인생의나무)CourtesyofYuzFoundation이미지 확대보기
▲마우리치오카텔란,무제(인생의나무)CourtesyofYuzFoundation
중국의 미술 잡지 LEAP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저에게는 미술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감각적 경험’을 구입하는 것이에요. 미술품이 단순한 물건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지요.” “특별하게 구성된 작품에 정신적으로 응답을 하는 ‘심리적 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 감각적 경험은 우리가 대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상호교환적 사실과 일치합니다.”

지적인 컬렉터가 되기를 바라는 부디의 컬렉션에는 중국 미술의 세계적 스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장 샤오강(Zhang Xiaogang), 팡 리준(Fang Lijun) 등이 현존하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포함되어 있다. 한국작가 이우환, 최우람, 서도호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부디텍CourtesyofLeap이미지 확대보기
▲부디텍CourtesyofLeap
아시아에서 주도적인 컬렉터로서 이제는 아시아 미술을 넘어 서양 미술에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최근에 서양 동시대 미술 작가의 작품들을 구매했는데 거기에는 이탈리안 미술가 마우리지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프리드 샌드백(Fred Sandback), 독일 페인터겸 조각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Antony Gormley), 그리고 아델 압데세메드(Adel Abdessemed)가 포함되어 있다.

부디의 중국 동시대 미술 컬렉션은 특별한 모티브에 따르는데 반해 다른 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컬렉팅 할 때는 주제가 한결같지는 않다. 주로 중국 미술에 관계되어있는 것들을 구입하고자 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도 중국 동시대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컬렉팅 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 ‘무제(인생의 나무)’를 상하이 미술관에 영구 설치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이 미술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우 웨이(Liu Wei)의 ‘금연’ 시리즈도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는 않지만 학구적인 가치를 띄고 있기에 구입했다.

▲아이웨이웨이,영원,2010이미지 확대보기
▲아이웨이웨이,영원,2010
컬렉션에 포함된 인도네시아 동시대 미술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 작품들은 중국 미술과는 관련이 없다. 부디는 컬렉션에서 앞으로 인도네시아 부분을 넓힐 계획이라고 한다. 단순히 조국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인도네시아 미술의 발전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자카르타 유즈 뮤지엄 큐레이터에게 인도네시아의 미술 학교들이 모여있는 요가카프타에 규칙적으로 가보라고 요청한다.

부디는 스스로 자신이 컬렉터일 뿐만 아니라 후원자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2007년 대중들의 동시대 미술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유즈 재단(Yuz Foundation)을 설립했다. 비영리 기관으로 동시대 미술과 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것이다. 재단은 다양한 예술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우환,대화,2010CourtesyofYuzFoundation이미지 확대보기
▲이우환,대화,2010CourtesyofYuzFoundation
자카르타에 있는 유즈 미술관은 2008년에 문을 열었는데 인도네시아의 첫 번째 공식적인 사설 미술관이다. 유즈 미술관을 통해 동남아 아시아 작가들과 더불어 해외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즈 재단에서 1년에 3~4회 미술관 전시를 기획해왔다. 또한 발리에서 매년 동시대 미술에 관한 학술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는데 유즈 재단이 계속해서 후원해오고 있다. 모마의 중국 동시대 미술의 출판을 위한 후원금도 제공했고, 프랑스 디나드에서 열렸던 ‘예술가 & 압제자(Artist & Tyrant) 전시를 위해 중요한 서류자료들과 미술품들을 대여해 주기도 했다.

부디는 그의 컬렉션을 다른 미술 기관에 대여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세계인들이 중국 동시대 미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에 영국 테이트 동 아시아 미술 관련 의원으로 초빙되었다.

▲정판즈,사람과고기,1993CourtesyofYuzFoundation이미지 확대보기
▲정판즈,사람과고기,1993CourtesyofYuzFoundation
2013년, 올해 부디는 상하이에 또 하나의 유즈 뮤지엄을 오픈 할 예정이다. 주변 다른 슈퍼 컬렉터들의 뮤지엄과 차별되는 것은 중국 동시대 미술 외에 서양 동시대 미술도 함께 소개하는 것이다. 최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가 건축을 맡았다. 부디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건축가의 심플하고 깨끗한 디자인 스타일에 만족해 바로 의뢰했다. 전시 공간의 2/3는 부디의 컬렉션으로 상설 전시될 예정이고 나머지 공간은 계속 변화되는 전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와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Bil Viola)를 위해서 분리된 전시관을 만들어 오랜 시간 지속 가능한 전시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팡리준,No.9시리즈2,1991-1992CourtesyofYuzFoundation이미지 확대보기
▲팡리준,No.9시리즈2,1991-1992CourtesyofYuzFoundation
부디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의 선한 마음과 확실한 목적이 느껴진다. 그의 예술 사랑은 매우 진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면서 대중을 위하고 있었다. 깐깐한 미술계 사람들이 그의 성품에 반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점들이 부디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기 위해 미술을 컬렉팅하고 미술관을 만들어 다른 이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많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