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달러당 엔화 103엔 돌파 '한국 경제 먹구름?'

공유
0

달러당 엔화 103엔 돌파 '한국 경제 먹구름?'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3엔선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당국 역시 중장기적인 엔저 기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수출 타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17일 달러당 103엔을 기록한 이후 20일 오전 10시30분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02.80엔대를 기록 중이다.

103엔을 넘어선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또 다시 103엔 등정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 "조만간 달러당 110엔 도달한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보다도 달러화 강세 요인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와 4월 경기선행지수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도 달러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원·달러 환율이 함께 오르면서 원·엔 재정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그나마 막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엔화가치가 9개월이 지난 내년 초에는 달러당 최저 110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최근 일제히 수정 전망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내년 초 달러당 110엔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JP모건·BNP파리바·모건스탠리·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5엔으로 내다봤다.

IB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엔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외환당국도 이런 전망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애초 달러 당 110엔, 120엔을 예상한 것이지 100엔에서 끝난다고 본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엔저로 자동차, 철강산업 등은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역시 엔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조선ㆍ휴대전화ㆍ디스플레이까지 위협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부분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우리 수출영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엔·달러 환율 오르면서 엔화 약세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일본의 양적 완화로 원·엔 환율이 10% 떨어지면 2분기 한국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엔저 현상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고 하면 올해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저가 계속되면 경쟁 분야는 물론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는 조선,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같은 분야까지 위협받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이미 엔저의 타격을 받은 자동차, 철강, 기계, 전자제품에다 우위 분야까지 침식당하면 한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당국, 수출중소기업 지원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보다 환 위험에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카드를 내놓고 있다.

엔저라는 전반적인 기류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실탄 소진보다 기업에 대한 미시 지원 대책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1일 첫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수출 지원책을 내놨으며 정부는 지난달 1일에는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엔화 약세 대응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외국인채권투자자금 비과세 등 이른바 3종 세트를 내놓는 것도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다.

3종 세트는 자금 유출입에 관한 규제인데 현재로선 자금이 급격히 밀려오기보다 나가는 분위기이므로 사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토빈세 도입 등 대책도 현재로서는 덜 익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된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일본이 역점을 둔 기업투자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해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엔 근처까지 갈 수는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이런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