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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국 異國의 아주 특별한 요리 맛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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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국 異國의 아주 특별한 요리 맛보실래요?"

[한국의 맛]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방준원 총주방장

최고 외국인 셰프들과 각국 요리 프로모션 큰 자산


중동서 살다온 손님 "현지 요리보다 더 맛있다" 상찬


휴가지서 멍게 직접 맛보러 수백㎞ 멀다 않고 찾아가


최고의 맛 유지비결은 禁煙ㆍ禁酒…항상 최상 컨디션 유지

▲노보텔앰배서더독산방준원총주방장
▲노보텔앰배서더독산방준원총주방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호텔에 가면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호텔에 가더라도 프랑스, 이태리, 중국, 일본 등 특정 몇 개 국가의 요리만 먹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태국, 싱가포르, 아프리카, 중동, 멕시코, 스페인, 인도,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0여 개국의 이색 특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호텔이 있다. 바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이다. 16년 째 이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방준원 총주방장 덕분이다.

방 총주방장은 세계의 일류 셰프들과 함께 30여 개국의 요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그 나라의 특이한 음식 레시피를 차곡차곡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심지어 중동요리의 경우 현지에서 살다가 온 손님조차도 그곳에서 먹었던 요리보다 더 맛있다는 칭찬을 할 정도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의 총괄책임자라는 자리에 올라 각국의 진미를 요리하는 방준원 총주방장.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않고 달려가는가 하면, 금연과 금주를 통해 최상의 미각을 살려둔다는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에서 일하셨습니까?

“IMF가 일어난 1997년 7월에 입사해 16년째 일하고 있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강남의 영동호텔에서 일했고, 군제대 후에는 1년 간 프랑스 식당과 이태리 식당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요. 사실 부친의 학교동창 소개로 인터콘티넨탈호텔과 힐튼호텔에서도 제안이 왔는데, 먼저 인연이 된 노보텔로 왔습니다.”
-처음부터 양식을 전공하셨나요?

“일식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일식은 생선 내장을 꺼내고 회를 뜰 때 생선 특유의 비릿비릿한 냄새가 나 싫었어요. 그래서 일식을 접고 양식을 전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식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들어요. 역사에서 가정이 없듯이 인생에도 가정이 없지만 만일 다른 호텔에 갔더라면 지금처럼 세계의 다양한 요리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방준원 총주방장은 노보텔에 입사하기 전 사실 미국 유학을 꿈꾸었다. 미국의 요리학교인 CIA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IMF로 인해 환율이 크게 오르자 도저히 유학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CIA의 학비는 4700만원인데, IMF가 터지자 1억원이 있어야 유학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어요. 돌아가는 사회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해서 고민고민하다 호텔 조리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스물일곱 살 때 접었던 유학의 꿈은 4년 후 회사에서 호주로 장기 연수를 보내주어 이루었어요. 한국인이 거의 없는 호주 시드니의 노보텔 브라이튼 비치로 가 해외연수 겸 영어공부를 병행했어요.”

그는 호텔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했기에 노보텔에 입사하자마자 영어학원을 다녔다. 아침 9시에 학원을 들렀다가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던 그이지만,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한 영어공부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예 작정을 하고 한국인이 아닌 호주의 중산층 부부와 1년 남짓 생활을 하며 영어공부에 집중하는 한편, 요리에 대해서도 실력을 쌓았다.

-노보텔 브라이튼 비치에서 일하면서 한국과 호주 셰프의 요리실력이 비교가 되었을 텐데….

“프랑스 총주방장 밑에서 조리에 대한 기초를 배워서인지 호주에서도 기술력만큼은 뒤떨어지지 않고 한국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남다른 색감 균형 덕분에 손으로 하는 장식이 뛰어났고, 각종 조리에 필요한 소스 개발도 전혀 뒤지지 않았어요. 단지 조리사는 찬 음식, 더운 음식, 디저트, 베이커리 등 모든 분야를 골고루 알아야 한다는 걸 배우고 돌아왔지요. 호주 연수 후 나름대로 조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외국인 셰프와 함께 세계 30여 개국의 요리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서요?

“외국인 셰프가 자국 요리를 프로모션 하기 위해 내한하면 제가 전속으로 붙어서 3~5주 동안 함께 요리를 했어요. 태국, 싱가포르, 인도 발리, 호주, 아프리카,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스페인, 이태리, 중국, 프랑스, 레바논, 지중해 등의 요리를 접했지요. 아시아 음식은 거의 다 해보았고, 북미와 남미는 앞으로 도전해야 할 대상입니다. 요즘은 인도 음식과 멕시코 음식을 다시 해보며 한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다양하게 접해본 아시아 음식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동남아시아는 날씨가 덥고 습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저장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김치를 묵히고 장을 담그지만 그들은 샐러드를 비롯해 모든 요리를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즉석요리를 해요. 심지어 싱가포르는 날씨가 덥기 때문에 소스도 일단 건조시켜 요리할 때 사용합니다.”

방 총주방장이 두 달 동안 준비해 선보인 서남아시아의 음식은 호평을 받았다. 아랍권에서 10년 간 생활한 한국외대의 교수가 시식을 한 후 ‘이걸 누가 만들었나요?’라고 물은 뒤 현지에서 체험한 음식보다 더 맛있었다고 칭찬을 퍼부었다. 특히 치즈요리와 양고기와 치킨요리가 맛있었다는 평가다.

-다른 조리사와 차별화 되는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30여 개국의 요리를 해왔지만 남미요리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멕시코 요리는 흉내를 낼 수 있으니 더 지평을 넓혀 중남미요리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처럼 다른 조리사보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접해보고 만들 수 있다는 게 다른 조리사와 차별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 총주방장은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시식을 꼽는다. 평소 어느 음식점의 요리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 반드시 시간을 쪼개어 탐방한다. 최근 여름 휴가 동안 전라도에 머물면서도 경남 통영의 멍게 비빔밥을 먹어보기 위해 160㎞를 달려갔고, 심지어는 풍천장어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500㎞를 돌아 목적지에 갔을 정도다.

“남들이 볼 때는 시간과 돈을 따지며 정신이상자 취급을 하겠지만, 소문난 집의 진짜 맛을 체험해보고 싶었어요. 목포, 완도, 해남 등 전라도의 맛집을 찾아가면서 음식이 맛있는 곳에는 볼거리도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유명 맛집은 그 요리를 하는 기본 식재료가 모두 신선하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유명 음식점이 대개 강이나 바다에 인접해 있는 것도 바로 싱싱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통영에서 먹어본 충무김밥과 서울의 충무김밥을 비교한다면….

“통영에서 먹은 충무김밥이 당연히 더 맛있었죠. 충무김밥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땐 그저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밋밋하다가 먹을수록 맛을 느끼게 되요. 아삭한 무와 오징어, 김에 돌돌 밥을 만 것이 충무김밥의 전부이지만 사용하는 식재료가 서울보다 신선하니 맛도 더 뛰어나지요.”

-요리 철학이 궁금합니다.

“3년 째 백석문화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 번째는 요리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집중력이 있어야 하고, 세 번째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제 요리 철학이기도 합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마음으로 요리를 하라고 하는 이유는 어머니의 손맛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가야 맛있다는 걸 20년 간의 경험을 통해 체험했다.

“조리사는 컨디션이 나쁘면 절대로 맛있는 요리가 나오지 않아요. 노보텔에 프로야구 선수단이 자주 와서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팀의 최고 투수가 하루는 다른 선수보다 늦게 호텔에 들어오는 걸 보고 몸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다음날 아니나 다를까,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자마자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어요. 마찬가지로 조리사도 몸상태와 혀끝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너무 짜거나 맛깔나는 색깔을 낼 수가 없어요. 조리사가 과음한 다음 날에 하는 요리는 소금과 같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왔습니다.”

-그러면 평소에 몸관리는 어떻게 하는지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는 축구선수로 활동했어요. 다른 선수에 비해 몸이 약해 그만두게 되었지만요.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고등학교 2~3학년 때에는 킥복싱을 했어요. 그렇지만 군대에 가기 전까지 몸이 약한 편이었어요. 지금은 수영, 골프, 축구 등 가능한 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어요. 직장인이 대부분 다 그렇겠지만 새벽에 나와서 저녁 10시까지 일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최근 위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피로가 누적되지 않게 바쁜 일이 있으면 집에 안가고 호텔근처에서 잠을 자는 등 신경을 많이 씁니다.”

-호텔 운영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노보텔 앰배더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이 아니라 비즈니스 호텔이기 때문에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맛에 최대한 신경을 씁니다. 뷔페에서 다른 호텔처럼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균형잡힌 메뉴에다가 맛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하지요.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긴 하지만 3년에 걸쳐 메뉴를 완성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입니다. 그동안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했어요. 동네 분식점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특급호텔인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지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나갈 작정입니다.”

방준원 총주방장은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요리과정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다음 목표를 제시한다. 호텔의 음식 맛은 한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요리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조차도 교육의 과정으로 변모시킨다. 글로벌이코노믹 독자들에게 선보일 레시피를 위해서도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하며 후배들이 그 과정을 보게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리대회 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의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요리라며 결코 평범하지 않은 메뉴를 선택해 요리하는 정성을 보였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하면서 본 한식의 경쟁력은?

“태국에 가면 맵고 신 야채와 새우를 넣고 끓인 ‘똠얌꿍’이라는 요리가 있어요. 다섯 가지의 진미가 느껴진다고 하는 일종의 스프이지요. 또 일본의 미소 스프도 이젠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도가니탕이나 갈비탕도 꾸준하게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한다면 한국적인 색깔과 함께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너무나 친절해 김치를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한다며 한국적인 색깔을 빼는 데 있어요. 오히려 김치가 숙성되었을 때의 새콤한 맛을 지키며 유산균이 발효되어 몸에 좋은 음식으로 변하는 걸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알려준다면 틀림없이 외국인들이 한식에 반할 겁니다.”

-요리가 방 총주방장을 행복하게 하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요리를 하면서 처음으로 ‘기분이 좋다, 날아갈 것 같다’고 느낀 건, 홀에서 주방으로 들어온 접시가 핥아 먹은 것처럼 깨끗하게 비워져 나올 때였어요. 20년 전 그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냥 행복하고 집중력을 갖게 됩니다. 반대로 제가 만든 음식이 손을 대는 둥 마는 둥 그냥 돌아오면 손님이 남긴 음식을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담당 웨이터를 불러 왜 음식이 남았느냐, 음식에 문제가 있었느냐고 꼼꼼히 점검을 합니다. 혹시 음식이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다음에는 꼭 만족시켜야 저도 행복할테니까요.”

-고등학생들이 조리를 하고 싶다고 상담을 해온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상담을 해오면 처음에는 조리사를 안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합니다. 요리를 하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많거든요. 조리사의 화려한 면만 보지 말고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견뎌내야 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다면 조리사가 되는 과정에 대해 조언을 해줍니다.”

방준원 총주방장은 현재 대학의 조리과 수업이 약간 형식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기초과정이 중요한데, 유럽의 과정과 비교할 때 정말 배워야 할 부분인 기초과정이 교육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기초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했을 때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고, 조리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