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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唯二'한 딤섬 전문가 "3000가지 맛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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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唯二'한 딤섬 전문가 "3000가지 맛 즐겨보세요"

[한국의 맛]중화요리업계 홍일점 정지선 조리사

"흔하디 흔한 게 싫어 컴퓨터 버리고 요리 시작했어요"


中 양주大서 중식체험 다녀온 후에 본토 유학‧맛 기행


중식엔 왜 여자조리사가 없을까? 힘든 일 하며 주방 꿰차


한국인에게 깨물면 국물 흐르는 소롱포와 쇼마이 추천

▲ 중화요리계의 홍일점 정지선 조리사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전국 중화요리집 개수는 2만5000여 개에 달한다. 이렇게 중식당이 많은 데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게 하나 있다. 중화요리를 만드는 조리사는 죄다 남자라는 점이다. 한식이나 양식의 경우에는 여자 조리사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중화요리집에는 여자 조리사를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뜨거운 불 옆에서 무거운 팬을 돌려야 하는 중화요리의 특성상 여자 조리사의 체력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한결 쉬운 일을 찾는 여자 조리사의 성향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보기 드문 중화요리계에서 당당히 홍일점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조리사가 있다. 주인공은 딤섬 전문가로 통하는 정지선 조리사다.

정지선 조리사는 정작 딤섬 전문가라는 말을 싫어한다. 본인은 여느 중화요리집의 주방장과 마찬가지로 각종 중국요리를 할 수 있는데, 여자 조리사라는 이유로 본인을 딤섬이라는 작은 영역에 가두는 게 싫다는 이유에서다. 주방에서는 남자 조리사보다 더 억척스럽게 요리를 하며 자신 앞에 붙는 ‘여자’를 뺀 중국요리 조리사이기만을 꿈꾼다. 중국 본토 유학파로 중화요리의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정지선 조리사를 만났다. <편집자 주>

-조리 세계에 언제 발을 들여놓았나요?

“열아홉 살 때부터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어요. 정보처리고등학교 정보처리과를 다녔는데, 누구나 흔하게 따는 컴퓨터 자격증이 싫은 나머지 조리사자격증을 따려고 고1 때 뷔페에서 홀서빙 하는 알바를 했어요. 제 손으로 직접 학원비를 벌어 고2 때 한식과 양식 조리사자격증을 땄어요.”

-컴퓨터 자격증이 당시만 해도 그리 흔한 건 아니었는데….
“너무 흔한 건 무조건 싫었어요. 친구들이 컴퓨터 자격증을 따니까 저는 그들과 다른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선택한 게 요리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조리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단지 초등학교 동창 만나면 제가 해주는 김치 부침개를 먹고 싶다고 할 정도로 요리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지요.”

요리로 진로를 선택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인천 제물포의 신라웨딩홀 뷔페에서 일했다. 주말에는 1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현실을 보며 다소 실망한 나머지 공부를 더하기로 했다.

“1년 간 일한 뒤 2003년에 혜전대 호텔조리학과를 갔어요. 1학년 말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가운데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중국 장쑤성(江蘇省) 양주대학에서 1주일 간 중화요리 체험 행사가 있어 지원해 중국을 다녀왔어요. 짧은 시간이나마 중국요리에 대한 교육을 받고 돌아온 후 매력이 있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중국에 유학을 갔어요. 6개월 어학코스를 밟은 후 양주대학 3학년에 편입했습니다.”

-무엇을 배웠습니까?

“중국의 4대 요리로 불리는 베이징 요리, 쓰촨 요리, 상하이 요리, 광둥요리와 장쑤성에서 유명한 회향요리에 대해 배웠어요. 회향요리는 햄을 넣은 장쑤성 양주의 볶음밥으로 짭짤한 맛이 특징입니다. 유학 중에는 알바가 어려워 포기하고 조각과 밀가루 공예를 1년 간 배웠어요. 그후 칼판 20명, 불판 30명이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영빈관에서 실습비를 내고 칼질부터 말린 두부의 포를 뜨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중식에서 일하는 방법을 익혔지요.”

-그때 배운 기억나는 요리가 있다면….

“비둘기요리가 기억이 납니다. 비둘기를 오븐에 구워 소스를 발라 내놓는데, 진짜 맛있어요. 영빈관에서 1년 가까이 실습을 했고, 틈나는 대로 시안, 하얼빈, 베이징, 상하이, 난징, 항저우, 쑤저우 등 중국 명소 21곳을 찾아다니며 맛기행을 했어요. 학생이라 돈을 절약하기 위해 기차 안에서 자면서도 미래의 조리사를 지향하는 만큼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칭따오에서 풍부한 해산물로 만드는 민차이 요리코스를 배우면서 한국 중화요리의 대표조리사인 여경래 조리사를 만나 중식의 깊이를 느낀 게 기억에 남아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어디에서 일했습니까?

“2007년 6월에 귀국해 팔레스호텔에 들어가 면 반죽을 하고 밀었어요. 호텔주방의 막둥이로서 물건을 정리하는 등 잡일을 도맡아 했지요. 6개월 동안 일하다 여경래 조리사의 친동생인 여경옥 조리사가 운영하는 중식당 루이에 들어가 2년 가까이 일했어요. 그리고는 2009년부터 이면희중국요리전문학원에서 창업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를 했고, 주부를 대상으로 딤섬을 가르쳤어요.”

정지선 조리사는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동시에 서울 영등포의 타임스퀘어 내 차이나플랜에서 칼판장을 거쳐 불판으로 3년간 일하기도 했다.

-얼마전 까지 플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에서 일한 것으로 아는데….

“2011년 12월 플라자호텔에 입사하자마자 면기계에 손가락이 들어가 30바늘을 꿰맸어요. 인정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어 제 나름 열심히 일했어요. 중식을 택한 건 여자조리사가 안 하는 분야에 도전하기 싶었기 때문인데, 다른 조리사에게 지기 싫어서 아파도 아픈 척 하지 않고, 깡으로 버텼지요. 사실 제가 너무 힘들어 후배들에게는 중식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딤섬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사실은 딤섬보다도 요리를 하고 맛내는 일을 더 좋아해요. 아무래도 여자조리사이다 보니까 중식당에서 딤섬을 만들도록 유도해요. 중국 유학시절 손재주가 모자란다는 생각에서 조각과 밀가루 공예를 배웠어요. 일부러 섬세함을 길렀지요. 그게 딤섬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만두와 딤섬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만두도 크게 딤섬 안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딤섬은 굉장히 종류가 많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만두는 딤섬의 한 부분일 뿐이지요. 딤섬은 찐만두인 교자, 만두피를 발효시킨 포자, 만두피에 구멍이 뚫려 속재료가 보이는 쇼마이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물론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다르고, 같은 피를 쓰더라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릅니다. 홍콩인이나 중국인은 후식을 딤섬이라고 말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종류는 3000가지가 넘습니다. 심지어 팥양갱도 딤섬이라고 하지요.”

-하루에 딤섬을 몇 개까지 만들어보았는지요?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세 명이 딤섬 1만개를 빚어보았어요. 어마어마한 양을 납품하려니 모양에 신경 쓸 시간도 없었어요. 거의 딤섬의 달인 수준으로 입으로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으로는 계속 딤섬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국인은 딤섬을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무조건 중국이나 홍콩에서 딤섬기술자를 데려오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어요. 그런 현실에서 자격을 갖춘 한국인 딤섬 전문가는 2명밖에 없고, 그나마 대우는 형편이 없어요.”

-딤섬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딤섬은 우선 시각적으로 사람을 매혹시키고 가지각색의 모양과 내용이 특별한 맛을 선사하지요. 특히 겉에서 봐선 흔한 고기만두의 모습이지만, 일단 깨물어 보면 뜨거운 국물이 주르륵 흘러나오는 소롱포가 굉장히 매력이 있어요. 거죽은 식더라도 속의 국물은 쪄 내온 그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깨물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설사 입을 델 지라도 그 풍부한 육즙과 고기맛의 조화는 정말 별미 중의 별미이지요. 소롱포는 먹을 때 먼저 찢어서 육수를 마시고, 생강소스에 찍어서 통째로 먹는 게 좋습니다. 생강소스에 찍어 먹는 이유는 고기와 비개의 비린내를 잡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중국에서 서태후 만두를 비롯해 각종 딤섬을 먹어본 경험이 궁금합니다.

“중국 각 지역을 여행하며 엄청난 종류의 딤섬을 경험해보았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딤섬은 쇼마이와 소롱포인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은 딤섬을 식사 대용으로 먹거나 간식으로 먹고, 홍콩인은 전채요리로 먹어요. 중국에서는 밥 대신 딤섬을 먹기 때문에 피가 두꺼운 반면에 한국에서는 얇은 피를 선호해요.”

-딤섬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딤섬은 모양이 예뻐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손기술이 중요해요. 각자 좋아하는 내용에 따라 속재료를 준비하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웃으며 딤섬을 빚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그리고 소롱포는 육즙을 먹은 다음에 나머지를 먹고, 쇼마이는 소스에 찍어먹기보다는 그냥 먹는 게 좋습니다. 육즙이 있는 교자를 빼고는 대부분 그냥 먹기를 권합니다.”

-조리사로서의 꿈은 무엇입니까?

“조리사를 시작할 때 제가 필요한 것보다 남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좀더 경력을 쌓아서 조리기능장도 따고 싶고, 회전 딤섬 가게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특히 중국요리에는 식품첨가물인 미원을 사용하지 않으면 맛을 낼 수 없다는 편견을 갖는데, 첨가물을 넣지 않고서도 진짜 맛있는 중국요리를 선보일 생각입니다.”

정지선 조리사는 집에서 부탄가스에 양파를 올려놓고 볶고, 춘장을 약한 불에 고소한 향이 날 때까지 은근하게 볶으면 미원이 들어가지 않아도 맛있다고 소개한다. 수타를 하는 친구와 함께 한달 동안 자장면에 대해 연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요리는 마술입니다. 조리사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요. 뿐만 아니라 요리는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병을 낫게 해주기 때문에 약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중국 유학 후 한국으로 귀국할 때 옷은 다 버렸지만 무거운 책은 다 가지고 왔어요. 한쪽 벽면을 책으로 장식해 놓았는데 밤을 새워서라도 책을 보며 저만의 요리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요리 사진과 레시피를 모아놓은 레시피북(60P 짜리)이 벌써 21권을 넘어섰어요. 요리 수(數)로는 2500여 가지가 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거창한 계획은 없고 늘 이대로만 유지하자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어요.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과 좀더 친해져 공유할 생각입니다. 학생을 가르칠 때 보람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틈만 나면 제가 가진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