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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빨간 옷, 속담, 그리고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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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빨간 옷, 속담, 그리고 이창호’

[글로벌이코노믹=안재민 기자] 정치나 외교에서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는 건 의외로 아니 어쩌면 당연히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부분에서 좌우되기도 한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나라 안에서 연이어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센스있는 외교로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종료된 뒤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국빈 만찬이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만찬은 오후 10시20분까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 정계 인사는 물론 걸그룹 ‘Miss A’로 활동중인 중국인 멤버 지아·페이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시 주석의 눈에 띈 인물 이창호 9단도 있었다. 이창호 기사의 만찬 참석은 청와대 측의 배려로 이뤄졌다. 시 주석이 바둑 애호가로 알려진데다 이창호 기사의 팬을 자청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방중 만찬에서 시 주석은 중국 프로기사 창하오 9단을 초청해 박 대통령에게 손수 소개를 시키기도 했다.

시 주석은 자신의 정치 후견인인 중국정치계의 원로 겅뱌오의 비서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그는 “(시진핑과) 3년 동안 같이 음악을 듣고, 바둑을 두며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배웠다”고 했다.

또 바둑에 문외한이었던 시 주석에게 중국 바둑영웅 녜웨이핑 9단을 소개시켜 바둑을 배우게 할 정도로 취미를 넘어 치국(治國)의 기본으로 삼았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 시 주석에 자타 세계 최강인 이창호 기사와의 만남은 연예인을 만난 팬의 심정이었을 터. 실제로 이창호 기사는 우리나라보다 바둑을 사랑하는 중국인들에게 더 유명할 정도다. 이날 시 주석도 다른 누구보다 이창호 기사를 만나 악수를 하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고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시 주석에 대한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중부터 작은 배려는 시작됐다. 빨간색 재킷을 입고 시진핑을 맞은 것. 빨간색은 중국에서 권력, 부, 명예를 상징해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또 외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은 회담 발언 사이사이 중국어 속담 등을 이용해 시진핑을 웃게 만들었다. 시진핑도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회담 성과도 진전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의 단독 방문만으로도 북한과 일본에 무언의 압박이 전해졌다. 성명에서는 ‘북핵’에 대한 직접적 명시는 없었지만 지난해 6월 성명때보다 경고 수위가 한단계 격상됐다.

경제 분야에서도 시 주석이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동원하며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

꼬인 매듭을 푸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일단 한번 실타래를 풀면 새 옷을 지을 자원이 마련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 새 옷을 재단해 나갈 수 있을지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