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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 최대의 석유회사, 내수 의존으로 수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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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 최대의 석유회사, 내수 의존으로 수익 감소

[포춘 500] 글로벌(8) 페트로브라스(Petrobras)

[글로벌이코노믹=배동호 기자] Petrobras(이하 페트로브라스)는 1953년 10월 3일에 설립된 브라질의 다국적 에너지회사다. 당시 브라질의 상황은 자국의 석유를 스스로 개발하고 소유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정점에 이르던 시기였다. 이러한 여론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6년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기업이 석유를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회사 운영은 1954년부터 시작했는데 그 전에 있던 National Petroleum council(NPC)이 가지고 있던 2개의 정제공장들을 물려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이 2개의 정제 회사가 페트로브라스의 최초의 자산이 됐다. NPC는 가지고 있던 자산들을 모두 페트로브라스에 전달했지만 감사와 조사에 관한 권리는 계속 유지했다.

국가에서 인정한 합법적 독점기업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1960년대까지 어려움 없이 회사가 성장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지만 1973년에 있었던 1차 석유파동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회사는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가게 됐다. 거의 희망이 보이지 않던 찰나에 극적으로 Bacia de compos에서 큰 유전이 발견되면서 전환기를 맞게 된다. 이 유전의 발견으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으며 1979년에 있었던 2차 석유 파동 때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후 페트로브라스 는 남반구에서 가장 큰 석유회사가 됐지만나 1997년 합법적 독점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판매와 유통 서비스는 따로 분리됐다.
표 1. 페트로브라스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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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 최대의 석유회사지만 내수에 의존해 수익은 감소 추세


페트로브라스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페트로브라스의 사업부문의 특징, 매출과 영업이익, 경쟁력 등을 분석했다.

첫째, 페트로브라스는 석유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과 판매가 주요 사업이고 채취한 자원들을 정제하고 이동시키는 사업까지 하고 있다. 브라질에 공급되는 가솔린, 디젤 등의 정제 제품들은 전량 페트로브라스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정제산업뿐만 아니라 석유로부터 얻게 되는 2차 가공, 생산품 사업도 역시 잘 발달되어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 에너지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태양열 발전소 건립도 늘리고 있으며 풍력 발전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유소 사업도 하고 있는데 브라질 전역에 걸쳐 페트로브라스의 주유소가 걸쳐 있다. 화학비료공장도 규모는 작지만 규모에 비해 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표 2. 페트로브라스의 주요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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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최근 3년간 페트로브라스 매출과 이익은 감소하고 있지만 감소폭은 줄어 들고 있다. 2011년 매출은 1459억 1500만 달러(약 149조3585억원)을 기록했으나 2012년에는 1441억 300만 달러(약 147조5038억원)에 머물렀다. 2013년에는 1414억 6200만 달러(약 144조8500억원)으로 약간 매출의 감소세가 커졌으나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매출 변동폭은 2%미만에 머물러서 큰 변동은 아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는 변화의 폭이 크다.

2011년 272억 8500만 달러(약 27조9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2년에는 169억 달러(약 17조2988억원)으로 무려 38.1%나 감소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172억 1400만 달러(약 16조5966억원)으로 감소폭을 줄였다. 그래도 4.1%나 감소했기 때문에 작은 규모 아니다. 순이익은 2011년 199억 9200만 달러(약 20조 4638억원)을 기록하고 2012년에 109억 3100만 달러(약 11조 1889억원)으로 45.3%나 떨어졌다. 영업이익의 감소폭보다 더 크게 감소했지만 2013년 108억 3200만 달러(약 11조 876억원)으로 0.9%감소해서 감소폭이 줄어 들었다.

셋째, 페트로브라스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업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의 합법적인 독점기업으로 브라질에서 유전의 탐사/개발, 석유의 정제와 그 생산품을 판매하는 것은 모두 페트로브라스가 전담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자산규모나 사업내용 등은 서구권의 에너지회사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에너지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판매량뿐만 아니라 가격에 크게 좌우되며 투자수익, 서비스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브라질 같은 국가에 속한 기업은 환율상의 이익이나, 인플레이션, 국내 경제나 정치상황 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브라질 경제상황은 페트로브라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달러대비 브라질 화폐가치 하락으로 실적을 달러로 환산했을 시 매출과 이익의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또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원유의 단기가격 변동성을 가솔린이나 디젤 가격에 바로 반영을 하지만 페트로브라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회사측에서 이유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인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상승세에 있을 때에는 이런 방식을 써도 상관없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세에 있으면 단기가격이 상승할 때 돈을 벌어 두어야 단기 하락할 때 만회할 수 있다. 하락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손해를 줄여야 하는데 페트로브라스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페트로브라스가 수출보다 내수에 더 큰 비중을 둔 것도 매출과 이익이 크게 감소하는데 기여했다. 페트로브라스의 전체 판매수익의 75.3%가 석유 부산물과 천연가스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자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자국 상황이(특히 인플레이션과 환율) 좋지 않을 때 내수 판매를 늘리다 보니 실적이 좋을 수가 없다. 거기다 2011년에는 67.8%, 2012년에는 69.7%로 점점 내수 판매비율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달러로 환산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페트로브라스의 미래 전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 큰 흐름과 사업 계획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최근 변화 중에 눈 여겨 보아야 하는 점은 자산규모의 증가다. 자산 항목 가운데 다른 부분의 변화는 별로 크지 않지만 공장이나 장비 등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에너지 회사들은 장비와 공장이 사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산으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페트로브라스는 2012년부터 이 자산 항목들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자산의 증가는 돈을 벌기 위한 예비 준비 단계를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유럽의 에너지 회사들은 대부분 석유 중심의 에너지 개발에서 천연가스 중심으로 이행하고 있다. 기존의 석탄이나 석유 자산들을 매각하면서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천연가스 개발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페트로브라스 같은 경우는 좀 차이가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남반구 최대의 에너지 회사이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이머징 마켓 중 하나인 브라질을 자국시장으로 두고 있고 상당수의 다른 남아메리카 지역도 장악하고 있다.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이머징 마켓을 시장으로 두고 있는 탓에 현재 천연가스로의 전환은 크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머징 마켓의 경제 회복속도가 선진국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페트로브라스의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자산 증가는 미래 트렌드의 변화에 대한 대비보다는 현재의 수요 증가로 인한 영향이 크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페트로브라스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07년 계획했던 2020년 장기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시 목표는 생산량을 증가시키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생산만 하면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졌고, 셰일 가스개발 붐이 일어서 가장 큰 해외 시장 중 하나였던 미국은 더 이상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하지 않게 됐다. 브라질 내에서 페트로브라스에게 가하는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페트로브라스가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가솔린이나 디젤에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 변화량을 계산해서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 가솔린은 7.8%, 디젤은 10.2% 가격을 올렸고 2013년에는 가솔린10.9%, 디젤 19.6% 인상했다. 이 때문에 단기 변동을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내에서 가격 상승폭이 높다고 비난을 먹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페트로브라스의 사업 분리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브라질 내에서 국민들의 불만도 문제지만 페트로브라스가 공개기업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국영기업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합법적 독점기업이다 보니 경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생산된 제품들을 분배하고 운송하는 사업은 분리된 상태다. 그러나 페트로브라스의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만 분리시킨 것이라 사실상 분리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 때문에 2013년에 2030년까지의 수정된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에 발표한 장기계획을 불과 6년 만에 크게 수정하면서 방어적으로 변경했다. 부채와 레버리지 비율을 2015년까지 줄이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다. 자산에서 현금 비중도 늘고 있는데 미래 변화에 대비해 최대한 현금 보유를 늘리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석유 생산량은 1일 평균 200만 배럴 생산하고 있는 석유량을 2018년까지 320만 배럴까지 높일 계획이다.

최근 이머징 마켓의 경제가 살아나고 있어서 소비에 문제는 없고 다른 대형 에너지 회사들은 천연가스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어서 경쟁이 줄어 들고 있다. 또한 브라질 연안의 대륙붕에는 상당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어 페트로브라스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당분간 페트로브라스는 별 어려움 없이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보이며 브라질 경제가 살아나고 브라질 화폐가치가 높아지면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고 내수시장에서의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가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합법적인 독점경영도 국가가 지분을 포기해버리면 사실상 상실될 수 있다.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여론도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므로 장기적으로 내수 시장에서의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