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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기술개발로 경쟁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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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기술개발로 경쟁력 키운다

[포춘 500] 미국(9)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

[글로벌이코노믹=김영호 기자]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이하GE)은 가전제품부터 항공기엔진, 에너지, 금융, 방송까지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는 미국의 복합 대기업이다. GE의 모태는 1878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Thomas A. Edison)이 자신의 발명품인 백열등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 ‘에디슨 일렉트릭 라이트(Edison Electric Light Company)’다. 후에 사명이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Edison General Electric)'으로 변경되고 1892년 '톰슨 휴스턴(Thomson-Houston) 전기회사'와 합병했다. 1896년 GE는‘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 편입되어 당시 12개의 우량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118년이 지난 현재에도 남아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1900년 미국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며 수천 개의 특허를 취득하고 노벨상도 2번(1932년, 1973년) 수상했다.

1981년 CEO로 취임한 잭 웰치는 이러한 GE의 고질적인 병폐와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GE를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잭 웰치는 CEO로 재직한2001년까지 과감한 사업부 매각과 인수합병, ‘SWOT분석’,‘6시그마’, ‘워크아웃’ 등 수많은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의 GE를 구하고 GE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잭 웰치가 단행했던 위기관리 활동과 기업문화 혁신은 경영학 이론서에 소개될 만큼 지금까지도 현대기업의 우수한 경영사례들로 꼽히고 있다. 2010년 GE는 <포브스> 에 의해 매출, 수익, 자산, 시장가치 기준으로는 세계 2위 기업에 선정됐으며, 브랜드가치는 428억 달러로 세계 5위로 꼽혔다. 표 1은 GE의 기업 개요다.
표 1.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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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기술개발, 아이디어 재창조,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으로 경쟁력 강화

2014년 현재 GE는 발전 및 수처리, 항공장비, 가전, 조명,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문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업과도 같은 규모다. 창사이래 꾸준한 질적/외형적 성장을 거듭해온 GE는 2014년 7월 현재 150개국에 진출해 약 30만 명의 직원들을 거느리며 약 150조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거대한 공룡기업이다. GE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부문의 특징, 매출과 영업이익, 경쟁력 등을 분석했다.

먼저 현재 GE의 핵심 사업부서들은 전 CEO 잭 웰치가 20년간 회장으로 있으면서 1700여건의 기업 인수합병을 실시하고, 경쟁력 또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부문은 과감하게 매각/폐쇄시키는 등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으로 탄생했다. 2014년 현재 기준으로 연간 애뉴얼 리포트에 주요사업으로써 실적이 보고되는 GE의 주요 사업부는 발전 및 수처리(GE Power & Water), 오일&가스(GE Oil & Gas), 에너지 관리(GE Energy Management), 운송(GE Transportation), 가전 및 조명(GE Appliances & Lighting), 항공장비(GE Aviation), 헬스케어(GE Healthcare), 금융 서비스(GE Capital) 등 8개 사업부문이다. 그 외 광산업, 에너지 컨설팅,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하다.

이들 개별 사업부는 잭 웰치가 크게 3개의 사업 카테고리로 분류한 핵심(Core), 하이테크(High Tech), 서비스(Service)에 각각 속하며 다시 재분류될 수 있다. 서비스 부문에 속하는 GE 캐피탈, 하이테크 부문의 항공장비 및 헬스케어 사업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핵심 사업에 속한다. 잭 웰치가 그랬던 것처럼 제프리 이멜트가 지휘하는 현재의 GE도 미래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끊임없이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부문을 강화해오고 있다.

다음으로 GE의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은 2012년을 제외하면 소폭이긴 하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순이익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 이후 금융사업을 운영하는 GE 캐피탈(GE Capital)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의 영향이 아직까지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까지만 해도 GE 캐피탈은 GE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차지했었다. GE측은 수익성 높은 GE 캐피탈을 키우기 위해 다른 사업부문을 축소하면서까지 대출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

그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무너지면서 GE 캐피탈에 의존도가 높았던 GE는 전체 수익구조가 부실화되는 위험에 처했다. 2013년 영업이익은 170억 달러(약 17조4165억원)로 전년 대비 6.6% 하락, 순이익은 130억 5700만 달러(약 13조3768억원)로 4.3% 하락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GE는 현재 자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사업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GE는 북미 소매금융부문을 분사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
표 2. GE의 주요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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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GE의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GE의 역사부터 파악해야 한다. GE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에디슨 일렉트릭 라이트를 설립한 사람이 바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다. 에디슨이 백열전등, 라디오, 축음기, 영사기 등을 발명해 20세기 과학문명의 시대를 열어줬듯이 GE도 전구, 각종 전자기기 등 소비자 가전부터 모터, 터빈, 발전기, 항공엔진 등 산업사회에 꼭 필요한 용품들을 개발/제작해왔다. 이처럼 GE가 인류생활의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경쟁력은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 끊임없는 아이디어 재창조,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에 있다.
첫 번째 경쟁력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기술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GE는 2013년 한 해 동안 총 1460억 4500만 달러(약 149조6231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순이익은130억 5700만 달러(약 13조3768억원)에 달했다. 이중 48억 달러(약 5조원)를 GE의 부설연구소인 글로벌 R&D센터에 투자했다. 제프리 이멜트 CEO는 예산조정이 필요할 경우 다른 부문의 비용을 절감하더라도 기술투자와 관련된 예산은 절대 삭감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전 세계의 고객과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을 영위하려면 테크니컬 리더십(선도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GE는 첨단제품 연구와 개발을 선제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시장에서 브랜드파워를 구축하고 우위를 점한다.

두 번째 경쟁력은 하나의 기술을 끊임없이 변용하고 재창조하면서 시너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항공기 사업부에서 개발한 소형 엔진을 전력 분배에 활용하고, 터빈을 LNG에 이용하는 등 하나의 기술을 여러 플랫폼에 적용해 비용도 절감하고 새로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다. GE는 기술의 융∙복합을 가장 먼저 실천한 글로벌 기업으로 유명하다.

세 번째 경쟁력은 철저히 현지화된 세계화 전략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이다. GE의 글로벌진출 철학은 기업입장에서 관리가 용이한 표준화된 세계화가 아니라 GE가 보유한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현지 사정에 맞게 접목해 진출국에게도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적극적/종합적인 글로벌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진출을 위해 적어도 2~3년 전부터는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여기서 체득한 노하우 덕분에 GE는 앙골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모잠비크 등 다소 리스크가 높고 타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지역들까지 다양하게 진출해 성공적인 글로칼리제이션을 이뤄냈다.

특히 타국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하면서도 애로사항은 바로 고급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인데 GE는 글로칼리제이션을 통해 극복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국가 전체의 고급인력보다 GE캠퍼스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더 많다. 또한 국립대 출신이 거의 없어 현지화가 불가능해 보였던 모잠비크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만큼 자체인력을 양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MBA 출신 여성인력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칼리제이션은 GE와 해당 진출국이 함께 성장하고 상생하는 좋은 사례로 발전하고 있다.



본원적 사업을 포기하고 금융업에 올인하다 위기 자초
GE처럼 다양한 사업 부서를 운영하는 제조업체들은 많지만, GE만큼 각 사업부문 간의 시너지 효과가 높고 상호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갖춘 기업은 드물다. GE는 미래 성장 분야인 스마트홈과 LED(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 유관 사업부간의 높은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잘 활용한다면 향후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 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까운 미래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관련 전자 제품과 장비가 제조업을 이끌어나갈 강력한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은 2018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해 약 US$ 710억 달러(약 73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관련 보안 장비, 조명, 에너지 시스템, 엔터테인먼트 등이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GE가 운영하는 사업에 포함된다. 또한 GE역시 스마트홈 가전시장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이미 다목적 센서, 스마트 계기판, 스마트 전력 장비 등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이다. 특히 감시용 카메라 시스템, 알람, 무선 조명시스템 등 보안 관련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은 2014년 LED 시장 규모가 US$ 83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E는 이미 LED 제품과 관련해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LED는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GE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스마트홈과 LED, 부문적인 미래는 긍정적일지 모르나 현재 GE 전체를 옥죄고 있는 GE 캐피탈의 붕괴로 인한 전체 수익악화 문제야말로 GE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4년 1분기 GE캐 피탈의 매출은 전년 보다 8.3% 감소했는데, 이 중 부동산 부문 매출은 62%나 급감했다. GE 전체 매출에서 GE 캐피탈은 약 43%나 차지하고 있어 기업 전체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GE도 리스크가 높은 금융서비스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과 증권 등의 금융 부문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GE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북미 소매금융 서비스 부문을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 이름으로 분사하고 2015년에는 회사에서 완전히 분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E는 전사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수익 안정성과 미래 성장잠재력을 냉정하게 평가해 사업을 정리하고, 오래되어온 관료문화를 뜯어고치는 등 체질개선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GE가 거듭해온 변화 중에는 개악도 있었다. 바로 GE의 중요한 아이덴터티(identity)를 형성하는 중요 핵심사업들 마저 상당수 구조조정하고 금융부문만을 집중적으로 키운 것이 문제였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에디슨의 창업정신을 뒤로 하고 머니 게임에만 급급하다 글로벌 혁신기업 GE를 한낱 금융회사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했다. 근래에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부를 축적하게 되면 너도나도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금융업에 많이 뛰어든다. 그러나 GE가 알려주는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게는 수익과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더 큰 미래를 내다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본업, 즉 핵심 경쟁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