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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日최초 스텔스 전투기, 2018년 이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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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日최초 스텔스 전투기, 2018년 이륙하나

일본은 첫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위한 시작기(試作機)인 '선진기술실증기(ATD‧통칭 心神)'가 내년 1월, 첫 비행 시험을 할 예정이다. 일본의 첨단기술을 결집하여 경량화에 철저를 기해 '헤이세이(平成)의 레이센(零戰‧제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일본 해군 전투기의 하나)'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은 1960년대에 도입한 F4EJ 팬텀(Phantom)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사의 F35 JSF(Joint Strike Fighter)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동의한 지 2년이 경과한 현재, 상승하는 비용과 F35 프로그램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 일본은 미국과 맺은 해외군사판매(Foreign Military Sales) 계약으로 F35 전투기 4대를 102억 엔에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는 당시 환율이 1달러당 82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당 1억2400만 달러였다. 이 가격은 원래 합의한 99억 엔에 F35 전투기 프로그램이 당시 직면한 개발 및 테스트의 어려움으로 이미 할증이 붙은 가격이었다.
그 이후, 가격은 지난 2013년 봄에 1달러당 95엔과 105엔 사이를 오가던 엔화의 평가절하와 함께 계속 상승, 2013년도에 구매한 첫 번째 F35 전투기 2대의 가격은 299억 엔으로 치솟았고, 2014년도에 예정된 기체 4대의 가격은 638억 엔(대당 약 160억 엔)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서,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쓰비시전기(三菱電機株式会社), 그리고 IHI(구 石川島播磨重工業株式会社)사가 조립 및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F35 전투기의 생산 공장과 장비에도 2013년도에는 830억 엔, 2014년도에는 424억 엔의 예산이 들어간다. 물론 이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위한 사전 투자일 수도 있다. 그런데 2014년 11월 6일 현재 환율은 달러당 114엔대로 올랐다. 일본의 F35 전투기의 구입 부담은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첫스텔스전투기시작기(ATD)
▲일본의첫스텔스전투기시작기(ATD)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전후 미국의 핵우산 보호 하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독자적인 외교와 군사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면서 군사 대국화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스텔스 전투기 개발 계획을 공표하지 않고 은밀히 추진해 왔다. 일본 방위성은 5개년 중기방위계획과 10개년 국가방위프로그램 개요를 계획보다 1년 앞선 지난 2013년 12월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 두 계획에는 일본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 계획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드러나지 있지 않다.

일본의 중요한 방위 프로그램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고 있는 5개년 중기방위계획에서 정작 F35 JSF에 대해서는 2018년도에 일본이 F35 전투기 28대를 도입할 것이라는 언급 밖에 없다. 10개년 국가방위 프로그램 개요에서도 일본이 전투기 전력을 260대에서 280대로 늘릴 것을 고려 중이라는 언급 밖에 없다.

5개년 중기방위계획에는 중국 해군의 늘어나는 세력 확대에 대응하고 일본 동남방 도서지역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5년 동안 24조7000억 엔의 예산 가운데, 벨-보잉(Bell Boeing) V22 오스프리(Osprey) 틸트로터기 17대, 글로벌 호크 (Global Hawk) 무인정찰기 3대, 수륙 양용 장갑차 52대를 도입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다.

일본이 2018년도에 F35 전투기 28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은 2011년 12월에 일본 방위성이 최종적으로 2021년까지 F35 전투기 42대를 구매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42대 중에 38대는 일본에서 최종 조립 및 체크아웃(check out)을 받는 조건이라고 일본 방위성 계획문건에 나와 있다."고 일본 방위 분석가인 키요타니 신이치 (淸谷信一)는 밝혔다.
일본의 국산전투기 개발 구상은 1980년대의 FSX(차기지원전투기) 선정을 둘러싸고 미국이 끼어들어 결국 미일 양국이 공동개발하기로 타결을 본 과거도 있다. 일본 자위대나 방위산업에 있어, 비원(悲願)이라고도 할 수 있는 '히노마루(日の丸) 전투기'는 과연 이륙할 수 있을까?

정신, 혼의 의미를 갖고 있는 '신신(心神)'은 정식 명칭은 아니다. 개발 구상 초기에 방위성 내에서 쓰이기 시작했지만, 유래도 분명치 않다. 방위성 담당자는 "우리는 '신신'이라고 하는 명칭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어느새 "신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통칭으로 정착하고 있는 듯하다.

'신신'은 방위성의 위탁을 받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국내기업이 2010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거점이 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名古屋)항공우주시스템 제작소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일본 해군의 전투기 '레이센'을 생산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다. 이것도 항공기 팬이 '신신'과 '레이센'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차대전 때 '레이센' 전투기 외에도 전함 '야마토'와 '10식 전차'를 제작했다. 전후에도 일본 군수산업의 리더 자리를 지켜왔는데, 지금도 글로벌 방위산업체 중 29위에 랭크되어 있다.
'신신'은 전장 약 14미터, 전폭 약 9미터, 전고 약 4.5미터. 탄소섬유의 전파흡수재로 인해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렵게 하는 스텔스 성능을 갖춘다. 연료장치의 소형화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함으로써 경량화를 꾀하고, 높은 운동성을 지향한다.

엔진은 1853년 이시카와 조선소로 출발한 IHI가 개발했다. 엔진과 비행을 일체적으로 제어함으로써 기수를 상방의 적기로 향한 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높은 온도에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능력이 향상된다"(방위성 담당자)고 하는데, 이를 위해 엔진 부품으로 세라믹스 복합재를 사용했다. 종래의 니켈 합금에서는 내열성이 1000도 정도였는데, 세라믹스 복합재는 약 1400도까지 향상되었다고 한다.

일본 방위성이 국산 전투기 개발에 집착하는 것은 일본 국내 방위산업 보호라는 측면도 있다. F2전투기 94대를 2011년 9월에 생산 완료한 후 생산 라인이 정지된 상태다. 그대로 방치하면 관련기업이 전투기 사업에서 철퇴하여 일본의 기술 기반이 상실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방위성의 추산으로는 가령 국산 전투기가 도입되면, 4조 엔의 신규 사업이 생길 것으로 상정하고, 8억3000만 엔의 경제파급효과와 24만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이라면 기체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항공자위대 관계자). 한편 일본 정부‧여당에는 "일본의 전투기는 일본에서 만든다"고 하는 기술 내셔널리즘도 엿보인다. 항공자위대 출신의 자민당 우토 타카시(宇都隆史) 참의원의원(현 외무정무관)은 4월 10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전투기는 나라의 영공을 지키는 중요한 아셋트(장비품)다. 그것을 우리나라 자체 기술력으로 보유하는 것은 방위정책에 있어서도 심볼릭(symbolic)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오노테라 방위상은 "우리나라의 방위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코스트 면에서의 합리성이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감안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방위성은 국산 전투기의 개발비를 5000억~8000억 엔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경비가 들면 1조 엔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부품을 모두 일본산으로 조달하게 되면, 1대당 단가도 뛰어올라 방위비가 대폭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현존하는최고의전투기로불리는F-35전투기.그러나엔진결함등아직도성능을보완해야한다는목소리가높다.
▲현존하는최고의전투기로불리는F-35전투기.그러나엔진결함등아직도성능을보완해야한다는목소리가높다.
일본의 스텔스 전투기 자체 개발에 대해, 미국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1980년대의 FSX 선정에서는 미국산 전투기의 구입을 요구하는 미국측과 정치문제로 비화하여,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형식으로 미국산 F16을 모체로 하여 미일 공동으로 F2전투기를 개발한 바 있다. 1987년에 미국은 일본이 전투기를 자체 제작하려고 하자, 공동개발하자고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당시 일본은 이미 미사일과 레이더 같은 기본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취약한 부분은 엔진이었다. 일본은 미국에서 제조된 F2용 엔진을 구매하고자 했다. 미국은 공동개발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본은 자체 제작에 실패할 경우 국방역량이 약해진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GE 엔진을 받고 미국과 함께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물론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데에는 다른 요인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일본경제는 버블 경기의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만큼 미국 내에서는 일본 위협론이 대두하고 있었던 바, 전투기의 독자개발도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보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 '신신'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공동개발을 제의해 온 것은 없다"(방위성 관계자)고 한다. 미국 정부는 대폭적인 국방비 삭감으로 허덕이고 있는데다 무인 전투기 개발에 착수하고 있어, 새로운 공동개발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하지만, 미일간에는 동맹국이라고는 해도, 특히 군사기술에 관해서는 경계심이 뿌리깊이 깔려 있다. 2011년 12월에 결정된 차기주력전투기(FX)의 선정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당초 스텔스 전투기 F22라프터의 도입에 기대를 걸었으나, 미국 정부는 기술유출을 우려하여 매각을 거부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F35라이트닝2가 선정된 경위가 있다.

그러자 일본은 첨단 전투기는 스스로 제작하는 외에 선택이 없다고 결정하게 된 것이다.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들이 서로 미사일과 기관총을 발사하는 교전은 드물다. 정보기술 네트워크가 승자를 결정한다. 특히 스텔스 전투기는 지상 레이더와 공중 정보통제기에서 받는 적 전투기에 대한 정보가 관건이다. 항공자위대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여길 때마다 레이더를 업데이트하지 못할 경우, 성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스텔스 성능시험시설의 사용을 '신신'에 인정하지 않고, 일본측은 프랑스 국방장비청의 시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12일 일본유신회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郞) 공동대표(당시)는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항공기산업은 일본에게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 산업이 된다. 이것을 발달시키는 것을 절대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그것은 미국이다"고 역설했다. 방위성 내에서도 "지금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 말이 없으나, 기종 선정 단계가 되면 무슨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경리장비국 관계자)고 하는 소리도 있다.

설령 일본이 국산 전투기의 개발을 단념한다고 해도 '신신' 개발에 따른 혜택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주류가 되고 있는 전투기의 국제공동개발에서는 '신신'의 개발 경험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일본 정부는 자국 내로 한정하던 방위산업의 시장을 해외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전까지 일본 방위산업체는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에 의해 무기를 일본 밖으로 수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지난 4월 이 원칙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대체해 무기 수출 길을 열어줬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무기수출이 허용된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 전투기를 공동개발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들려줬다. 일본 방위성 담당자는 "부품이나 엔진을 1대의 전투기에 조립해본 경험이나 기술이 없으면, 국제공동개발에서는 상대해 주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당신네는 전투기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가?'하고 물어온다면 이니셔티브를 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산 전투기라고 하는 선택지가 있으면, 외국 메이커와 교섭하는 데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일본의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을 끈질기게 견제해온 미국도 국방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에 일본에 차세대 전투기를 함께 만들자고 손을 내밀지도 모른다.

'신신'은 일본의 영공을 수호할 것인가? 일본 정부는 국산 전투기를 도입할 것인지의 여부를 4년 후인 2018년도에 판단하게 되어 있는데, 과연 일본이 미국의 압력을 뿌리치고 독자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