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들의 현금보유보가 사상 최고치인 1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기업들이 이 돈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좋은 쪽으로 보자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같은 기업들이 극도로 안정적인 재무재표를 보유하면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나쁜 쪽으로 해석하면 거대한 공룡기업들이 여전히 새로운 투자나 인력확충, 연구개발 등에는 미적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이 많은 현금을 풀기 시작한다면 경기가 크게 탄력을 받고 주주들은 보다 많은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은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투자와 지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동안 S&P500 기업들은 지출을 3.5%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경제가 기나긴 경기침체기에서 이제 막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크 릿처맨 웰스파고 전략가는 “경기침체기에서 막 빠져나온 만큼 미국 기업들은 지출에 대해 크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분야에 대한 불투명성이 기업들의 지출을 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거대 에너지기업들은 지출을 크게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년간 에너지분야 기업들의 지출이 13.5%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500 기업들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에너지분야 기업들이 S&P500 기업들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도 지출감소폭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향후 12개월간 IT, 헬스케어 등 6개 분야 기업들의 지출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기업 전반적으로 보면 지출이 3.5%에서 6%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낙후된 시설을 교체해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사회기반시설들은 상당히 오래됐으며 주, 또는 지방정부의 재정이 좋은 상황이므로 도로나 교량 등의 수리, 교체가 이뤄져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손더스 전략가는 “경기침체기는 공급이 과잉일 때 찾아오는 만큼 현재 미국 경제에 공급이 과잉인 곳이 없는 만큼 다음 침체기는 아직 먼 얘기”라고 강조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