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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이 전국 롯데 매장을 뒤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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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이 전국 롯데 매장을 뒤지는 이유는

제주 롯데호텔에 입점해 있는 피부미용실이 불법 무자격 마사지 영업을 해 왔다며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지난해 호텔을 방문,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미지 확대보기
제주 롯데호텔에 입점해 있는 피부미용실이 불법 무자격 마사지 영업을 해 왔다며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지난해 호텔을 방문,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글로벌이코노믹 최경환 기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한 발 마사지 업소에 지난달 경찰과 시각장애인들이 들이 닥쳤다. 이곳에서 일반인 마사지사를 고용해 전신 마사지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는 손님에게 확인해 보니 전신 마사지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현행법은 시각장애인만 마사지 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중국인 마사지사를 고용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업소는 의료법 위반으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이곳이 롯데(롯데사산개발)가 운영하는 쇼핑몰이라는 것에 분노했다. 지난해에도 롯데호텔 마시지 숍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마트에 입점해 있는 마사지 프렌차이즈 업소가 불법 영업을 한 것이 탄로나 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이 들고 있어난 적이 있었다. 당시 롯데는 전국 롯데백화점, 마트 등 영업소에 불법 마사지 행위를 하는 업소가 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롯데호텔 내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시각장애인들이 전국 롯데 계열 매장 등 마사지 프렌차이즈가 입점해 있는 곳에 대해 자체 단속활동을 벌인 결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여전히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곳들을 발견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뿐 아니라 부산 롯데백화점, 대전 롯데마트에도 마사지 프렌차이즈 업체가 입점해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영리목적의 안마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리렉스 샵, 풋샵 등 프렌차이즈 가맹점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롯데 계열사들이 이들 업소의 입점을 허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이 문제에 심각하게 매달리는 것은 생계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만명의 안마사 가운데 5000명 정도가 실직자다.
안마사 자격증을 따려면 2년 동안 직업재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후 직업전선에 나오지만 일반인이 운영하는 불법 마사지 숍이 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일자리를 중국인 안마사들이 채우고 있다. 물론 불법이다. 그러나 한국인 지배인 1명에 중국인 안마사 4~5명을 고용해 영업하는 것은 업계에 일반적으로 자리잡은 관행이 됐다. 피부미용, 체형관리 등의 구실로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이 만연해 경찰이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한안마사협회 김도형 사무총장은 "안마사들이 실직으로 내몰리는 것은 무자격 안마사들 때문"이라며 "시력을 잃은 사람이 재활 교육을 받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대기업조차 편법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불법 업체를 입점 시킨 롯데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해당 회사 대표를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마사지 프렌차이즈 업종들은 마사지가 아닌 체형관리 등 법의 테두리 내에서 영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경환 기자 k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