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어떤 기업인가를 단적으로 대변해주는 말이다.
특정기업을 국가와 동격으로 예우해주는 이 같은 파격은 시대의 고금과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일찍이 전례가 없는 일이다.
GM은 그만큼 특별한 기업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그렇다.
이 말을 공개석상에서 처음 입에 올린 인물은 찰스 윌슨(Charles E. Wilson)이다.
1952년 초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그를 국방장관 후보로 간택했다.
“GM 출신으로 한평생 GM의 이익만을 추구해온 GM 맨으로 미국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GM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과연 내릴 수 있겠는가”라는 내용의 까다로운 물음이었다.
말이 질문이지 기실은 비수와도 같은 공격이었다.
기업인을 한낱 장사꾼으로 치부하면서 그런 인물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국방장관의 자리에 앉힐 수 없다는 여론을 일으켜보려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노림수였다.
윌슨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다”라고 맞받아쳤다.
GM과 미국의 이익이 하나인 만큼 그것이 서로 다르다는 전제로 한 의원의 질의는 기본가정부터 잘못되었다며 역공을 취한 형국이 됐다.
설전은 유야무야 끝났지만 지켜보던 언론들이 그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앞뒤 사정은 거두절미하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만 살아남아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GM은 국가와 동격이 됐다.
우연한 정치설전에서 나온 말이 정설처럼 경영명언으로 승화되게 된 데에는 GM의 실력도 한 몫을 했다.
만약 GM이 평범한 기업이었더라면 청문회에서 어떤 말이 나와도 이내 묻혀버렸을 것이다.
당시 GM은 실력 면에서도 명실상부하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GM 없는 미국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메이드인GM’이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도 GM이 좌지우지했다.
GM은 미국을 넘어 그야말로 세계를 움직이는 슈퍼파워였다. /중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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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연구소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