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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연구] 재닛 옐런 미국 연준(FRB) 의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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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연구] 재닛 옐런 미국 연준(FRB) 의장은 누구?

재닛 옐런 FRB 의장 취임선서.
재닛 옐런 FRB 의장 취임선서.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김대호 소장] 재닛 옐런 미국 FRB 의장이 세계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느닷없는 증시과열 발언으로 글로벌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7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신경제사고연구소(INET)' 주최의 세미나에서 뉴욕 증시가 실제의 경제현실보다 고평가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generally quite high)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발언한 것이다.

또 "증시에 위험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평소에 말을 아끼는 중앙은행 총재가 주가의 적정여부까지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미국 연준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다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찌되었던 이번 연설로 세계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재닛 옐런의 위상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옐런은 1946년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 교수, FRB 이코노미스트, 런던정경대(LSE) 교수 등을 거쳤다.

지금도 UC버클리의 현직 교수다.

FRB 의장 임기를 마치면 버클리로 다시 돌아간다.


'정보 비대칭이론'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 교수의 아내이다.

FRB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던 1977년 조지 애컬로프를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

1994년 FRB 이사와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다.

이념적으로는 민주당 성향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로 근무했다.

당시 '주택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측해 주목을 끌었다.

옐런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FRB는 1914년 설립됐다. 미국의 달러화도 이 FRB와 함께 탄생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막강한 위상을 감안할 때 FRB 의장은 단순하게 미국의 통화책임자를 넘어 세계 경제를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FRB는 미국의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돈을 얼마만큼 찍어낼 것인가, 또 금리를 어느 수준에서 유지해 나갈 것인가 등에 관한 최고 권한이 FRB 의장에게 있다.

미국의 통화신용정책이 바로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흔히 FRB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옐런은 최초의 여성 수장이다.


흔히 세상에서는 재닛 옐런을 비둘기파라고 한다. 비둘기란 고대로부터 평화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성경에 따르면 노아의 방주에서도 바깥 세상의 물난리가 끝나고 다시 평화가 왔다는 사실을 알린 동물이 바로 비둘기였다.

홍수가 끝날 때 노아가 정탐병으로 비둘기를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귀소 본능을 가진 비둘기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귀환함으로써 육지에 평화가 왔음을 알렸던 것이다.

재닛 옐런을 비둘기파라고 하는 것은 그가 온화하고 따뜻한 금융정책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비둘기와 같은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1776년 간행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을 역설했다.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에 맡기자는 이론이다.

이 사조를 고전학파 경제학이라고 한다.

이 고전학파 경제학은 1929년 대공황이 터지면서 크게 흔들렸다.


가격 매커니즘을 신봉하여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둔 결과가 혹심한 디플레이션으로 나타나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사태가 터지면서 논리적 타당성을 크게 손상당한 셈이다.

이 시기 고전학파 경제학의 문제점을 맹타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이론이 바로 케인스 경제학이다.

케인스는 경제를 시장에 방치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가 엉킨 줄을 풀고 막힌 터널은 뚫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같은 케인즈의 경제 이론을 현실에 옮겼다.

테네시강 개발공사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일으켜 고용을 창출한 것. 그 고용을 통해 정부 예산을 미국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미국 국민들은 소비를 늘렸고 그 소비가 기업의 재고를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함으로써 미국의 대공항은 서서히 치유되어 갔다.

2차대전 이후 케인스 경제학은 경제학의 주류로 승승장구했다.

한동안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가 케인스 경제학의 이론에 따라 정부의 시장 개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꾸려갔고 이러한 정책은 성공했다.

옐런이 바로 이러한 케인스 경제학을 신봉하는 케인지안이다.


정부의 지원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금리부터 인상하는 고전파 경제학보다는 좀 더 인간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비둘기파라는 평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시장 규모가 획기적으로 확대되면서 정부의 계획과 규제가 오히려 경제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국면이 전개된 것.

섣부른 개입이 정부실패를 낳고 이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다시 고전학파 경제학으로의 회귀를 주창하고 나섰다.

케인스 경제학은 대공항과 같은 유사시에만 적용될 수 있는 일시적 처방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새로운 고전학파라는 뜻에서 네오 클래식경제학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신고전파 경제학이다.

이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정부 개입이 없는 무한의 자유를 역설했다.

시장을 꾸려 가는 데 있어서 정부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수요가 공급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사상적으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이러한 신고전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대처가 바로 이 신고전파 경제학과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영국의 철도를 민간에게 넘긴 그 유명한 민영화 투쟁도 모든 것을 민간에 맡기자고 하는 마거릿 대처의 신고전파적 사고에서 유래한 것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부인하는 대신 시장을 중시한다.

특히 물가와 통화량의 비례관계를 믿는다.

이른바 피셔의 교환방정식 이론이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통화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가가 오를 때 신고전파학자들이 통화량 축소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7년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가 거액의 부도를 내고 무너졌을 때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학의 주류는 신고전파였다.

하이예크와 프리드먼 등이 신고전파를 끌어온 대표적인 학자이다.


미국발 글로벌경제 위기가 전 세계의 경제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설 땅을 잃게 됐다.

통화량을 조절하는 대에 치중하는 고전파 경제학만으로써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또 다시 케인스의 후예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 케인스의 후예들은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이 정부의 돈을 풀어 대공항을 해소한 것처럼 글로발 경제 위기도 정부가 나서 돈을 푸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믿었다.

양적완화는 케인지안 경제학에 이론적 근거를 둔 것이다.

미국의 정당사를 보면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고전파, 민주당은 케인스파에 가깝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재정의 역할을 유난히 강조하는 전형적인 케인지안에 속한다.


옐런은 대학시절 케인스 경제학이 너무 좋아 케인스 경제학을 선호하는 민주당을 따라 다니며 사회 활동을 해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민주당 골수 당원이다. 남편인 애컬로프 교수도 독실한 케인지안이다.

재닛 옐런과 그의 남편인 애컬로프 교수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그다지 신봉하지 않는다.

적정 통화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무덤덤한 반응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적정통화량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물가가 조금이라도 오를 기미가 보이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줄인다.

재닛 옐런이 독실한 케인지안이라고 해서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옐런도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것이다. 다만 금리인상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4년 이상 지속되어 온 양적완화의 후유증으로 돈이 넘쳐나고 있다.

그 과잉 유동성으로 인하여 물가폭등 조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케인지안이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대호 연구소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