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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보단 지주사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의 경영승계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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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보단 지주사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의 경영승계 시나리오는?

[재계톡]

[글로벌이코노믹 박종준 기자]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불거진 이후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여부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정몽구(사진)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 중인 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이 주목받으면서 재부상하고 있다.

이에 NH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12일,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삼성그룹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이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기존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었던 '금융사 소유 규정'이 완화된 원샷법이 추진된다면 앞으로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게 업계 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 기아차현대모비스로 짜여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지분을 각각 6.96%, 5.17%를 쥐며 지배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또한 정 회장은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이자 지배력의 근간인 현대제철지분을 11.81%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자신이 보유한 현대차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넘기는(증여)하는 방식보다는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지분증여 방법의 경우 정 회장의 지분 하락에 따른 오너일가의 전체 지분 감소에 따른 지배력 약화가 동반돼, 만에 하나 지분율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경영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확보와 지배력 확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이양 받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문제는 그의 후계자로 현대차 그룹을 승계 받아야 하는 정의선 부회장이 아직까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보유에 따른 지배력이 다소 미약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기아차에 보유지분이 1.74%(706만1331주) 정도다.

특히 현대차그룹 경영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의 지배력 제고가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이노션 지분 매각과 올 2월 말 단행된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등의 방법으로 현금 약 1조1000억 원을 마련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그룹의 지배력 중심에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제고다. 그 비용만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노션 상장의 표면적인 이유야 기업 가치 제고 등으로 귀결되지만, 정 부회장이 최근 블록딜 등을 통해 마련한 실탄을 경영승계의 ‘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16.8%에 대한 매입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일종의 '지분 스왑(지분 맞교환)' 형태를 띤다.

동부증권 김평모 연구원은 이때 “이노션 상장으로 인해 현대차 그룹 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해당하는 기업은 모두 해소될 것”이라며 “표면적으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으로 보이지만 정의선 부회장 등 주요 대주주들이 지분을 정리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현대차 그룹이 현 정부 임기 안에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현대차그룹이 단행한 현대엠코 합병, 현대위스코 합병, 현대오토에버 합병, 이노션 지분 매각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등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문제 해소는 물론 주주인 정몽구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가치나 지배력 제고까지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정 회장이 현대차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 보유와 등기이사 등재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고히 한 상태다.

현대차 등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지분구조의 경우 기아차가 19.78%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정몽구 회장이 11.84%로 2대주주다. 이어 현대차 7.87%, 현대하이스코 2.29% 등으로 짜여 있다. 합병되는 현대하이스코의 최대주주는 현대차로 29.37%를 보유하고 있고, 기아차가 15.65%로 뒤를 따르고 있다. 정몽구 회장도 10%를 가지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20.78%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최대주주이고 정몽구도 5.17%를 보유해 개인주주로는 최대이고, 기아차는 현대차가 33.8%를, 정의선 부회장도 1.74%를 갖고 있는 구조를 띠고 있어 사업구조 재편 작업은 고스란히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에게는 지배력 제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경영승계 방법의 또 다른 선택지는 SK그룹처럼 오너인 정 부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그룹 전체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바로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정성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양사가 합병할 경우 글로비스의 주가가 높을수록, 모비스의 주가가 낮을수록 정의선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상장사 간 합병의 경우 기준주가에 의해 합병 비율이 산정되는데 편의상 2014년 12월 8일 종가를 예시 기준주가로 삼을 경우 글로비스 1주당 모비스 1.123주를 받아 정의선 부회장은 통합 모비스 9.63%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대그룹의 핵심 회사들 대부분이 상장사라는 점에서 지주회사 전환시 '시세차익'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단순히 정 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을 밀어붙일 경우 주주 등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때 막대한 비용 문제와 명분 확보 등이 감안해 그 기간을 현재 예상보다 멀리 잡을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성엽 연구원은 13일 "현재 현대차가 지주사 전환을 통한 기대이익 등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당장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대주주 이익 추구라는 논란을 여기할 수 있는 합병 등의 방식보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의 명분도 갖고 있는 지주회사 전환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한 재계 전문가도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고 지배력도 확고한 상황이라 당장 지주사 전환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현재로선 추진 중이거나 계획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박종준 기자 dream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