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아일랜드 시티(Long Island City)에 위치한 P.S.1은 Pre School의 약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으로, MoMA와 함께 운영되는 작은 미술관이다. 보다 젊고 작품들, 설치나 미디어아트 등을 위주로 전시하는 공간이며 폐교를 리뉴얼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미술관이라기보다 편안한 예술가의 작업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정형화된 갤러리 공간에 반기를 들고 그를 대체하는 공간(Alternative Space, 대안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재기되었던 70년대, 전시기획자이자 대안공간에 대한 운동을 주도했던 알라나 헤이스(Alanna Heiss)가 미술과 도시자원협회(Institute for Art and Urban Resources Inc.)를 설립하고 뉴욕의 오래된 건물들을 예술공간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1976년에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2000년에는 MoMA와 결연을 맺어 한달 내에 이용했던 MoMA 입장권으로 PS1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1년에 한번 젊은 건축가를 선정하여 PS1의 옥상에 야외전시를 하는 프로젝트 작업이 이루어지는 YAP(Young Architects Program), 6월부터 여름 주말에 열리는 Warm-up Party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으니 뉴욕의 젊고 신선한 예술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가보아야 한다.
뉴욕에는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이라는 것이 있다. 센트럴파크의 오른쪽인 핍스 애비뉴, 매디슨, 파크 애비뉴 지역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해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 노이에 갤러리 등 유명 미술관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는 길을 뮤지엄 마일이라고 하며 늘 방문객들로 붐비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뮤지엄 마일의 북쪽 끝자락, 이스트 할렘(East Harlem)에 위치한 바리오 미술관(El Museo del Barrio New York)에 다다르면 관광객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이스트 할렘은 라틴계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바리오 미술관은 라틴 아메리카 미술 및 문화를 위주로 한 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고아원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모두가 라틴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철마다 열고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문을 통해 센트럴 파크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운 양식을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아서 바리오 미술관과 함께 진정한 뉴요커가 된 느낌으로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 외에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미술을 만날 수 있는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 맨하탄 한복판의 화려한 저택에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 아름다운 카페와 신성한 분위기로 유명한 유대인 미술관(The Jewish Museum) 등 추천하고 싶은 곳이 참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미술관을 가든 뉴욕에서 뿌리내린 다양한 문화, 다양한 민족의 미술을 존중하고 즐기는 마음이다. 뉴욕에 간다면 한번쯤 화려한 명품거리와 타임스퀘어를 벗어나 뉴요커가 되어 주택가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미술관을 찾아가 보길 바란다. 지도는 버리고 향긋한 커피 한잔을 들고, 또 다른 문화를 만나러 간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