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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사람 냄새 나야 진짜 좋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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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사람 냄새 나야 진짜 좋은 사진”

[인터뷰] 보떼 스튜디오 대표 유진수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사진은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는 종합예술

선거철 정치인들과 작업하는 것도 큰 재미
“사진은 종합 예술이에요. 조명부터 문화, 예술, 인체해부학까지 사진 하나에 그 사람의 내면을 담기 위해 이 세상을 알아야 하거든요. 특히 디지털 시대에 사람 냄새 나는 사진이 진짜 좋은 사진이지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산공원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보떼 스튜디오 유진수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그동안 역대 대선 후보 출마자뿐만 아니라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등의 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스튜디오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살펴보면 얼굴표정에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면서도 카리스마가 내뿜으져 나온다.

말끔하게 꾸며진 스튜디오의 내부와는 대조적으로 유 대표는 털털하고 수더분한 인상이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는 눈을 반짝이며 뜨거운 열정을 드러낸다. 특히 그는 사진에 있어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좁은 공간 안에서 조명의 힘으로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며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내면의 모습을 끄집어 내어야 좋은 인물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낙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직업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콘셉트에 따라 어떤 모습이 가장 매력적이고 멋있게 보일까를 항상 생각하지요. 정치인들과 작업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미세한 주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세월의 흐름에 따른 인품으로 표현해야 하거든요. 얼굴뿐 아니라 풍채에서 풍기는 이미지 또한 중요해서 그 모든 걸 조합해 온화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담는 데 중점을 둡니다.”

보떼 스튜디오 대표 유진수이미지 확대보기
보떼 스튜디오 대표 유진수
그는 촬영에 임할 때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해 모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주위의 평가다.

“웨딩 사진도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자주 찍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에요. 야외에서 자연 조명으로 찍는 것도 좋지만 배경에 인물이 묻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럴 때 스튜디오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오로지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에 집중해 찍어 주면 특별한 사진이 나오게 되고, 그 분들의 만족도도 더 커지더라고요.”
유 대표는 1995년도부터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는 사진이 엄연한 직업이 됐는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일까.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 같은 노인네도 찍을 수 있냐며 노부부가 함께 오셨어요.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신 거지요. 마음이 짠했어요. 정성껏 찍어 드리고 배웅을 나가는데 머뭇머뭇하시더니 꼬깃꼬깃한 쌈짓돈 5000원을 손에 쥐어주시고는 손을 꼬옥 잡아 주시더라고요. 그 마음이 어찌나 따뜻하고 고마운지…. 운 좋게도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과 함께 많은 작업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런 따뜻함입니다.”

결국 사진은 예쁘고 멋있으면서도 그 사람의 내면까지 담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유진수 대표. 기술이 발달해 보정술도 굉장히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찍고 포토샵에만 의지해선 결코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시간을 들여 모델과 소통하며 정성껏 찍고 최소한의 보정으로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진은 피사체를 통해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다고 했던가. 유진수 대표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따뜻하면서도 소탈한 그의 면면이 엿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사람 냄새 짙은 사진으로 아날로그의 감성을 살려나가려는 그의 사진철학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노정용 기자 noja@